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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ㆍ18일 평양서 열리는 2차회담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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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ㆍ18일 평양서 열리는 2차회담 전망

입력
1990.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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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고위급회담 방향ㆍ속도 가름/「관계개선 기본합의서」 가능성/「김일성과 면담내용」 최대 관심오는 17일과 18일 평양에서 2차례에 걸쳐 열리는 제2차 남북고위급회담은 남북 관계개선을 위한 또 하나의 역사적 사건이 될 것이다.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제1차 회담이 남북간의 만남자체에서 큰 의의를 찾는 착근의 성격을 지녔다면 이번 2차회담은 향후 고위급회담의 속도와 방향을 결정짓는 버팀목의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2차회담은 형식적으로는 1차회담과 똑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 회담의 내용에 있어서도 남북 양측의 입장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획기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번 회담을 통해 양측은 서로의 입장을 완전파악하고 협상가능성을 충분히 타진해 볼 수 있기 때문에 최소한 앞으로의 회담을 위한 호흡조절의 기회를 갖게 된다. 또한 3차회담부터는 회담의 효율성을 위해 부문별 회담의 병행 등 회담형태의 변화필요성이 제기될 것이므로 이같은 운영문제도 이번 회담에서 논의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 2차회담이 소기의 성과를 거둘 경우 3차 이후의 고위급회담은 점차 가속도를 확보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2차회담은 1차에 못지 않은 「분수령」의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보아 이번 회담은 우리측의 남북 실체인정 및 평화공존체제 구축주장과 북한측의 3대 긴급과제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형국으로 진행될 것이 예상된다.

우리측은 이번 회담에서 북한의 대남정책,즉 「하나의 조선」정책을 포기토록 하는 데 역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우리측은 유엔 동시가입을 북측에 적극 설득하는 한편 한소 수교,일­북한 관계개선 움직임을 들어 북한이 「하나의 조선」정책을 포기하고 남북한 평화공존체제에 편입할 것을 강력히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우리측은 이번 회담에서 적십자회담 개최와 경협문제를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적십자회담 개최문제는 지난번 1차회담에서 북측이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음에도 불구,아직까지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점을 중시,북측에 분명한 입장표명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측은 또 남북이 상호이익을 얻을 수 있는 실질적인 경협을 추진키로 하고 우리측이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광물의 북한 직수입과 쌀·감자 등 농산물의 물물교환 등의 제안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측의 이같은 입장에 대해 북한측은 서울1차회담에서 제기했던 ▲유엔 가입 ▲팀스피리트훈련 ▲임수경 양 등 방북자 석방문제 등 3대 긴급과제의 선결을 다시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북측은 이 긴급과제가 해결되어야만 다른 정치·군사적 신뢰구축이나 교류·협력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회담은 이 3가지 문제의 「병목」에 걸려 난항을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측은 북한의 3대 긴급과제 주장에 대해 기본적으로 북측의 자세전환이 없는 한 이를 신축성있게 수용하기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유엔 가입문제에 있어서는 서울1차회담에서의 합의에 따라 그동안 실무대표 접촉을 2차례 가졌으나 북측이 계속 단일의석 공동가입을 주장해 의견접근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측은 이번 회담에서 유엔 동시가입을 북측에 적극 설득하되 북한측이 단일의석 가입주장을 굽히지 않을 경우 단독가입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함께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측은 이밖에 팀스피리트훈련문제는 훈련자체가 방어적 성격을 지니므로 북한의 태도변화가 선행되어야 하며 방북자 석방문제는 내정문제이므로 북이 간섭할 사안이 아니라는 확고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처럼 북측이 제기한 3대 긴급과제는 협상의 여지가 상당히 좁은 것이 현실이다.

다만 북한측이 남북 실체인정 및 평화공존체제 편입이라는 우리측의 입장에 성의있는 태도를 보일 경우 향후 동시가입을 전제로 유엔 단독가입을 보류할 수 있다는 신축적인 자세를 보일 가능성은 있다.

실제로 우리의 유엔 가입문제는 북한이 당면한 최대의 현안인만큼 유엔카드가 적절히 활용될 경우 북한의 태도변화를 유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경우 우리측은 최소한 지난번 서울회담에서 제의했던 남북 관계개선을 위한 기본합의서의 채택을 도출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측은 서울회담에서 북측이 주장한 7·4공동성명 원칙 재확인 등 회담 3대 원칙을 이 기본합의서에 포함시켜 채택하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므로 합의서 채택은 이번 회담의 가시적 성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회담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강영훈 국무총리와 김일성 북한 주석과의 단독면담이라 할 수 있다. 이 자리에서 강 총리는 남북 관계개선에 관한 노태우 대통령의 구두메시지를 김 주석에게 전달하게 되며 지난번 서울회담에서 연형묵 북한 정무원 총리를 통해 이미 전달한 대통령메시지에 대한 회답을 듣게 된다.

우리측은 오는 18일 양측 정상간의 간접대화를 통해 남북 실체인정을 강력히 촉구하는 한편 북한이 이를 수용할 경우 유엔 가입,비공개적인 실질경협,군축논의 등에 있어 전향적 입장을 취할 수 있음을 북측에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북한이 최근의 국제정세변화와 내부사정 등을 고려,우리측의 제의를 수용한다면 이번 회담은 표면적인 성과에 관계없이 남북 관계개선의 획기적 전환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정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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