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본사 김재계특파원 「통일축구」 취재기(평양 4박5일:중)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본사 김재계특파원 「통일축구」 취재기(평양 4박5일:중)

입력
1990.10.15 00:00
0 0

◎구호의 도시… 길옆마다 간판/「축구비판」엔 “통일의지 찬물”발끈/환영열기ㆍ함성 「대외과시」 의혹도통일축구가 통일열차로 연결될지 지금으로선 장담하기 어렵다. 남북양측에서 민간교류를 성급하게 펼쳐 나갈 경우 통일은 커녕 불신의 골을 오히려 깊게 만들지 모른다는 견해도 없지않다.

통일축구의 일부 부정적시각에 대해 기자와 접촉한 북한 인사들은 한결같이 『조국의 염원인 통일의지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이다. 통일을 하지않겠다는 얘기아니냐』고 발끈한다.

남과 북의 통일열망이 한창 무르익고 있는 때에 평양통일축구가 킥오프됐고 그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한술에 배를 불릴수 없지만 오는23일 남북선수들이 서울에서 또 한차례 경기를 벌이고,내년에도 서울과 평양으로 왔다갔다하면 축구가 통일을 앞당기는 촉매역할을 해낼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7월 북경 다이내스티컵 4개국 축구대회를 계기로 우여곡절끝에 통일축구를 성사시킨 양측인사들도 확신에 찬 모습으로 이 대회를 끌어가고 있다. 정동성 체육부장관이나 북한 김유순 올림픽위원회 위원장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있는 것처럼 보였다.

11일하오의 통일축구가 남쪽신문에 대서특필됐을때,북한의 로동신문은 4면의 거의 절반을 할애해 「민족적 단합과 통일의 뜨거운 열기넘친 5월1일 경기장」이라는 제목으로 상세하게 스탠드의 응원분위기를 보도하고 있다.

기자가 당혹을 느끼지 않을수 없었던 대목은 『이기면 무엇하랴,지면 무엇하랴』는 짧은 구절이다. 승패를 초월한다면서도 그들은 루스타임때 어처구니없는 페널티골로 북쪽팀을 이기게 했다. 체육기자생활을 비교적 오래해온 나로서는 그때의 씁쓸한 기분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조국의 염원인 통일을 성사시키기 위한 큰 테두리안에서 진행된 경기였지만 앞으로 이런식으로 게임을 이끌어간다면 통일의 길은 요원하지 않을까. 운동경기에서 페어플레이 정신이 빠져나간다면 무엇이 남는가라고 자문해 보면서 페어플레이 정신이야말로 남북협상의 기초임을 실감했다.

인기에 영합해 좌충우돌하지않고,통일축구부터 우선 공정하게 승부를 겨루는 대회로 다듬어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앞으로 평양에서 범민족음악대회와 남북고위급 제2차 회담이 열리고 21일 북한축구 선수들이 서울에 오게된다.

남북간 민간교류의 폭이 더욱 넓어질 전망이다. 우리는 책임있는 당국자간에 창구를 일원화해 통일협상이 추진되기를 바라고 있다. 각계각층의 교류와 대화를 통해 조국통일을 실현하자는 것이 북한의 입장이므로 이같은 맥락에서 이번 평양통일축구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규격화된 사회여서 사람모으는 것은 어렵지않다. 그러나 축구가 아니었다면 능라도 경기장에 관중을 구름떼처럼 끌어들이지 못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고려호텔 3층 종업원은 『북이나 남이나 축구가 최고지요.

축구가 아니면 북과남 인민들의 마음을 합치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남쪽의 축구선수들」이 찾아왔기 때문에 평양시민들은 극진한 대접을 했다. 일단 그렇게 믿어본다.

또다른 한면도 읽어본다. 평양시민들의 환영열기와 응원 함성을 통해 북쪽의 통일열망이 남쪽보다 훨씬 크고 절실하다는 점을 내외에 과시하려는 의도가 없었을까.

평양은 구호의 도시다. 「남측 축구선수단을 열렬히 환영한다」는 입간판 한켠에 「평양은 조선의 심장이다」 「조국(조선)은 하나다」 「후대들에게 통일된 조국을(또는 조선) 물려주자」 「1990년대를 통일의 연대로 빛내자」는 구호가 눈길을 끈다.

「우리식대로 살아가자」 「당이 결심하면 우리는 한다」는 선전문이 도로변아파트 벽에 나붙어있다.

남북당사자들이 통일문제를 놓고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오늘이지만,85년이나 지금이나 그들의 통치이념(주체적 사회주의)은 변하지 않고 있다.<사진=평양 이동호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