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 경제성장의 견인역을 맡아왔던 수출은 올들어 9월말까지 4백46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불과 3.1% 늘어나는 데 그쳐 무역수지 적자(통관기준)는 무려 34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더욱이 페르시아만사태 우루과이라운드 등 국제 무역환경 조차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돌아가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석유 한방울 나지 않고 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로서는 오직 수출 확대만이 살아 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은 분명한 일이다. 이제 어떻게 이 난국을 타개하고 수출회복을 이룰 수 있을까에 관해 정부와 업계의 목소리를 들어본다.<편집자주> ◎경쟁력 갖춘 신상품 나와야/기술개발ㆍ고급화 통해/높은 부가가치 얻도록 편집자주>
우리의 수출이 좀처럼 부진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9월말 현재 수출은 4백46억달러로서 전년 동기대비 3.1% 증가한 수준에 머물고 있고 통관기준 무역수지 적자는 30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추세로 나간다면 금년말 수출총액은 잘해야 6백40억달러를 약간 웃도는 수준에서 멈출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이 이처럼 계속 부진한 원인은 여러 각도에서 분석할 수 있겠지만 한마디로 압축해서 말한다면 수출을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과거와는 달리 크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우리의 수출이 매년 30% 가까이 증가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의 피땀어린 노력에도 힘입은 바 컸지만 그보다는 국제무역 환경과 국내 경제여건이 이를 충분히 뒷받침해 주었기 때문이다. 외국으로부터 기술도입이 용이했고 국내의 저임금을 바탕으로 정부가 자금과세제 면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었기 때문에 높은 신장률의 수출증대가 가능했다.
거기다 해외시장에서의 경쟁이나 선진국으로부터의 수입규제도 지금처럼 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80년대 중반부터 우리에게 수출 호기를 제공했던 소위 3저현상이 사라지고 87년 이후의 급격한 원화절상과 민주화의 진전에 따른 고임금시대가 도래하면서 우리의 수출경쟁력은 크게 약화되기 시작했으며 선진국이 기술보호주의를 강화함으로써 외국기술의 도입이 한층 어렵게 되었다. 또한 선진국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이 말로는 자유ㆍ공정무역을 부르짖으면서도,실제로는 자국의 실리추구를 위하여 유형ㆍ무형의 무역장벽을 쌓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어려워진 수출여건을 극복하여 지속적으로 수출을 증대하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할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 그것은 두말 할 것도 없이 세계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상품을 개발하는 일이다. 물론 이러한 신상품 개발은 마음만 먹으면 쉽게되는 일도 아니며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우리의 경제주체 모두가 머리를 맞대어 지혜를 짜내는 노력과 인내가 절실히 필요한 과제라 아니할 수 없다.
우선 기업은 치열한 기술경쟁의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품질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이를 통해 고부가가치 상품을 생산해 내는 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또한 급변하는 무역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경영전략을 정립하고 의식구조가 달라진 근로자들을 응집시킬 수 있는 건전한 가치관과 기업철학을 제시해 나가야 할 것이다. 생산근로자들도 자신이 만드는 제품에 사랑을 쏟고 온갖 정성을 다해야 함은 물론이다. 하나 하나의 상품에 자신의 명예와 회사의 운명,더 나아가 국가의 이미지가 걸려있다는 책임감으로 생산현장에 임할 때 경쟁력 갖춘 제품이 나온다.
또한 최근 우리 수출품의 불량률이 크게 늘어가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하겠으며 회사의 지불능력이나 생산성 향상을 초과하는 임금인상 요구가 궁극적으로 근로자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가져올 것인지에 대한 냉철한 판단이 있어야 하겠다.
정부도 수출관련 정책을 종합적인 관점에서 신축적으로 운용해 나가야 한다. 물론 물가안정을 바탕으로 한 수출경쟁력 제고방안이나 산업별 기술개발 등 중장기적 경쟁력 강화대책이 근본적인 수출촉진대책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윤동기에 따라 움직이는 기업의 생리를 감안할 때 최근의 수출채산성 악화에 대해 정부가 과연 얼마나 신속ㆍ기민한 대응을 해주고 있는지 수출유관 부처가 면밀히 재점검해 보아야 한다.
내년의 수출여건은 금년보다 더 어려울 것이 자명하다. 페르시아만 사태에 따른 유가상승과 이로 인한 세계 경기의 둔화가 우리 수출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럴때일수록 근로자,기업,정부 모두가 치열해지는 국제경쟁에서 낙오되지 않도록 수출입국의 의지를 다시 한번 가다듬어야 하겠다. <황두연 상공부상역국장>황두연>
◎미ㆍ일시장 일변도 탈피 시급/북방교류ㆍ통독 등 활용/유통거점 확보 힘써야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최근의 수출환경은 급박하게 변화하고 있다. 페르시아만 사태,우루과이라운드 협상,한소수교,독일통일,한중 무역사무소 개설임박 등 언뜻 손 꼽을 수 있는 것만도 한 두가지가 아니다.
더욱이 이러한 국제환경의 변화는 원화의 상대적 고평가,우리 수출상품의 단가상승,수출제품의 불량률 상승,고부가가치의 제품개발 미흡,수출 지원정책의 축소 등 국내적인 수출환경 악화와 맞물려 더욱 어려운 국면을 맞고 있다고 하겠다.
따라서 이러한 변화에 우리가 적절히 대응하지 못할 경우,수출부진 현상은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심지어 일부 전문가들은 향후 94년까지는 수출회복이 어렵다는 비관적인 분석까지 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국제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대처하고 현 수출구조의 체질개선을 꾀한다면 수출 전망이 그리 어둡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우선 지금까지의 미 일 일변도의 우리 수출시장을 다변화시켜 신시장 개척에 주력해야 한다.
최근 미국의 경기회복 부진으로 대미수출 증가에 한계가 노출되고,비록 엔화 강세가 시현되더라도 일본의 자체 흡수력 때문에 우리의 수출증가가 크게 나타나지 않는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특히 활발한 북방교류와 통독이라는 우리 주변의 변화를 적절히 이용, 이 지역에 대한 지사망 확충과 유통시장 거점마련에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통독은 EC통합을 가속화시켜 경제블록을 강화시키고,이에 따라 수입규제가 강화될 전망이지만 이는 현지 유통시장의 참여로 극복이 가능하리라 예상된다.
또한 동남아등 전략지역을 집중 공략하고 아프리카 중남미 등 미개척시장에 대한 진출을 강화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둘째,중소기업의 유망 수출상품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기존상품의 고부가가치화를 이룩해야 한다.
지금까지 수출을 주도했던 전자,섬유 등 대부분의 제품들이 낮은 임금을 바탕으로 한 중국 및 동남아 제품들에 비해 가격이 비싸 해외의 중저가시장에서 상당부문 침식당하고 있어,기술개발을 통한 고부가가치 수출상품 구조로의 전환이 절실한 것이다.
이를 위해 첨단소재 및 부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을 적극 지원,경쟁력 있는 상품을 개발토록 하고 자체상표 수출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셋째,종합상사가 중심이 되어 상품,기술,금융기능을 연계한 플랜트 수출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북방 및 동남아 지역에서 한창 추진하고 있는 사회간접자본 확충에 편승하여 이들 지역에 대한 통신,건설,소비재,화공 부문의 플랜트 수출이 유망하리라 생각되며,정보.금융기능을 고도화하여 제3국 수출을 확대해야 한다고 본다.
넷째,기업 차원에서 쉽게 접근 할 수 있는 각종 비용절감과 생산성 향상에 주력,수출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기업내 방만하거나 불합리한 낭비요소를 과감히 제거하고 사무자동화의 확대,완벽한 품질관리 등을 실천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정부의 일관성 있는 경제정책 추진으로 기업의 투자 및 수출마인드를 시급히 회복시켜야 한다고 본다.
이를위해 수출업체에 대한 수출금융의 확대,수출 관련 여신의 규제완화,대 북방지역 구상무역 지원,수출보험제도 개선,경협자금 지원이 정부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고부가가치화 등을 통해 계속성장을 할 수 있는 기존경쟁 우위분야에 대해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변규칠 럭키금성상사 사장>변규칠>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