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이란 낱말이 우리 국민에게 주는 인상이란 과히 유쾌한 게 못된다. 과거 밀실정치로 독재와 탄압을 강요당했고,밀실주연 끝에 국가원수가 부하에게 저격당하는 험한 꼴을 봤으며,밀실고문으로 젊은 학생이 사망하는 게 도화선이 되어 새 공화국이 탄생한 과정 등은 누구에게나 아픈 기억인 것이다. 특히 보안사라는 군 정보기관의 민간인 사찰과 그 엄청난 기록의 밀실 보관사실마저 새나와 국민을 분노케 하는 시점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밀실심사」라는 게 또 등장,밀실 알레르기를 일으키고 있다. TV 채널6이 될 새 민방의 향방을 놓고 모두의 관심과 촉각이 곤두서 있는 이때 공보처가 민방설립 신청마감 결과를 비공개로 할 것을 고집하고 선정과정도 밀실심사를 시도하려는 데 대해 그 의도를 모르겠다는 거부반응인 것이다. ◆하지만 비공개 방침에도 민방신청자의 면모는 그 윤곽이 차츰 드러나고 있다. 2백여 중소기업들이 과거의 푸대접을 보상받으려 구성했다는 소문의 기협 컨소시엄과 중견기업 컨소시엄에 많은 개별신청 중간기업들,그리고 일부 방송사와 농협ㆍ체육공단 등의 이름마저 폭넓게 등장하기에 이르러 그 열기를 짐작케 하고 있다. ◆이같은 열기에 비추어 심사와 선정을 맡은 당국의 고충과 조심스러움을 이해못할 바는 아니다. 당국으로서도 국익과 공익은 물론이고 정권적 이해마저 걸린 새 민방이기에 숨겨진 요구의 최저치가 있을 것이고 보면 민주방송의 정착과 경제정의의 균형적 배분을 요구하는 거센 여론과의 조화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당국은 그동안 공익ㆍ공정성 보장을 위해 재벌 및 특정 정치세력 개입만은 철저히 배제하며 공개적이고 객관적으로 처리하겠다고 다짐해왔던 것이다. ◆당국의 다짐에도 불구하고 새 방송법에 애매한 구석이 없는 게 아니어서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았는데,이번의 느닷없는 비공개 및 밀실심사 방침으로 오비이락격은 되지 말았으면 하는 걱정이 생겨나는 것이다. 민주행정은 공개가 원칙이고,만사는 투명할수록 오해의 안개도 걷힌다는 원칙을 두루 상기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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