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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층부터 정신차리자(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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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층부터 정신차리자(사설)

입력
1990.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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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든 사회를 바로잡아야 한다. 지금 더 꾸물거릴 겨를이 없음을 우리 모두 더 잘알고 있다. 이에 대해,임기 후반에 들어선 노태우 대통령은 사뭇 비장한 결심을 밝혔다.범죄와 폭력에 대항해 결연한 전쟁을 선포하고,불법과 무질서를 몰아내며,과소비ㆍ퇴폐ㆍ향락풍조를 근절시키고 말겠다는 결단을 내렸다.

결의 만큼 중요한 것은 방법이다. 어떻게 하겠다는 데에 관심이 절로 쏠린다. 헌법상 대통령의 모든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선언」은 극약 처방도 마다 않으리라는 뜻과 통한다. 대중요법이든 충격요법이든 뒤늦게라는 아쉬움은 있어도 반드시 단행되었어야 할 조치로 받아들여져야 할 것이다.

현실은 어둡다. 나라의 기강이 흔들거린다. 도덕성의 상실은 위험수위에 이른 것 같다. 온갖 사회악이 독버섯처럼 고개를 쳐들고 자극적인 악행이 예사롭게 벌어진다. 둑이 무너진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일부러 부정적으로 보아 그런 게 아니고 사실이 그러하지 않은가.

범죄를 비롯한 사회악과의 선전포고가 실질적인 승리와 성과를 올리려면 두가지 측면이 고려되고 충족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하나는 병든 사회에 대한 겸허한 원인 분석이며,다음은 위에서 아래로의 맑은 물 흐름과 아래서 위로 거슬러올라가는 도전의 물결이 한바탕 어울려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 우리 사회의 병폐를 국민 모두의 책임으로 돌리는 발상은 그야말로 무책임한 처사다. 민주화 과정의 과도기현상이라는 분석도 너무 단순하다. 정권의 권위 추락,도덕성의 훼손은 쉽게 짚고 넘어갈 일이 아닐줄 안다. 과소비를 부추긴 것은 누구인가.

덩달아 춤춘 부유층의 과소비와 낭비는 또 무엇으로 변명하겠는가. 정치지도층은 파쟁의 나날을 보내며 사회의 병적 현상에 진심으로 우려를 표하고 대처방안을 깊이 논의해본 일이 있는지 다시 묻고 자성을 요구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가운데 다행스럽게 우리 사회 일각,즉 종교와 사회단체에선 조용히 도덕성의 촛불을 들고 일어나는 슬기와 용기를 보여준 것은 크게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움직임은 탓하기에 앞서 책임을 서로 나누자는 데 그 의미가 있다고 우리는 믿는다. 아래서부터 위로 향한 경건하고 겸손한 도전의 불길은 우리 함께 자랑스럽게 여기고 격려를 보내야 할 것이다.

정부와 민간이 우리의 병든 현실에 각성하게 된 사실 자체가 앞날의 희망의 단서라 할 만하다. 제도와 정신이 결합할 때에만 새로운 창조의 가능성이 열린다. 노 대통령은 임기 후반이라고 하나,임기를 따지고 정치의 안배와 균형을 생각할 시기는 이미 지났음을 깊이 헤아려주기 바란다. 지금의 난국이 곧 중대한 기회일 수도 있고 또 기회로 삼아 결단을 밀고 나가야 할 것이다. 사회안정이 없는 정치ㆍ경제의 발전과 성장은 기대하지 못한다. 하물며 통일문제에 이르러선 더욱 그렇다.

일하는 사회,건강한 사회를 새로운 국가목표로 설정하고 실천에 채찍을 가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과도기 인식은 그래야 타당성을 인정 받을 수 있다. 여기서 가장 유의할 바는 무리수의 남발임을 아울러 지적해두고자 한다. 작심삼일의 후회가 없기를 거듭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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