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에 소 기업 경영권부여 계획”/「5백일안」은 기업 70% 사유화등 시장경제 표방/정치개혁돼야 경제개혁 성공/상업화 촉진엔 한국협조 긴요소련경제의 사활이 걸린 「5백일 경제계획안」이 오는 15일 소련 최고회의에 상정될 전망이다. 러시아혁명 이후 가장 급진적인 경제개혁안으로 평가되는 이 안은 대내적으로는 시장경제체제의 도입과 대외적으로는 탈이데올로기를 골자로 하고 있다. 이 계획안의 주역이며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의 경제수석보좌관인 스타니슬라프ㆍ샤탈린 박사(56)가 시장경제의 본바닥인 미국을 현재 방문중이다. 한소 합작투자와 관련,우리 정부 당국자와 협의차 오는 25일께 방한 예정으로도 있는 샤탈린 박사는 지난 60년대부터 시장경제체제를 주장해온 소련의 지도급 경제학자. 그는 과거 소련의 미봉적 경제개혁을 『도끼로 신경수술을 하는 꼴』이라고 비난해 왔으며 이 때문에 3차례나 당에서 축출당했었다. 지난 3월 고르바초프에 의해 16인 대통령자문위의 경제수석 자문역에 전격 발탁됐으면서도 스스로 「사회민주주의자」를 자처해 고르바초프 측근 가운데서도 유일한 무소속 정치인이다. 샤탈린 박사는 또 현재 사임압력을 받고 있는 리즈코프 총리를 이을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그는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던 레오니드ㆍ칸토로비치의 수제자로서 아내와 두 딸 그리고 사위들 까지도 경제학자인 「경제가문」을 이끌고 있다. 한국일보에서는 방미중에 있는 샤탈린 박사를 단독으로 만나 그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5백일안」의 향방과 한소경협 전망 등을 진단했다.<편집자주>편집자주>
「5백일안」의 골자는 무엇인가.
『「5백일안」은 단순한 경제계획안이 아니다. 이 안은 5백일 이내에 전체기업중 70%를 사유화하고 90%의 소매업을 일반에 맡기는 등 시장경제를 표방하는 동시에 이같은 전환기에 야기될지도 모르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통령의 권한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5백일안은 과거와는 달리 정부를 위한 게 아니고 인민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농부의 아들인 나는 인민의 삶에 가장 큰 중요성을 부여하고 있다』
「5백일안」이 성공을 거두리라고 확신하나.
『다른 방도가 없다. 우리는 사느냐 죽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5백일안」은 좌절하고 지친 소련인들에게는 마지막 희망을 상징한다』
리즈코프 총리 등 보수파의 반발이 거세다고 전해지는데.
『리즈코프 총리가 제시한(완만한) 경제계획안과 내가 만든 「5백일안」과의 절충은 마치 혈액형이 다른 두 가지 혈액의 혼합과 같은 것이다. 현재 소련에서는 5백일안과 「리즈코프안」 그리고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고려중인 절충안 등 3가지안을 놓고 열띤 토론이 진행중이다』 (고르바초프는 「5백일안」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하고 있으나 농장이나 국유지 사유화 같은 급진적 제안에는 난색을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편집자주)
「5백일안」을 완벽하다고 보는가.
『전적으로 완벽하다고 믿지는 않는다. 개인적으로 부담도 크다. 모스크바 거리를 지나다보면 일부 시민들이 「이번에도 실패하면 당신의 목을 치겠소」라고 외치며 으름장을 놓기도 한다』
「5백일안」의 문제점을 지적한다면.
『5백일안은 그 자체가 완벽한 시장경제계획안이 아니다. 시장경제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제일 큰 문제점은 15개 공화국들간에 가장 적합한 새로운 정치ㆍ경제체제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각 공화국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다시 말해 각 공화국은 자체의 자원을 독자적으로 관리하는 한편 ▲긴축예산 편성 ▲엄격한 통화관리 ▲소비자물가 억제 등 통일된 경제정책의 수립과 시행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 이것이 첫번째 과제이다.
둘째로 루블화에 태환성을 부여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절대적으로 모자라는게 돈이지만 소련에서는 절대적으로 남아 도는 게 돈이다. 시장경제를 발전시키고 외국자본을 유입시키기 위해서도 루블화의 태환화가 급선무이다.
셋째로 토지개혁이다. 우리는 소련의 집단농장이나 국영농장이 비효율적이라는 교훈을 얻었다. 따라서 토지를 사유화해야 한다. 이 문제는 현재 소련에서 많은 논란을 빚고 있다. 불과 1년반 전에만 하더라도 토지사유화 주장은 입밖에 내기조차 어려운 실정이었으나 이제는 공개적인 논의가 진행중이다. 변화의 속도를 실감케 해주는 대목이다. 정부안에서도 이 안을 수용하자는 분위기가 점차 무르익어가고 있다.
네번째 과제로는 어떻게 하면 소련경제의 상업화를 촉진시킬 수 있는가이다. 소련경제를 상업화하는 데에는 「서구」의 협조가 긴요하다. 내가 「서구」라고 하는 뜻에는 한국과 일본도 포함돼 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경제개혁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개혁이 필수적이라는 점이다. 그래야만 개혁추진에 필요한 국민적 지지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민주적인 법치국가,이것이 「5백일안」이 노리는 또 하나의 목표이다』
보수파가 가장 심한 반발을 보이는 분야는 어떤 것인가.
『서구자본을 끌어들이자는 나의 주장과 토지사유화와 관련된 부분이다. 그들(보수파)은 내가 소련을 팔아 넘기려 한다고 주장하지만 소련에 기회를 제공하자는 게 나의 진정한 의도이다. 사유화도 어려운 과제임에 틀림없다. 불과 5백일내에 소련경제가 다이내믹해지리라고 기대하는 건 무리다』
한국은 언제 방문하는가.
『오는 25일부터 내달 10일까지로 예정하고 있다. 한국과 소련은 그간 실질적 경제협력을 위해 활발히 접촉해 왔다. 한국의 자본ㆍ기술과 소련의 천연자원이 합치면 다양한 프로젝트가 가능하다. 한가지 부연하자면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조만간 외국기업에 소련기업을 1백% 소유할 수 있게 하고 경영권을 부여하는 등 외국자본 유치를 위한 중대발표를 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소련진출을 꿈꾸는 한국기업들에 전하고 싶은 충고가 있다면.
『우선 소련사회의 특수성과 고유한 문화나 전통을 파악한 뒤 조심스럽게 접근하라고 권고하고 싶다. 즉 서구인과는 다른 철학과 심리상태를 갖고 있는 소련인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또한 무관심하고 비능률적인 소련 관리들과 거래하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다는 사실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러나 소련인들은 그들의 무지를 스스로 인정하고 있으며 외국으로부터 배우겠다는 자세를 갖추고 있다.
상호협조가 가능한 분야부터 서로 협력해 나가면 장기적으로는 세계 어느 지역에서 보다도 많은 이익을 창출해낼 수 있을 것이다』<뉴욕 지사="송혜란기자">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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