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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심각한 불황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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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심각한 불황 직면

입력
1990.10.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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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증가ㆍ주가폭락ㆍ자금경색ㆍ교역감소 짙은 그늘/무절제 대가… 페만사태로 심화/회생위한 범세계 협력책 시급【타임 10월15일자ㆍ본지특약】 10개월전 새로운 10년이 시작됐을때만해도 밝고 평화스러운 미래에 대한 기대로 충만했었다.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냉전에서 승리를 거뒀고 이에 따라 미국인들은 당연한 보상으로 평화배당금을 기대했었다. 유럽지역에서는 여러 세기동안 치열한 라이벌관계를 유지했던 국가들이 92년 경제통합을 목표로 행진을 계속하고 있었다. 수십년동안 공산주의 치하에서 경제적 침체의 늪에 빠져있던 동구국가들은 공산주의 사슬을 벗어던져 버리고 자본주의 국가의 대열속으로 합류했다. 아시아에서는 자신만만한 일본이 금융초강대국,즉 세계최대의 금고로서 당당하게 군림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처럼 낙관적인 분위기는 이제 사라져 버렸다. 8월2일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한 것은 현재 세계경제가 안고 있는 취약점을 드러내는 촉매제역할을 했다. 미국의 방탕에 가까운 과소비,일본의 투기열풍,동구경제재건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소요,그리고 천문학적 수치의 제3세계의 외채,이 모든것이 한꺼번에 그 부작용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8년동안 전후 최대의 호황을 누린 미국경제는 불황의 터널속으로 빠져들었고,이 여파는 급속도로 교역국에까지 미치고 있다. 일본의 투자자들은 지난해 12월 이후 주가가 40%이상 하락함에 따라 거의 2조달러에 가까운 손실을 보았다.

놀란 일본인들은 동구국가들과 제3세계국가들이 늘어난 석유대금을 지불하기 위해 가장 돈이 절실하게 필요한 이 때에 돈줄을 바짝 죄어버렸다.

비틀거리는 미국경제의 상황은 70년대부터 80년대초까지 이어졌던 심각한 불황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 미국의 주요기업들 사이에는 대대적인 해고선풍이 불고 있다. 미국 제2의 은행인 체이스 맨해턴은행은 고용인력의 12%에 해당하는 5천명의 직원을 해고시키고 있다. 미국 제1의 군수기업인 맥도널 더글러스사는 1만7천명의 직원을 해고중인데 이 수치는 전체 고용인력의 17%에 해당한다.

이것이 전반적인 현상임은 통계수치로도 입증된다. 8월중 5.6%에 달했던 실업률은 9월중 5.7%로 상승했다.

이로써 실업률은 극심한 불황기였던 81∼82년 이래 처음으로 3개월 연속 상승세를 지속했으며 그 결과 7월 이후 50만명의 미국인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불황이 심화됨에 따라 범세계적인 자금경색현상이 초래됐으며 이는 자동차매매업소부터 제3세계국가의 정부에 이르기까지 두루 영향을 미치고 있다. 80년대 방만한 자금운영으로 불에 덴 경험이 있는 자금수출국들은 이전보다 한층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한해동안 미국주식을 2백60억달러어치나 사들였던 일본은 90년 상반기중 90억달러어치를 투매해버렸다. 또한 지난 3일 통일을 이룩한 독일은 동독지역의 경제재건을 위해 향후 10년간 7천억달러를 국내에 쏟아부어야 할 처지이다.

그러나 세계경제를 뒤흔들 수 있는 요인 중 한가지만을 들자면 그것은 하늘높은 줄 모르고 치솟기만 하는 유가이다.

이라크의 쿠웨이트침공 이후 상승세를 지속한 유가는 10월초 현물시장에서 침공전 시세의 2배를 넘는 배럴당 37달러를 기록했다. 만약 전쟁이 터지게 된다면 유가는 아무리 낮게 잡아도 배럴당 50달러까지 폭등하게 될 것이다. 이는 2자리수의 인플레를 의미한다.

페르시아만에서 곧 전쟁이 발발할 것이라는 소문은 세계주식시장을 나락의 심연으로 빠뜨렸다. 뉴욕증시 다우존스지수는 10월 초순 7월 최고치에서 무려 5백포인트가 빠진 2천5백10ㆍ64를 기록했다. 동경증시의 붕락여파로 대만증시는 지난 2월에 비해 볼때 80%가 하락,투자자가 자살하는 사태마저 빚어졌다.

그러나 많은 경제학자들은 세계경제의 침체가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에서 야기된 것으로 보는 단순논리에 동의하지 않는다.

미국만해도 막대한 재정적자 등 갖가지 구조적인 문제점 등으로 인해 불황은 이미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됐으며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은 단지 관에 못질을 한것에 불과한 것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경제침체는 세계의 경제에 지진을 초래할 것이다. 미국인들은 콜롬비아산 커피에서 일제카메라에 이르기까지 세계시장에서 최대소비자였기 때문에 미국인들의 구매력감퇴는 즉각적으로 다른 외국의 수입감소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맥락에서 살펴볼 때 미국과 세계는 80년대 무절제한 경제운용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것이다.

쿠웨이트에서 후세인을 몰아내는 것 이상으로 각국 지도자들의 지도력과 협력이 범세계적인 불황의 도래를 막기 위해 요구되고 있는 시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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