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부정입학과 사학의 재정난(사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부정입학과 사학의 재정난(사설)

입력
1990.10.13 00:00
0 0

우리의 대학문은 한없이 비좁다. 고졸자의 80%에 가까운 60만명 이상이 대학진학을 희망하지만 1백17개 4년제 대학이 수용할 수 있는 입학정원은 고작 20만명 선이다. 이로 인해 33만명의 재수생까지 겹쳐 오는 12월18일의 대학입시에 응시할 수험생만도 1백만명에 육박하는 95만5천6백명에 달해,사상최고의 경쟁률인 4.6대1이 넘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와 있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불안하고 초조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이같은 상황은 왜곡돼 있는 고학력 풍조가 어떻고,대학진학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는 투의 가치관의 논란에 앞서 누구도 부인못할 우리 사회 최대의 문제라는데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또 이같은 현실은 대학들이 신입생을 뽑는 과정에서 탈법이나 부정 또는 불법입학을 자행하는 온상을 제공해 주고 있기도 하다.

한성대학에서 1인당 3∼4천만원씩 도합 32억원의 거액을 받고 입학정원의 13%에 해당하는 94명을 무더기 부정입학시킨 사건도 따지고 보면 앞서 지적한 현실과 무관하지가 않다. 그러나 아무리 현실이 어렵다 하더라도 부정과 편법을 용인할 수는 없다.

1백만명에 가까운 입시생이 그 좁은 문을 향해 선의의 경쟁을 하고 그 결과에 승복하는 것은 입시관리가 공정하다는 것을 대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한성대처럼 뒷문을 열어 놓고 불공정한 경쟁판을 벌이고,그런 악습이 일반화될 때 입시제도가 설 자리를 찾지 못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이 사회는 입시 부정 파문으로 무법천지가 돼 버릴 것이다.

한성대의 경우 그 부정입학의 범행 주체가 재단과 보직교수였으며,성적을 원천적으로 조작한 범행수법은 시정의 범죄집단을 능가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동정의 여지가 없다하겠다.

우리는 그러나 한성대사건을 계기로 오늘날 우리 사학이 직면하고 있는 극심한 재정난을 다시 챙겨보는일까지 외면할 수는 없다.

우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정부가 이제는 대학교육의 70% 이상을 분담하고 있는 사학들에 대하여 과감한 재정지원을 해주어야 한다고 촉구해 오고 있으며,기여 또는 기부금입학제도도 여건만 갖춰진다면 긍정적으로 검토해볼 만하다는 의견을 제시해 오고 있다.

하지만 사학에 대한 정부지원이든 기부금 입학제든 사학의 재정에 숨통을 틀 수 있는 제도 도입의 전제는 어디까지나 사학재단이 지난 시절에 멋대로 자행해서 얻어진 오욕과 불명예를 말끔히 씻고 스스로가 해야할 몫은 다했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행동으로 보여줄 때,다시 말해 이쯤됐으면 사학들을 믿어도 되겠다는 국민들의 신뢰회복이 자리잡았을 때 가능하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

재정이 빈약하다 해서 거액을 받고 부정입학을 자행하는 한성대와 같은 사학이 사라지지 않는 한 사학이 처한 재정난에 국민적 지원을 기대한다는 것은 연목구어임을 모든 사학들이 깨달아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성대의 부정입학사건은 전체 사학에 때맞게 경종을 울려주었다고 할만하다. 사직당국도 이번 부정입학사건의 사회성을 감안,철저하고 엄정한 수사를 펴야 한다고 본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