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북한ㆍ일 「수교항로」걸림돌 제거/후지산호 선원석방 배경ㆍ전망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북한ㆍ일 「수교항로」걸림돌 제거/후지산호 선원석방 배경ㆍ전망

입력
1990.10.12 00:00
0 0

◎북한,경협ㆍ탈고립위한 고육책/일 “굴욕외교,의식 고자세 예상/귀국 두선원 「체험발설」땐 화해무드에 악재소지일본­북한간 불편한 관계의 상징이었던 제18후지산(부사산)호 사건이 마침내 해결돼 두나라의 수교교섭여건이 마련됐다.

후지산호 베니코(홍분용ㆍ60) 선장과 구리우라(율포호웅ㆍ59) 기관장은 11일 상오 북한당국으로부터 풀려나 도이(토정) 사회당위원장 오자와(소택일랑) 자민당간사장 일행의 특별기편으로 일본에 돌아왔다.

두나라 관계정상화의 걸림돌이기도 했던 이 사건이 해결됨으로써 예정대로 내달중 국교정상화 교섭은 시작될 전망이지만,그것이 곧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리는 실마리가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일본으로서는 북한이 두사람을 억류한 것을 불법으로 보고 있으며,북한 또한 이들이 그동안의 억울함을 발설하면 모처럼의 관계정상화 무드에 찬물을 끼얹게 되지나 않을까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로동당창당 45주년 기념행사 참석겸 이들을 인수하기 위해 평양에 갔던 도이­오자와 방북단 실무진과 북한당국간의 「석방교섭」이 철야로 진행됐던 사정이 이를 잘 말해준다.

이들이 일본에 돌아가 언론매체에 떠들것을 두려워한 북한측은 이들이 귀국후 양국관계를 해치지 않는다는 보증과 ▲이들이 스파이혐의로 구속돼 법정판결을 받은 사실을 「각서」에 명기할 것을 요구했다. 두 사람의 입막음에 동의하고 싶지 않을 뿐 아니라 스파이혐의를 부정하고 있는 일본으로서는 이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강경히 버텼다. 10일 하오에 시작된 석방교섭은 철야로 진행돼 11일 아침에야 겨우 양쪽이 한발짝씩 물러서는 형식으로 타결됐다.

각서는 「예장」으로 하고,그 문서에 일본측이 사의를 표명하며 두번다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며,귀국후 두 사람의 소동이 일조우호발전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할 것을 약속한다는 선으로 낙착됐다.

후지산호 사건은 북한측의 명백한 횡포였다. 83년 11월 북한산 조개 수송선인 후지산호가 남포항을 출항한 직후 선원들은 미리 선창에 숨어든 망명자 민홍구하사를 발견,일본에 돌아와 모지(문사)해상보안청에 넘겼다. 민하사가 일본에 정치적 망명을 요청하자 북한당국은 화물을 선적하러 다시 북한에 들어온 후지산호 선원 5명을 스파이혐의로 체포,평선원 3명은 84년 2월에 석방하고 선장과 기관장은 인질로 억류했다.

이 사건은 랑군테러 폭발사건 1개월후에 일어난 것이어서 일본의 대 북한 제재조치와 맞물렸던데다,87년 북한의 KAL기 격추사건 직후 일본정부의 두번째 북한제재가 취해져 미묘한 정치사건으로 변질됐다. KAL기 사건 직후 일본정부가 민하사를 가석방하자 북한측은 정식으로 이들에 대한 「사법처리」를 단행,노동교화 15년형을 내렸다.

북한측이 처음으로 석방의사를 밝힌 것은 87년이었다.

이해 3월 북한측은 30억달러의 배상금과 30억달러의 경제협력을 제공하면 풀어주겠다는 비공식제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일본측은 『돈을 주고 인질을 사오고 싶지 않다』고 거부했다. 이번에는 북한쪽이 조급해졌다. 인질을 미끼로 어떻게 해서든 돈을 얻어써야 할 형편인데 일본쪽이 뜻밖에도 완강했던 것이다.

북한의 급속한 태도변화는 첫째 경제난 때문이었고 또 한가지는 한소수교의 실현과 북경아시안게임을 계기로 한 한중의 급속접근. 더이상 국제적으로 고립되어서는 안되겠다는 다급한 속사정이 맞물려 「여의주」같은 인질을 풀어주고 만것이다.

이제 일본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것은 보지 않아도 뻔한 일이다. 인질이 풀려난 마당에 더이상 북한에 굽실거릴 이유가 없어졌다.

그렇지 않아도 「굴욕외교」「나라 팔아먹는 외교」라고 시끄러운 여론에 떠받치어 이제는 꼿꼿한 자세로 임할 것임에 틀림없다.<동경=문창재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