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보통사람들이 얼씬도 하지못하던 서울 종로구 사간동 국군보안사령부 정문앞은 요즘 보안사를 규탄하는 고성과 실랑이로 연일 어수선하다.11일 상오10시께 유준상 평민의원,노무현 민주의원,이부영 통추회의상임실행위원 등 야당과 재야의 확대비상시국회의 진상조사단 11명이 신임 구창회보안사령관 면담과 사찰자료열람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조사단이 몰려오자 즉시 정문안쪽에 바리케이드가 쳐지고 방석모와 M16소총으로 무장한 위병들이 배치됐다.
『사전에 면회신청을 하고 상부의 허가가 있어야 들어갈 수 있다』는 위병장교에게 조사단이 『책임자가 나와서 답변하라』고 거세게 항의했으나 통하지 않았다.
김광일의원(민주) 등이 『우리가 물러나지 않으면 밀어내겠느냐. 이렇게 피하기만 하면 여론은 더 나빠진다』고 설득해도 소용이 없자 조사단은 30여분만에 돌아서고 말았다.
하루전인 10일 상오11시20분께는 민주당의 장기표 정강정책위원장,김문수노동위원장 등 당직자 46명이 「전국민을 감시통제하는 보안사는 해체하라」는 플래카드를 앞세우고 정문으로 들어가려다 모두 경찰에 연행됐다.
이들은 현역의원이 낀 조사단처럼 점찮은 대접을 받지 못하고 서너명은 연행과정에서 눈두덩이가 부어오르기도 했으나 「성역중의 성역」이던 보안사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는 의외성에 모두 상기된 표정이었다.
이틀간 보안사 앞에서 목청을 높인 사람들은 대부분 사찰대상자로 이들중 상당수는 과거 보안사에 「모셔졌던」 사람들이어서 만감이 교차하는듯 했다.
부대창설이래 처음으로 항의방문과 시위에 접한 보안사위병들은 『사진촬영금지구역』이라며 사진기자들을 밀어내다가 『시설물이 안들어가게 알아서 찍는다. 우리가 간첩인줄 아느냐』고 항의하자 더 제지하지 않았다.
정문의 소란을 창문틈으로 내다보는 요원들의 얼굴에는 당혹과 불만이 엇갈리는 듯 했다. 그들의 심정을 짐작할 수 있지만 『여기가 어디라고…』 『싹 쓸어다가…』하는 식의 「옛날 생각」이 남아있었다면 보안사의 「제2의 창설」은 요원한 일일 것이다.<신윤석기자>신윤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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