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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만사태와 미 국익/박창로 미 남가주대 객원교수(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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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만사태와 미 국익/박창로 미 남가주대 객원교수(특별기고)

입력
1990.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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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담금 압력」을 생각한다지난 8월 2일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이후 페르시아만의 긴장은 좀체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은 채 미국은 그들의 동맹국들에 강력한 경제적 봉쇄조치에 동참할 것을 호소하는가 하면,미군의 중동주둔경비를 분담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이 제안은 단순한 제안이 아니라 미국의 입장을 최대로 활용하여 강제성을 띤 압력으로 나타나고있다. 중동주둔경비의 분담을 주장하는 당위성은 이렇게 찾고 있다. 즉 미군이 중동에 주둔함으로써 이라크의 사우디 침공을 억제하고,이라크의 중동산유지역 장악을 사전에 봉쇄하여 이라크에 의한 중동산유지역에서의 유가결정에서의 주도권 장악을 막을 수 있게 된다. 이 결과로 원유가격이 낮은 선에서 안정이 되면 석유수입국가들은 큰 혜택을 보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혜택을 입게되는 나라는 당연히 미군의 중동주둔경비를 분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럴듯한 이야기다. 석유가의 인상에 따른 손익을 제쳐두고라도 미국을 비롯한 UN군의 중동주둔이 세계평화에 공헌하는 길이라면 그 비용을 분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 의문이 도사리고 있다. 과연 미국의 사우디 파병과 주둔이 세계평화 유지에 절대적인 것인지,아니면 미국의 국익에 보다 우선한 것인지도 생각해 볼일이다. 이미 보도된 바에 의하면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3일전부터 관련 정보기관에서는 이라크의 침공가능성이 아주 높아지고 있음을 보고했음에도 불구하고 백악관에서 이를 무시했다고 했다. 과연 백악관 당국의 무시조치가 단순히 정보의 신빙성이나 중요성이 간과되어 무시되었던 것인가,아니면 침공이 이루어지도록 모른체하고 있었던 것인가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부시 행정부는 그동안 재정적자 문제로 골치를 썩여왔다.

누적된 재정적자는 부시행정부의 큰 짐인 동시에,그의 정치적 지도력의 평가와도 직결되어 있다. 이런 형편에서 중동에서의 군사적 긴장은 국민의 관심을 돌리기에 아주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한편 이러한 정치문제외에도 지금 미국은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이전부터 경기침체의 우려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속에서 경기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야 할 시점에서 중동사태는 군수산업을 기점으로 경기가 진작될 수 있는 면도 적지 않다. 그 실례로 현재 이라크와 대치하는 가운데 사우디에 전투기 및 탱크 등을 판매하고 있다. 벌써 전투기 판매에서 50억달러를 넘어서고 있고 탱크판매를 위한 상담이 계속 진행중이다. 그리고 미 의회는 이미 91회계연도의 예산심의에서 미군의 중동주둔 1년경비를 1백50억달러로 계상하고 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앞으로 적어도 1년은 이라크의 쿠웨이트 철수여부에 상관없이 사우디에 주둔하겠다고 하는 그들의 의지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종합적으로 보면 미국은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을 핑계로 페르시아만에 장기적으로 주둔하면서 동시에 장사도 해 보자는 속셈이 있음을 읽을 수 있다. 이 부근은 단순히 필자의 가상이라고 제쳐놓고라도 미국이 주장하는 명분이 아무리 타당하다 해도 각국의 분담능력도 고려하지 않으면 아니된다.

과연 우리나라가 미국이 요구하는 정도의 분담금 지불능력이 있느냐 하는 점이다. 이미 금년 상반기의 무역적자가 10억달러선을 넘어섰고,9월 초순의 홍수로 인한 각종피해와 그에 수반된 극심한 물가의 상승,그리고 앞으로 불어닥칠 세계적 경기침체에 대처할 능력이 있는지도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이미 주식시장은 몇차례 붕괴직전에서 인위적이고 정치적인 조치로 억지로 떠받치고 있는 형편이며,지난봄 총체적 난국이라고 규정했을 만큼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안고 있는 이 마당에서 또 이와 같은 미군의 중동주둔 경비를 분담해야 한다니 눈앞이 캄캄해질 따름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중동문제가 아니더라도 극동에서의 공산적화를 막고 세계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연간 1백억달러에 달하는 국방비를 부담하고 있지 않은가? 남북간의 대치가 과연 한반도만의 문제였던가. 냉전체제속에서 미소의 대립이 극동에서 전개된 부산물이 아니었던가? 만약 우리에게 이와 같이 엄청난 국방비의 부담이 없다면 우리도 쾌히 몇십억달러라도 내어놓을 수도 있을 것이다.

중동경비의 분담은 우리군의 해외파병에 준하는 것이며,정식국교가 지속되어 왔던 우리의 우방국인 이라크에 대립하는 중대문제이므로 이는 행정부 단독으로 결정할 성질의 것이 아니라 국회의 승인을 얻어야 할 문제이다. 이 문제를 처리해야 할 국회는 잠만 자고 있으니 국회의 존재이유가 어디에 있는지도 묻지 않을 수 없다.

부시 행정부의 중동주둔군 경비부담 요청에 일본이 처음 10억달러를 내겠다고 했을 때 미 의회에서는 1백50억달러의 연간 부담액중에서 10억달러란 너무 적은 액수라고 트집을 잡고 위협을 하면서 끝내는 일본으로부터 더많은 액수를 부담하도록 만들었던 장본인이 바로 미 의회가 아니였던가? 미국 의회에서는 자국에 유리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는 판에 우리 국회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미국의 압력에 어쩔 수 없이 내린 분담금의 부담은 현재의 나라살림에도 그늘이 되려니와 중동사태 이후의 이라크와의 우방관계도 미묘하게 작용하여 큰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는지도 모른다. 후세인이 미군의 공격으로 존재가 없어지지 않는한 중동산유국내에서의 이라크의 발언권은 강화될 것이다. 그때에는 유전공급과 이라크의 건설진출에 대한 보복조치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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