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구 신임 국방장관은 10일 하오 국회 국방위원회에 나가 국군 보안사가 민간인 사찰사건과 관련해 큰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국민에게 다시 사과하고 보안사의 월권행위 방지와 해이된 기강을 바로잡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국회에 약속했다.사찰규탄대회가 정치적 시위로 변질돼 가고 있는 심상치 않은 정국상황 속에서 이 장관이 국회를 상대로 이같이 공약한 것은 비록 민자당 단독국회가 불법사찰행위에 대한 본질적 문제규명에는 미흡했다 하더라도,작지 않은 정치적 의의를 지녔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앞으로 보안사를 국방장관이 철저히 통제하겠다고 밝힌 대목은 보안사가 과거 정치인의 동향 등 사찰결과를 대통령에게 직보함으로써 생긴 보안사 이상 비대화현상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로 해석돼 건설적이고 전향적이었다고 보아진다.
보안사의 민간인 불법사찰행위가 근절되기 위해서는 우선 법률적 제도적 보완장치가 필요할 것이다. 이 장관은 보안사의 기능 및 임무는 군 및 군과 직접 관련이 있는 단체의 보안 및 방첩활동과 군사에 관한 첩보의 수집ㆍ처리활동 등으로 한계를 넘지 않겠다고 해 기능축소의 골격을 제시했다. 또 정부기관이나 민간단체에 대한 요원의 출입을 최대한 자제시키겠다고 해 기존 제도의 보안의사를 명백히했다.
국방부가 계속해서 보안사의 합리적 제도개선을 추진해 가야 하는만큼 일단 이 장관의 약속을 지켜보아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보안사를 비롯한 정보기관의 편법ㆍ불법행위가 법률ㆍ제도의 미비나 맹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운영과정에서 탈법ㆍ불법적 요소가 드러난 경우가 더 많았던만큼,앞으로 보안사 조직을 어떻게 운영해 나갈 것인가가 더 관심사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말썽이 난 민간인 사찰도 불법적으로 진행됐던 것이어서 의사만 있으면 언제든지 유사한 불법행위를 재개할 수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안사의 운영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보안사의 존재와 기능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은 그 어느 요소보다도 중요하다. 그런 맥락에서 이 장관의 지난 8일 상오 기자회견내용을 주목하는 사람도 많다. 이 장관은 이날 『보안사의 본연 임무와 기능이 약화돼서는 안된다.… 이번 일은 잘못 인식돼 오해가 많은 것 같다』는 요지의 말을 하는 등 듣기에 따라서는 보안사의 현기조를 옹호하는 태도로 해석될 발언을 했던 것이다. 이 장관은 하오에 가서 『보안사가 대민사찰의 권리도 책임도 없다.… 재발방지에 노력하겠다』는 내용으로 전환하는 신축성있는 자세를 보여 잠시 있었던 의아심을 씻어낼 수가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장관이 보안사에 대한 평소의 지론을 원론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것인지,안니면 대세의 요구에 부응해 개선의지를 굳히게 된 것인지 여부에 대해 아직은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싶다.
이 장관은 보안사의 분리ㆍ해체론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보안사가 군의 정치개입 즉 쿠데타의 미연방지 등 국기를 지키는 임무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방첩대로의 단순 회귀문제는 즉답으로 흑백을 가릴 것이 아니라 좀더 시간을 두고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가는 방식을 택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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