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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급변」 대응 개혁필요성 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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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급변」 대응 개혁필요성 절감”

입력
1990.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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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ㆍ소 전문가 「전환기 한반도정세」 대담/소,대한접근 북한과 사전협의/미­북 개선은 「북선의」 전제돼야/한반도 군축전 신뢰회복과정 필요□대담자

시거<전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아르바토프 <소 과학원 미ㆍ가 연구소장>

때ㆍ장소:9일 하오 신라호텔

한소수교에 이은 한중 및 일북한간의 관계개선 움직임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질서가 숨가쁘게 재편되고 있다. 한국일보에서는 때마침 서울을 방문중인 게오르기ㆍ아르바토프 소련과학원 미­캐나다연구소장과 개스턴ㆍ시거 전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차관보와의 대담을 통해 극적전환기를 맞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진단했다. 아르바토프소장과 시거 전차관보는 단국대 미소연구소 (소장 김유남교수)가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신라호텔에서 주최한 「페레스트로이카와 변환기의 한소 및 한미관계」라는 주제의 세미나에 참석차 내한했다.<편집자주>

◎소,대한접근 북한과 사전협의/미­북 개선은 「북선의」 전제돼야/한반도 군축전 신뢰회복과정 필요

­한소간의 국교수립으로 내년에는 양국 정상간의 상호교환방문이 성사될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고르바초프대통령이 내년 4월로 예정된 일본방문에 이어 방한할 가능성이 있는가.

▲아르바토프=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고르바초프대통령의 방한을 점치기는 아직 때가 이르다.

­고르바초프대통령의 방한을 실현키위한 협의가 양국간에 없었다는 뜻인가.

▲아르바토프=이제까지는 없었다.

­한소간 관계정상화와 관련해 북한관영 언론들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데…

▲아르바토프=그같은 논평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다. 북한지도자들의 생각은 다를 거라고 본다. 그들에게 한소수교소식은 놀랄만한 일이 못된다. 우리는 북한의 친구들과 한소정상회담이나 한소수교 등 쌍무문제들에 관해 사전접촉을 계속해오고 있다. 따라서 북한지도층은 이같은 사태진전을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으리라고 생각한다.

현재 북한언론에 나타나고 있는 감정적 긴장관계는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해소될 것이다.

▲시거=나도 같은 생각이다. 내가 작년 가을 평양을 방문했을때 느낀바지만 대부분의 북한지도자들은 급변하는 국제정세를 숙지하고 이에 적절히 대처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그들이 어떤 정책을 펼지는 미지수이다.

­북한이 일본과의 관계정상화를 꾀하면서 「조선은 하나」라는 종래의 정책을 슬그머니 바꾸는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시거=모름지기 평양에서는 그런 논의가 있었을 법도 하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북한지도층이 격변하는 국제정세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외교의 지평을 넓혀야 한다는데 공감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김일성이 살아있는 한 북한에서의 진정한 변화는 불가능 하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시거=그런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지금처럼 급변하는 시대에 한 개인이 대내외정책을 혼자서 말아먹을 수는 없는 일이다. 더구나 국가존망이 걸려있는 문제를 한사람이 좌지우지하도록 돼있지도 않다. 북한의 변화는 지금도 불가능한게 아니다. 많은 북한인사들도 개혁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걸로 안다.

▲아르바토프=동감이다. 북한은 이미 변하고 있다. 북한의 친구들은 새로운 현실감각을 갖고 있으며 심적변화를 겪고 있는 중이다.

▲시거=한마디로 개방과 개혁이 그들에게 이익이 되니까 그런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의 예측대로 일본은 대북한 관계에 있어서 미국을 추월하고 있다. 북한과 일본간의 급속한 접근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시거=평양과 동경간의 접근은 그리 놀랄만한 일이 못된다. 미국에 별다른 문제를 야기하지도 않는다. 나는 오히려 최근의 국제정세에 발맞춰 자신들의 외교영역을 넓히려는 북한의 태도를 주목하고 싶다.

­북한과 일본과의 관계개선 움직임이 조만간 미ㆍ북한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 않은가.

▲시거=워싱턴과 평양간의 관계도 멀지않아 개선되는 방향으로 나갈 것으로 본다. 다만 미국은 북한과의 관계증진에 있어서 「호혜주의」(Reciprocity)를 강조하고 있다. 즉 북한이 미군유해송환ㆍ핵안전협정가입ㆍ테러포기선언 등의 성의를 보일 경우 미국도 북한에 대한 금수조치해제ㆍ외교접촉수준격상ㆍ통신개설 등의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방침이다. 명백히 할 것은 미국정부는 대북한 관계정상화조치를 취함에 있어서 한국정부와의 사전협의없이 독단적으로 행동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미소간의 신데탕트무드와 한반도 주변정세의 변화로 남북한간의 군축협상 분위기가 점차 무르익고 있다. 남북한간에 실질적인 군축내지는 군비통제를 기대할 수 있다고 보는가.

▲아르바토프=물론 가능하다. 그러나 남북한이 각각 다른 동맹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그들만의 협상으로는 실질적 군축이 어렵다. 나는 한반도에서의 군축이 복잡한 침공 시나리오가 얽혀있는 유럽에서보다 쉬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극동에서의 군비경쟁은 이미 끝났다. 소련의 위협도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새로운 정치적 사고만 있으면 한반도에서의 군축은 결실을 보게될 것이다.

▲시거=언젠가는 군축이 있어야 한다. 이 지역에서의 군축이 꼭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다만 그런 단계에 이르기 전에 남북한은 상호 서신교환이나 인적교류등 신뢰회복 과정을 거쳐야 한다.<이상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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