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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난 속의 인력난/곽수일 서울대 경영대교수(경제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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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난 속의 인력난/곽수일 서울대 경영대교수(경제진단)

입력
1990.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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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급괴리 해소ㆍ기업의 양성노력 시급지난 추석연휴를 지낸 우리나라 제조기업들의 관심사중 하나는 고향에 갔다 돌아오지 않는 근로자들이 얼마나 되느냐이다. 혹시라도 돌아오지 않을까봐 선물도 주고 버스도 대절해 주었는데 그래도 회사로 돌아오지 않는 근로자가 늘고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요사이 제조업을 하는 기업인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도대체 그 많던 사람이 모두 어디에 갔는지 아무리 사람을 구하려해도 충분한 생산인력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생산현장의 기능인력난으로 섬유업계에서는 외국에서 주문이 들어 오더라도 사절해야만 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한편 기술이나 연구에 필요한 고급인력에도 심각한 부족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 예로 전자업계의 경우 관련학과 대학졸업생이 업계의 수요를 따르지 못해 기업들이 연구개발에 필요한 고급인력 충원계획을 취소하거나 축소조정하는 진통을 겪고 있다고 한다. 이는 요사이 자주 거론되고 있는 대졸취업난과는 오히려 반대되는 현상이라고 하겠다.

이러한 인력난의 원인을 일부 기업에서는 힘들고 손때묻고 위험한 일을 기피하는 오늘날 근로자들의 직업관의 변화로 돌리고 있다. 그러나 이는 1차적으로 인력난을 겪고있는 기업자체에 그 책임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제까지 우리기업은 풍부한 노동력의 공급을 전제로 사업을 하는데 익숙해왔다. 사실상 몇년전까지만 해도 새로운 노동력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추가로 채용할 수 있는 여건이었던 것이다.

그 결과로 기업에서는 기능인력의 자체양성등 중장기적 관점에서의 인력개발 보다는 단기적이고 즉흥적인 인력수급에 치중했다. 더욱이 작년에 서비스부문의 평균임금은 제조업에 비하여 1.3배에 이르고 있어 그렇지 않아도 타직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근로조건을 가지고 있는 제조분야는 취업기피 현상까지 나타나게 된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 비추어 볼 때 기업에서는 기능인력부족의 원인을 직업관의 변화에 두기 보다는 이들 기업이 필요한 근로자를 확보할 수 있는 경쟁적 위치에 있지 못하다는 것을 먼저 인식하여야 한다. 실제로 종업원을 구할 수 없다고 하는 기업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근로조건이 타기업에 비하여 취약한 기업이고,반대로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지불하고,복지후생도 좋은 기업일수록 인력난을 문제로 삼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고급인력 부족의 원인은 인력개발의 차원에서 학교교육과 산업수요의 괴리에서 찾을 수 있다. 즉 우리 사회의 높은 교육열에 힘입어 고학력 근로자는 계속 배출되고 있으나 생산현장의 인력수요는 저학력 근로자에 집중되고 있고,임금체계 등 사회구조의 모순으로 인하여 고학력 인력 중에서도 산업이 필요로 하고 있는 전공자의 배출이 그 비율상 불균형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소위 풍요속의 빈곤상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인력공급의 부족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차원에서의 정책적 대응과 함께 기업의 새로운 인력활용방안이 부수되어야 한다.

우선 정부에서는 인력개발이 장기적 시간을 요하는 과제라는 점을 감안하여 기수립된 산업인력 수급대책을 과감히 추진해야 한다. 즉 절대적으로 부족한 기능직 인력공급 방안으로는 직업훈련의 강화와 공업계 고교의 증설 등이 강력히 실시되어야 할 것이다. 동시에 유흥음식점등 서비스 부문의 고용확대를 정책적으로 억제해야 한다. 또한 분야별로 부족한 고급인력에 대처하기 위하여 수도권 이공계 대학의 정원 확대를 관철하여야 할 것이다. 현재 전자관련업계의 주장으로는 비교적 수준이 높은 수도권 대학의 전자공학과 정원을 현재의 10배로 늘려도 모두 채용이 가능할 것이라 한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경제발전의 장기적 변수로서 가장 중요한 인력개발계획의 적극적 추진을 통해 우리경제가 국제경쟁력을 상실하지 않고 다시 도약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기업에서는 크게 세가지 대책을 강구할 수 있겠다. 첫째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인력의 효율적 활용을 위하여 조직계층의 단순화작업을 통해 중복되어 있는 인력을 활용하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하겠다. 둘째로는 중고령자의 고용을 확대하고 이들의 인사관리제도를 새로이 정립하여야 하겠다. 셋째로는 여성의 고용을 위한 제반 대책이 강구되어야 하겠다.

특히 이러한 노력에서 기업이 명심하여야 할 것은 이제부터는 인력난 해결을 위하여 근로자 위주의 관리가 선행되어야지 과거와 같은 사용자 위주의 관리시대는 지났다는 것이다.

기능직 인력이든 고급기술직이든 단시간내에 이들을 양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미 늦은감이 있지만 지금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지지부진하면 이는 경제성장의 문제가 아니라 조만간 외국으로부터의 인력수입 등으로 더욱 복잡한 사회문제로 비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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