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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만 동료맹인의 등불 20년/서울시민대상받는 육병일 점자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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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만 동료맹인의 등불 20년/서울시민대상받는 육병일 점자도서관장

입력
1990.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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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재로 69년 도서관 설립/점자자료 본격 개발 보급/집까지 팔아 운영… “정책배려 아쉬워”한국일보사와 서울시가 선정한 제2회 서울시민대상수상자인 육병일 한국점자도서관장(61)은 자신과 같이 빛을 잃은 시각장애인들에게 점자도서를 통해 제2의 광명을 비춰주기위해 평생을 바쳐왔다. 3살때 홍역후유증으로 실명한 육씨는 각고의 노력끝에 지난69년 12월 서울 종로5가에 사재를 털어 8평짜리 사무실을 임대,한국 최초의 점자도서관을 설립한 뒤 20여년동안 시각장애인들에게 자활의지를 심어주고 각종 점자도서와 자료를 본격적으로 개발ㆍ보급하면서 15만 시각장애인들의 정신적 지팡이가 되었다.

74년8월 서울 강동구 성내동 135의3 현재의 자리로 옮긴 점자도서관에는 육씨가 하나 둘 모은 점자도서 6천2백여권,녹음도서 5천5백여종,정기간행물 2천여권 등 1만3천7백여권의 점자도서가 소장돼있다.

육씨는 점자도서관설립 3∼4년만에 점자도서구입,점역비용 등으로 부모가 유산으로 남긴 땅을 판돈 5천만원을 모두 쓰고도 모자라 살던 집까지 팔아야 했다.

육씨는 월 7백여만원에 달하는 인건비 등 점자도서관 운영경비를 마련하기위해 시간나는대로 공공기관이나 사회단체를 찾아다니며 도움을 요청해왔으나 올해들어서부터는 한계에 달해 어려움을 겪고있다.

육씨는 시각장애인들의 대출신청이나 무료우편대여 희망이 많은 문학 종교 의학분야의 점자도서를 늘리지 못하는것을 가슴아파하고 있다.

71년부터 점역사를 두고 성경 20권 동양의학대전 9권 동의보감 10권을 비롯,침술 역술 안마시술관련서적 찬송가 시집 등을 발간해오고 있으나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점자도서관에서는 시각장애인들을 가정속의 고립에서 사회로 끌어내기 위해 매년 통신공사의 후원으로 점자전화번호부 3천여부와 지하철안내서 9천여부도 제작,시각장애인이 있는 기관이나 가정에 무료 보급하고 있다.

육씨는 사고로 장애가 발생하는 중도시각장애인들이 실명에 따른 자포자기와 좌절을 딛고 사회에 적응할수 있도록 85년부터 무료상담실을 운영하면서 대부분 외국제품인 장애인의 생활용구까지 직접 들여와 실비로 필요한 사람에게 제공,자립기틀을 마련해 주고있다.

육씨는 89년3월 시각장애인 24명과 함께 「광명라이온스클럽」을 결성,불우청소년돕기,나환자촌방문 등 봉사활동을 통해 사회로부터 도움을 받는 입장에서 탈피,「우리도 남을 돕는다」는 자긍심속에 소외된 이웃과 애환을 함께 하고있다.

현재 성내동의 60평짜리 점자도서관부지도 공안과에서 선뜻 내놓은것인데 육씨는 도서관을 독립건물로 세우는 것이 소망이다.

부인 장순이씨(55) 차남 근대씨(38)와 함께 점자도서관일에 헌신하고 있는 육씨는 『현재 1대뿐인 이동점자도서관(봉고차)도 늘리고 점역업무도 본격적으로 하려면 개인차원이 아닌 국가의 정책적인 배려가 아쉽다』고 말했다. 외국의 경우 점자도서관은 국가가 설립,운영하며 개인이 이 사업을 할 경우 60%이상의 국고보조가 이루어지고 있다지만 육씨에게는 그야말로 먼나라 얘기일뿐이다.

서울시민대상수상 소식을 들은 육씨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일해야한다는 소명감으로 조그만 일들을 해왔을 뿐인데 서울시민을 대표해 큰상을 받게돼 부끄럽다』면서 『상금으로 점자도서관의 내실을 확충할 수 있게돼 기쁘다』고 말했다.<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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