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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0.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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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아시아경기대회의 선수촌이 들어선 지역은 북경시의 북쪽 변두리로 그 이름도 북교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잡초가 우거진 허허벌판이었다는 이 지역은 북경아시아경기대회를 치르면서 고층아파트ㆍ고급호텔ㆍ국제회의장ㆍ현대식 경기시설이 들어선 북경의 별천지로 바뀌었다. 아운촌이란 이름으로 불린 선수촌은 대회를 마친 뒤에는 외국인 전용 임대 아파트촌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선수촌 바로 옆에는 한국의 진로그룹이 운영하는 한식식당이 자리하고 있었다. 북교지역이 개발되면서 문을 연 진로식당은 대회기간중 선수단ㆍ취재기자ㆍ관광객 등 아운촌을 오가는 한국인이 많이 이용했지만 대회 후에는 외국인 아파트에 입주하는 북경 거주 외국인을 겨냥한 것이었다. 그런데 북경아시아경기대회가 개막되자 진로식당의 강력한 라이벌이 등장했다. ◆길 하나 건너 골목길에 류경식당이란 이름의 북한 음식점이 대회 개막일(9월22일)에 때맞추어 문을 연 것이다. 2명의 공훈요리사를 비롯하여 남녀 종업원 전원을 평양에서 데려왔다는 류경식당은 북녘음식의 제고장맛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라는 짐작만으로도 호기심을 부추기기에 충분했지만 음식값이 쌌다. 서울의 곱배기보다도 양이 더많은 1백g짜리 냉면 한그릇에 한국돈으로 5백원,가장 비싼 요리인 신선로가 5천원 정도였다. △여기에 저녁이면 밴드가 음악을 연주하고 여가수가 노래를 부르고 디스코를 함께 추기까지 했다.한국인 여행자들이 저마다 전날밤에 평양 아가씨를 옆에 앉히고 인삼주,뱀술을 들며 북경의 밤을 즐겼노라고 자랑할 정도로 유경식당은 밤마다 붐볐다. 이러다간 진로식당이 류경식당과의 경쟁에서 밀릴 것이 너무도 분명했다. ◆그런데 호황을 누리던 류경식당은 북경아시아경기대회 폐막 하루전 예고도 없이 간판을 내리고 문을 닫았다. 평양서 온 종업원도 종적을 감추었다. 대회개막일에 문을 열고 번창하다가 폐막 하루전에 문을 닫은 류경식당은 영락없이 첩보영화의 한토막이어서 뒷맛이 씁쓸했는데 북경아시아경기대회에 출전한 북한선수단의 동정도 이 「류경식당」과 비슷한 점이 퍽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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