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간 포옹 뒤에야 맺힌 한 쏟아내/이 감독 부자 평양서 극적 상봉6ㆍ25 때 아버지와 헤어진 전 축구 국가대표팀 이회택 감독이 10일 밤 9시 평양시내 고려호텔에서 부친 리용진씨(63)와 감격적인 해후를 했다.
통일축구 참관을 위해 한국선수단과 함께 평양을 방문중인 이 감독은 6ㆍ25 때 부친과 헤어진 뒤 40년 만에 극적인 상봉을 했다.
이 감독은 부친과의 상봉을 위해 서울에서 가족사진ㆍ선물 등을 준비했다.
두 손을 만지작거리며 계속 문쪽에 눈길을 주고 있던 이용진씨가 벌떡 일어났다.
『회택이 아니냐. 회택이구나』 삼촌 리용복씨(58)도 달려와 이회택 감독을 부둥켜 얼싸안았다.
10일 하오 9시 고려호텔 2층 회의실. 아버지와 삼촌보다 늦게 홀에 들어온 이 감독은 한꺼번에 다가온 아버지와 삼촌에 안겨 어쩔 줄을 물라했다. 기억조차 희미한 아버지 얼굴이 현실로 다가오지 않았기 때문.
40년 만의 부자상봉은 아들을 한눈에 알아본 아버지의 오열과 어슴프레한 기억 속에서 방황하던 아들의 생경함으로 더욱 아픈 장면이 계속되었다.
감정이 복받친 아버지는 울음을 터뜨리며 한동안 말문을 열지 못하다가 띄엄띄엄 한마디씩 말을 이었다.
『회택아 이게 40년 만이구나』
『예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야 회택아 다시한번 보자』
고려호텔 2층 회의실은 이산과 상봉의 아픔이 진하게 퍼져 있었다. 6ㆍ25전쟁 때 의용군으로 나섰다가 북쪽으로 간 아버지와 5세 때 생이별,얼굴 한번ㆍ목소리 한번 보고 듣지 못하고 40년을 살아온 아들의 만남은 당초 9시로 예정됐으나 아버지가 시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황해북도 신개군 정봉리 집단농장에서 일찌감치 달려오고,고려호텔에 묵고 있는 이 감독도 만날 시간보다 3분 미리 나와 이들의 만남은 8시57분에 이루어졌다.
부자는 3분간의 억센 포옹으로 40년의 한을 풀고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아버지를 알아보겠느냐』
『할아버지와 똑 닮았습니다. 알아보겠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야 우리야 덕분으로 행복하게 산다. 한민족인데 왜 못만나겠느냐. 생각은 했다만 그러나 이렇게 만나게 되다니…』
『할아버지는 6ㆍ25 다음 다음해 돌아가셨습니다. 돌아가실 때까지 즐거울 때나 슬플 때나 아버지 얘기만 했습니다』
『자식 걱정으로 편히 가시지도 못했겠구나』
부자는 그제서야 일가친척의 안부를 주고받았다.
그리고는 하루면 오고갈 수 있는 길이 40년 만에 이어진 것을 원망하기도 했다고 이야기하면서 아버지는 아들의 손을 꼭잡고 어루만지고 또 어루만졌다.
이날의 부자상봉은 국가대표축구팀 감독이었던 아들 이씨가 지난해 싱가포르의 이탈리아 월드컵 최종예선전 때 북한의 박두익 감독에게 아버지 생사확인을 부탁,생존을 확인하면서 실마리가 풀렸다.
이 감독은 박 감독으로부터 아버지 사진과 편지를 건네받았고 남북통일축구대회 평양 개최와 맞물려 감격적인 상봉을 하게 됐다.
○…서울에서 발행되는 신문들이 10일 저녁 7시께 판문점을 통해 행낭편으로 처음 한국선수단이 묵고 있는 고려호텔에 도착하자 북측 기자들은 『우리도 1면에 대서특필했는데 서울서 발행되는 모든 신문들도 크게 다뤘구만』 『이번에 온 기자들은 매우 사실에 근거하여 보도했구먼』이라고 칭찬.
북측 기자들은 한국 기자들의 보도내용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면서 『서울이 신문보도를 잘하고 있는 모양』이라며 안도하는 모습들.
○…황해북도 신계군에 살 고있는 아버지 리씨와 양강도 혜산시에 사는 이 감독의 삼촌 리용복씨는 이 감독이 평양에 도착한 9일 밤 숙소인 고려호텔에 와 있었으나 남북 실무자들간의 이견으로 만남이 하루 늦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밤 8시57분부터 이루어진 만남은 5분간 공개된 후 기자들을 다 내보내고 남북한 관계자 한명씩만 배석시킨 뒤 계속됐다.
이어 30여분 뒤 부자 만남은 다시 기자들에게 공개됐고 15분간의 기자회견 후 이들은 다시 문을 닫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날 기자회견중 리용진씨 형제는 말의 앞부분에 「친애하는 김일성 수령의 배려로」 등을 붙인 경우가 많았는 데 비해 이회택씨는 『도와준 모든 분들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가는 날까지라도 함께 먹고 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회택씨 부자는 이날 밤 10시35분까지 1시간38분 동안 대화를 나눈 후 일단 이 감독이 묵고 있는 고려호텔 22층 21호실에 들어가 문을 닫고 얘기를 계속했다.
이들은 함께 이날 밤을 보낸 뒤 11일 아침까지 같이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감격적인 상봉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회택 감독은 『아버지와 삼촌을 만나 대단히 기쁘다』며 소감을 밝히고 『이를 계기로 1천만 남북 이산가족이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이 감독은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벌어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전 때 북한의 박두익 감독이 아버지와 삼촌의 사진을 건네주었기 때문에 오늘 아버지를 한눈에 알아보았다』며 『오로지 가는 날까지 함께 먹고 자면서 오랜 시간 함께 있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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