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ㆍ정부 “거대 독일경계” 목청/유럽 강국 지위 흔들릴까 우려/“독일ㆍ동구 밀착땐 파경” 유럽통합 강조분단 45년만에 역사적인 통일을 이루어 또다시 유럽의 최강국으로 등장한 통일독일에 대해 이를 바라보는 프랑스의 눈길은 불안에 가득차 있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독일통일을 전하는 프랑스 언론들의 표제는 경계심과 우려 일색이다. 「주의! 프랑스,대독일에 직면」(피가로매거진),「프랑스의 불안,어떤 독일이 태어날 것인가」(르포엥) 등등.
뿐만 아니라 지난 9월17일 제56차 독불 정상회담에 참석한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은 대독일에 대한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
『역사가 결정되는 것은 인구수도,땅넓이도,도시도,군대의 수도,경제력도 아니다』 그러나 미테랑의 이 역설적인 발언은 독일통일의 한 원동력이 된 서독의 경제력이 그대로 국제정치의 장에 투사할 수 있었다는 프랑스의 불안을 대변하고 있다.
최근 프랑스의 대외무역정책에 반발,유럽장관직을 사임한 크레송 여사는 『한나라의 비중은 경제력에 연결된다』고 단언했었다. 그녀는 작년 11월9일 베를린장벽 붕괴후 프랑스는 때로는 멋대로 폭주하는 독일의 통일 열정에 압도됐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물론 미테랑 대통령은 평화적이고 민주적인 통독에 겁낼게 없으며 처음부터 통독을 「분명한 것」으로 간주해 왔다면서 자신이 추구해온 정책과 태도에 대한 비평에 놀랐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1백년간 3차례에 걸쳐 독일에 점령되는 수난을 겪은 프랑스로서는 폴란드와 함께 통독에 가장 우려를 느끼고 있는 국가이다.
물론 독불관계는 드골아데나워시대의 화해에서 지스카르슈미트시대를 거쳐 깊은 선린의 유대를 맺어 왔다. 합동군사위가 설치되고 5천명 규모의 혼성여단이 창설됐으며 이는 장래 양국 통합군의 모태인 것으로 찬양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평온한 관계는 작년이전 유럽 구질서시대의 것이다. 이제 통독과 냉전종식,동구권 붕괴는 유럽방위 서구통합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차원에서 독불관계의 변화를 강요하고 있다.
지난 45년간 독일분단으로 세계적 열강의 지위를 누려온 프랑스는 언제까지나 강대국으로 행동할 수 있다고 믿어왔으나 유럽재편성 과정에서 특히 통독이 제3의 정치강국으로 등장함에 따라 깊은 충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프랑스의 대응은 독일을 서구의 틀에 묶어두려는 것이다. 때문에 프랑스 지도자들은 언제나 통독과 유럽통합의 동시추진을 역설했었다. 이제 프랑스는 통독이 됐으므로 독일이 유럽건설에서도 매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하고는 있으나 내정문제를 들어 독일이 이를 천연시키지 않을까 우려한다.
특히 독일이 전통적으로 가까웠던 동구쪽으로 경사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물론 안심할 요소는 있다. 서구는 독일의 큰 시장이고 소련은 프랑스에 비해 20분의 1에 불과한 시장일 뿐이다.
그러나 양호하고 좋은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불만이 남는 이유는 지난 1년간 국제환경 변화와중에서 양국의 공동대응이 그 취약성을 노정한 때문이다.
프랑스가 누누이 강조한 현존 독ㆍ파 국경선인 오데르 나이세선 인정에 넉달이 걸렸으며 보다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압력을 콜이 과도한 것으로 여겼다는 것이다.
또 2+4회담에서 프랑스는 국경선문제가 최종적인 것이 되도록 통일독일에 국제법상의 효력이 있는 협정에 서명하도록 요구했다. 이와 함께 통일독일의 화생방무기 포기도 끈질기게 요구했다.
결국 현재로선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독ㆍ불은 유럽건설에 동참할 것으로 보이지만 만약 동구때문에 독일의 약속이 흔들린다면 독불 커플은 파경에 이를 것이란 진단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신뢰의 문제는 이달말 로마서 열리는 유럽경제통화동맹(UEM)회의서 드러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독일에는 폴 연방은총재등 경제적인 면에서 유럽통화동맹을 반대하는 세력이 있다.
그러나 동서독의 통화통합처럼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는 것이 미테랑 대통령의 견해이다.
보다 근본적인 프랑스 대중들의 의문은 독일이 서독 45년간 그 내부의 「악마」로부터 면역됐느냐의 여부이다.
전체주의에서 민주주의로,봉건적 질서에서 의회민주주의로 가는 도정에서 급작스럽게 이루어진 동독인들과의 혼합으로 예상치 않았던 무슨 일이 일어날까 불안해 하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지울 수 없는 과거가 있다. 오늘날 독일은 학급최고의 우등생이지만 가장 멍청한 짓을 한 것도 독일이었으며 한나라 전체가 문명의 궤도를 이탈한 것도 바로 독일이었다』
지난 88년 11월10일 독일연방의회 의장 필립ㆍ예닝거는 매우 노골적인 발언으로 나치즘의 대두과정에서 대다수 독일인이 보여준 열광을 상기시켜 파문을 일으킨 끝에 결국 사임했다. 유대의 랍비 갈린스키는 새 독일헌법에 대량학살의 언급을 요구했으나 묵살됐다. 『독일인은 과거의 죄악을 알고 있으나 안쓰는 것을 선호한다. 아직도 그들은 자신에 대해 어느 정도 두려움을 가진 것처럼…』 르포엥에 실린 오디베르의 지적이다.<파리=김영환특파원>파리=김영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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