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권 큰 반발 이라크엔 철군불가 명분 제공/「팔」인 시위격화 불씨…미등 서방국 입장 곤란동예루살렘에서 8일 발생한 팔레스타인 유혈사태는 34개월째 계속되는 팔레스타인 독립투쟁(인티파다)의 타는 불에 기름을 붓고 더 나아가 장기전에 들어간 페르시아만 사태를 전혀 새로운 국면으로 몰고갈 수도 있는 중대한 사건이다.
3백명 이상의 사상자를 낸 이번 사건은 지난 67년 제3차 중동전 이후 예루살렘에서 발생한 최악의 유혈사태이며 앞으로 이스라엘 점령지구에서의 팔레스타인 투쟁을 더욱 격화시키는 불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당국도 이를 우려,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ㆍ골란고원 등 점령지구에 전면적인 통금조치를 실시했으나 이미 가자지구에서 대규모 폭동이 발생,아랍인 2명이 숨지는 등 팔레스타인 항쟁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이번 사건이 쿠웨이트 철수문제를 이스라엘의 아랍점령지 철수와 연계시켜야 한다고 주장해온 이라크의 명분을 한층 강화시켜줌으로써 대 이라크 응징에 나선 미국등 서방국가들의 입장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는 것이다.
유엔안보리는 8일 이번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정기회의를 중단했으며 예멘ㆍ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ㆍ리비아 등 아랍 강경국가들은 유엔이 이번 사태를 규명할 진상조사단을 파견하자는 결의안을 제안하는 등 외교공세를 펴고 있다.
이들은 유엔안보리가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사태와 관련,취했던 단호한 조치를 이번 사태에도 공평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같은 논리는 많은 회원국들의 동조를 받고 있다.
심지어 프랑스ㆍ소련ㆍ중국 등도 이스라엘의 조치를 개탄하면서 팔레스타인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절한 조치를 촉구하고 나서 앞으로 유엔안보리의 대응이 비상한 관심을 사고 있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자제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으나 유엔안보리의 어떠한 결의안 채택에도 반대할 뜻을 비쳤다.
이렇게 될 경우 미국은 아랍권의 강한 반발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 페만사태에 공동 대처해온 서방국가 및 온건 아랍국가들과의 연합전선에도 심각한 균열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아랍권의 대의를 배반했다는 비난을 감수하면서 미국과 보조를 같이해온 사우디ㆍ이집트ㆍ시리아 등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미국이 이스라엘 점령지문제 해결에 보다 분명한 태도를 취하도록 압력을 넣을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이번 사태는 결과적으로 페만사태로 한때 세계의 관심권에서 소외됐던 이스라엘 점령지내 팔레스타인 문제를 새롭게 부각시키는 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점에서 이스라엘은 이번 사태가 국면전환을 노린 이라크의 배후조정에 의해 촉발됐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사실 그같은 개연성은 배제할 수 없다.
이라크는 그동안 페만사태에 이스라엘을 끌어 들이려고 부단히 노력해 왔다.
사담ㆍ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지난 8월 이라크의 쿠웨이트 철수문제를 이스라엘의 아랍점령지 철수문제와 연계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최근에는 서방의 경제봉쇄가 이라크를 위기에 빠지게 한다면 이스라엘을 공격하겠다고 위협해 왔다.
때문에 이라크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대 서방 선전전 차원이상으로 이용할 가능성도 있다.
이라크를 응징하기 위해 군사ㆍ외교적 총력을 기울여온 미국은 이제 팔레스타인문제라는 또 하나의 힘겨운 짐을 지게 됐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이 이같은 팔레스타인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현재의 페만사태는 전혀 새로운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배정근기자>배정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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