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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이 얻고자 하는 것/박무 경제부차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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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이 얻고자 하는 것/박무 경제부차장(메아리)

입력
1990.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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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파문에 단식투쟁이 겹치면서 정국이 한단계 더 경색됐다. 경제를 걱정하면서 정국안정을 고대해온 많은 사람들이 실망을 금치 못하고 있다. 4당체제에서 3당통합으로 이어지며 몇년째 계속되고 있는 만성적인 정국불안에 실망을 거듭한 상당수 국민들이 이제는 체념,절망을 넘어 정치인들에 대한 노골적인 혐오감까지 내보이고 있다. 민생불안을 야기하고 경제를 해치는 수준이하의 저급 정치를 언제까지 보고 있어야 하나 하고 한탄하는 사람들도 많다. 바깥세상은 역사가 새로 씌어지고 지도가 바뀌는 일대 지각변동을 일으키면서 급변하고 있는데 안에서는 달팽이처럼 좁아터진 소견머리로 하잘 것 없는 명분과 이해관계에 집착해서 파벌싸움에 골몰하고 있는 양상이다.1백여년전 구한말 때 정치한다는 썩은 선비들이 청국을 등에 업은 세력과 친일파,아라사파로 편을 가르고 혹은 수구파와 개화파로,또 대원군파와 민비파로 갈래갈래 편을 나누어 파벌싸움에 골몰하면서 나라를 망쳤던 일을 회상하는 사람들이 많다. 남들은 세계적인 시류의 변화를 수용해서 갈라진 조국도 통일시키고 체제개혁으로 역사도 바꾸고 새로운 국가건설에도 나서는데 우리만 좁은 반도의 한쪽 귀퉁이에서 사생결단의 당파싸움에 세월을 다 보내고 있다는 비난들이다. 치욕스러운 한말상황과 다를게 뭐 있느냐는 얘기다.

88올림픽때 까지만 해도 『우리의 1년은 세계의 10년』이라며 눈부신 변화발전을 자랑스러워 했었는데 지금은 1년이 10년으로 느껴질만큼 세계가 급변하고 있는데 우리는 오히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1백년전의 상황을 재연하고 있는듯한 모습이다. 안되는 일은 모두 정치탓으로 돌리고 모든 책임을 정치인들에게만 덮어씌우는 것도 무리라고 할 수 있지만 경제쪽에서만은 당파를 초월해서 정치인들이 힘을 모아주기를 바라는 것이 국민들의 일반적인 바람이라고 할 수 있다. 독일의 통일이나 소련ㆍ동구의 체제개혁같은 세계사의 지각변동이 모두 경제에서 비롯된 것이고 우리의 경우도 경제가 안되면 민주화도 통일도 전부 공염불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최소한 경제에 해독을 끼치지 않을 정도의 정치수준은 확보돼야 한다. 만성적인 정치불안과 인플레가 겹치면 무쇠도 녹일만큼 무서운 파괴력을 갖는다는 것이 남미의 교훈이다. 정국불안이 인플레를 수반하면서 장기화되는 남미적 병증이 우리나라에도 벌써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에 경각심을 가져야 할 상황이다.

국회문을 닫아 놓고 단식투쟁을 하면서 또 계파간 음해와 암투를 벌이면서 궁극적으로 얻어 가지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그것이 국민이 원하는 것이고 나라발전에 거름이 될 것인지를 거듭해서 곰곰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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