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색한 「변명」… 이중외교 드러내”/“당정분리”는 책임회피/본격 수교논의 앞선 사전정지 의구심/미와 공동보조로 일 독주는 일단 제동가네마루(김환신) 전 일본 부총리가 지난 8일 잠시 내한,청와대에서 노태우 대통령과 만나 일북한 수교교섭 합의를 비롯한 자신의 방북 결과를 「해명」했음에도 불구,정부는 일본의 대북 접근과 관련한 일련의 행보에 대해 경계의 시각을 풀지않고 있다.
가네마루씨의 이번 방한은 북한 주석 김일성과의 묘향산 회담,북일수교논의 내용 및 배경과 관련해 당초 한국측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부분에 대해 사후해명을 하기 위한 목적이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가네마루 씨가 2시간여에 걸쳐 행한 장황한 「해명」은 엄밀히 말해 해명보다는 「변명」에 가까웠다는 것이 외교가의 일관된 반응이며 여전히 일본의 「이중적」인 외교행태를 여실히 드러내 보였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가네마루 씨의 해명은 결국 우리측이 기대했던 납득할 만한 이해를 생산해내지 못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북일 수교협상을 본격화하기에 앞서 사전정지작업의 차원에서 의도된 정치적 계산이 강하게 담겨져 있다는 의구심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설득력이 떨어진 그의 해명은 크게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즉 ▲「전후 45년에 대한 배상」과 관련된 표현은 정치적 차원에서 고려된 것이지 실제적인 배상을 의미하는 게 아니며 ▲「조선은 하나」라는 대목은 한국이 분단 이전에 통일국가였고 앞으로 통일국가가 될 것이란 인식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북한의 수교협상 제의를 받아들인 것은 통신사정이 여의치 못해 본국 외무성과의 협의가 원활하지 못했기 때문이며 ▲북일 수교문제는 김일성과의 묘향산 회담에서 거론된 것이 아닌 3당간의 협의과정에서 북측이 제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북일간 합의사항이 이미 공동선언이란 형식으로 명문화됐음을 감안한다면 향후 교섭과정에서 얼마든지 북측의 의도대로 해석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는 것이다.
가네마루 씨의 설명대로라면 정치적 의미에서 과거배상의 범위를 확대한 것이니 협상과정에서는 규모의 합리적 조정이나 축소가 가능하다고도 볼 수 있겠으나 또한 이를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을 것이란 지적 역시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아무리 「당차원의 합의」를 전제한다고 해도 정부간의 수교교섭 과정에서 이 원칙이 도외시 될 수는 없다는 점에 우리측은 유의하고 있다.
「통신사정 때문…」이라는 해명 역시 궁색한 변명으로 들리기는 마찬가지다.
내각책임제 정부에서의 집권 자민당은 그 책임성과 관련해 엄연히 내각과 따로 떼어놓고 설명될 수 없음에도 가네마루 씨는 스스로 당과 정부를 분리시킴으로써 「책임회피」의 인상을 짙게 풍겼다. 국교정상화문제같은 국가적 중대사안에 대해 단지 통신사정이 여의치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본국 정부와의 충분한 협의가 결여됐다는 주장은 그 자체가 매우 무책임한 언급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특히 그가 일본정부와 자민당의 막후실제인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한 것이다. 그는 더 나아가 『한일 우호관계를 중시하는 나의 인품을 믿어달라』면서 『북 보다는 한국이 우선』이라는 정치적 수사까지를 곁들였다.
그런가하면 『돌파구 마련의 일념에서…』,『한국의 머리를 넘어 상의하는 인상을 준 것같아 미안하다』는 등 자신의 오버페이스를 시인하고 나름대로 사과의 뜻을 표시하기도 했으나 이는 문제의 본질적 조정과 기존의 한일관계에 입각한 실질협의를 주문하는 우리측 기대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고 밖에 볼 수 없을 것 같다.
정부차원의 공식적인 입장에서 문제에 접근하고자 하는 우리측 요구에 대해 일측은 정치적인 제스처를 주로 활용,당과 정부의 2원적 접근을 정당화해가며 양면포석으로 대응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최호중 외무장관은 8일의 국회 외무통일위에서 『앞으로 일 정부가 「정당과의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2중적 자세를 보이는 경우에는 단호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정부는 북일 수교논의와 관련한 5개항의 원칙 및 기본입장을 제시,향후의 북일간 협상과정에서 우리측이 「간접참여」 할 수 있도록 나름의 발언권을 확보해 놓았다.
요컨대 ▲한일정부간의 충분한 사전협의 ▲남북대화 및 교류의 의미있는 진전과의 연계 ▲북한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안전협정가입이 북일수교에 전제돼야 한다는 점 ▲수교 이전의 배상ㆍ경협이 옳지 않으며 수교전 배상할 경우라도 북한의 군사적 증강에 이용되지 않는다는 보장 ▲북한의 개방과 개혁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의 필요 등이 그것이다. 결국 이같은 우리측 입장에 대해 「책임있는 일 정계의 거물」인 가네마루 씨도 공감을 표시한 이상 북일 수교협상이 우리측이 우려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지는 않을 것으로 외교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더욱이 5개항으로 요약되는 우리측의 입장은 같은 사안을 보는 미국의 시각과도 일치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으로서도 미국이 지닌 지렛대를 피해 선뜻 독자적인 대북 어프로치를 감행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러한 한미 정부의 시각은 11월 중순께 서울에서 개최되는 한일 각료회의 등을 통해 재차 강조될 것이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일본 스스로도 자국의 「국가이익」에 대한 합리적인 사고와 판단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이다.<정진석 기자>정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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