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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롱 방콕시장의 청백리론(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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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롱 방콕시장의 청백리론(사설)

입력
1990.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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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낮인데도 등불을 밝혀들고 올바른 사람을 찾아다닌 디오게네스였다. 옛 희랍철학자의 그 안타까운 심정을 오늘의 우리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사람은 많은데 본보기를 보여주는 사람은 드물고,높은 자리에 있다는 지도층의 잦은 물흐림도 예삿일이 아니다. 그래서 사회가 혼탁하고 관기가 흔들릴 때일수록 사람들은 청백리를 그리워하는 모양이다.때마침 세계적으로 소문난 청백리인 잠롱ㆍ스리무앙 방콕 시장이 우리나라를 방문,우리는 이도와 관기를 바로잡는 소금과 같은 존재인 청백리를 새삼 생각하게 된다. 잠롱 시장이 방한 첫 소감으로 『한국 공직사회의 부패상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공직자는 일은 많이 하고 적게 쓰고 적게 먹는 자세를 갖춰야 부정부패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한 것도 마치 목의 가시처럼 우리를 멋쩍고 편치 않게 만든다.

사실 서울에 온 첫 민선 방콕 시장인 잠롱씨의 초청방한 목적은 한국의 발전경험을 배우고 싶다는 것이었다. 잠롱 시장은 방한에 앞서 가진 한국기자와의 회견에서 『한국이 불행한 과거를 갖고 있지만 세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나라로 부상했고,그 배경에는 한국인의 근면성과 인내심 그리고 단결력이 깔려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한국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던 것이다.

우리의 경험을 배우러 온 인사의 입에서 나온 우리 공직사회의 부패상이 낯뜨겁기도 하다. 마치 아우의 핀잔을 받은 형의 옹색한 처지와 무엇이 다를까 싶다. 하지만 잠롱 시장이야말로 터놓고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청백리임을 우리는 인정하지 않을 수도 없는 것이다.

과거 걸핏하면 군부쿠데타가 일어났고,지금도 군부의 입김이 유달리 강한 태국이다. 잠롱 시장이 그런 나라의 선택받은 계층인 예비역 육군소장임을 생각하면 그의 청빈한 행동거지는 기행이다 싶을 정도로 신선하고 충격적이다. 지난 85년 선거벽보는 커녕 자원봉사자 30명과 함께 자전거 선거유세만으로 시장이 됐던 그는 관저를 마다하고 시장이 된 뒤 세번이나 사글세집을 전전했고 지금은 친구가 무료로 빌려준 변두리 누옥에 산다. 약 1백만원인 봉급은 몽땅 자선단체에 헌납하고 연금 36만4천원과 부인의 국수가게 수입금으로 생계를 꾸린다. 지난 1월 시장재선 때의 선거운동비가 28만원,그런데도 60% 이상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는 것이다.

불교철학에 입각한 무욕의 공직자관을 가진 잠롱 시장은 부정부패 척결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으로 『무엇보다 지도자들이 수범을 보이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정치인은 시류에 따라 항상 변하기 쉽다』면서 『정치인의 가장 큰 신조는 정직』이라고 지적했다고 한다.

반만년 역사와 함께 무욕과 예의를 강조한 유구한 불교 및 유교전통을 가진 우리 사회이다. 또 동방예의지국에 목민심서의 유산마저 가진 나라이기도 하다. 우리라고 그런 예비역 장성,그런 청백리가 나오지 말란 법은 결코 없을 것이니,공무원 기강확립이나 사정한파를 강조하기에 앞서 우선 윗물부터 맑아져야겠다는 아쉬움이 남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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