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네마루의 평양 행각에 일 언론 “나라팔았다” 맹공/“요괴” “늙은 너구리” 원색적 비난/“앞뒤 말다른게 전매특허” 지적도일본의 언론매체들이 가네마루(김환신) 전 부총리에게 혹독한 매질을 가해 일본 사회에 적지않은 파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본 언론들의 가네마루에 대한 공격은 평양에서 조인한 3당 선언문의 내용과 그곳에서의 행각이 『일본의 혼을 팔아먹었다』고 분개하는 것이 주류. 「평성(아키히토 일왕의 연호) 시대의 요괴」,또는 「늙은 너구리」이니 하는 일본 언론으로서는 좀처럼 보기드문 극단적인 표현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날이 갈수록 비난의 화살이 거세어지자 당당하기만 하던 「킹메이커」는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으며,평소 입에도 대지않던 담배를 줄달아 피우고 있는 형편이다.
「가네마루 두드리기」에 앞장선 매체는 시사주간지들과 월간종합지들. 그의 귀국 즉시 일간신문들이 「가네마루 선심」의 문제점들을 들추어 내자 주간지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일제히 포문을 열었다. 가장 선봉에선 매체는 주간 문춘과 주간 신조. 뒤이어 주간 문춘의 모체인 최대의 종합월간지 문예춘추도 11월호에 「정치 공백시대의 실력자,평성의 요괴 가네마루ㆍ신」이란 장문의 기사를 게재했다.
9일부터 발매된 이 잡지는 지난 6월 어느 광고잡지가 「현대의 요괴 10걸」을 설문조사로 선정했더니 가네마루가 단연 1위였다는 사실을 전하면서,당이나 정부에 아무런 직책도 갖지 못한 그가 일본 정치를 떡주무르듯 하는 것을 신랄하게 비꼬았다.
그를 「무관의 제왕」에 비유한 이 기사의 필자는 이같은 기현상을 현대판 「원정」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원정이란 상왕이나 법왕이 왕을 대신해 정사를 도맡는다는 뜻으로,우리말의 섭정에 해당한다. 『총리나 당 총재란 것은 어느 배우가 그 역을 맡느냐하는 드라마 배역상의 역할일 뿐이고,정책실행의 전면에 누구를 내세우느냐 하는 정도의 문제이니 당의 경영자가 전면에 나서지 않아도 좋지 않은가. 가네마루 선생은 경영자의 한사람이니까』 차기총리를 노린다는 와타나베(도변미지웅) 자민당 전 정주회 회장의 이말 한마디에 현대 일본정치의 모든 것이 농축돼 있다.
이 기사는 금년 이후 가네마루의 언동이 앞뒤가 다른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음을 구체적으로 예거하면서 『이 「늙은 너구리」는 요령부득한 말,앞뒤가 안맞는 말을 전매특허처럼 내뱉는 무책임한 정치가』라고 비난했다.
가네마루는 스스로 일본의 최고실력자임을 과시하면서 정상배적인 타협의 기술을 행사한다고 해서 「너구리」란 별명이 붙어있다.
그의 76세 생일이었던 지난 9월17일 그는 뉴오타니호텔에서 「가네마루가 여러분에게 감사하는 모임」이란 파티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여야당의 유력인사들과 현직 각료들이 모두 모였었는데,가네마루는 인사말을 통해 『오늘과 같은 가네마루가 있게된 것은 여러분들이 지원해준 덕택』이라고 말했다.
뒤이어 힘께나 쓴다는 정치인들은 앞다투어 마이크를 잡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가네마루를 추켜올렸다. 한껏 기분이 승천한 그는 평소 자기말을 잘 듣는 모 각료에게도 한마디 할 기회를 주도록 배려하기를 잊지 않았다.
또 주간문춘 11일자는 「가네마루여 나라팔아 먹지 말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그의 평양 행각을 굴욕적인 사죄외교라고 단정했다.
이 기사는 87년 3월 일본과 북한 무역관계자들의 접촉때 북한측이 30억달러의 배상금을 주면 후지산(부사산)호 선원을 석방할 용의가 있음을 밝혔었다면서 『돈을 주고 두 사람을 사온 꼴이면서도 「눈물이 날 정도로 감격했다」고 주착을 부린 것이 부끄럽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기사는 또 무고한 외국인을 멋대로 인질로 잡고 KAL기를 공중 폭파해 많은 일본인을 포함한 1백여명의 목숨을 빼앗은 북한에게 사과를 받아야 마땅할 일이지,인질 2명을 풀어준다고 『관대한 결정에 감읍한다』고 머리를 조아릴 수 있느냐고 분개했다.
사실 여부야 어떻든 불을 꺼보겠다고 노구를 이끌고 한국에 가 해명을 하고온 뒤에도 비난이 더욱 격화되자 일본정부도 몹시 당황,한달 뒤로 다가온 북한과의 수교협상 전략짜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동경=문창재 특파원>동경=문창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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