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ㆍ정보수집 명백한 한계 필요/“군대밖의군”포기 의식혁명 절실보안사의 대민사찰행위가 폭로된지 4일만에 국방부장관과 보안사사령관이 전격 경질됨으로써 일단 이번 사건과 관련된 군의 최고위책임자가 문책됐다.
관련 수뇌부의 경질은 국민의 군에 대한 감정을 악화시키고 정치권으로 비화된 이번 사건의 파문을 조기에 수습하기 위한 조치로 보이지만 국민의 진정한 관심과 이 사건의 본질은 책임의 소재를 따지는데 있지않고 보안사의 체질개선이 과연 이뤄질 것인가에 있다.
신임 이종구 국방부장관은 8일 취임식직후에 기자들과 만나 『보안사의 임무와 기능은 절대로 약화되어서는 안된다』고 밝히고 『필요하다면 기구를 축소할 수도 있겠으나 보안사에 대해 잘못 인식하고 있기때문에 오해가 많다』고 말했다. 이장관의 이같은 언급은 물론 군기구로서의 보안사의 중요성을 경시할 수 없다는 원칙론에 비중을 둔 것이겠지만 보안사의 체질개선에 대한 의지와 일반국민이 느끼는 사태의 심각성에 대한 깊은 인식이 더 강하게 표현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6공이후 사회전반의 민주화 개방화추세가 급진전되면서 서서히 수면위로 떠오르던 민 군관계의 마찰과 갈등은 보안사 민간사찰폭로로 급격히 부각되기 시작했다.
그동안 군은 기회있을 때마다 군의 민주화와 사랑받는 국민의 군대를 부르짖었으며 많은 장성들이 사석에서 민군관계 개선이야말로 신군부가 안은 최대숙제중의 하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물리력에 의한 군의 정치개입은 시민의식이 성숙되고 다기화된 현사회에서는 더이상 가능성이 희박하다는데 군내외에 공감대가 형성돼 갔지만 문제는 계속되고 있는 군의 대민ㆍ대정치권 개입이었다. 이같은 비정상적 기능을 수행한 핵심기관이 바로 보안사라는 것은 이제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동안 보안사가 국민의 의혹과 눈총을 받으며 나름대로 인원과 기구를 축소하는 등 개선노력을 기울여 온 것은 「대외용」이 아니었는가 하는 의문까지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국민들은 앞으로 보안사의 변신을 과거 어느때보다 주시하고 있다. 보안사의 변신은 6공을 태동시킨 사회의 조류에 뒤늦게 동참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탈 냉전체제의 기류가 확연해지고 있는 한반도주변 정세와도 무관하지 않은 시대적 상황이기도 하다.
물론 이종구장관이 취임사에서 밝힌 것처럼 시대가 바뀌고 상황이 변해도 나라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권을 확보해야 하는 군의 임무는 변할 수 없는 것이지만 문제는 그 한계의 설정에 있는 것이다.
안정하지 않은 우리 정치현실을 빌미로 정권의 파수꾼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국가안위에의 기여라고 할 수는 없다.
보안사의 변신은 우선 무엇보다도 정치성의 탈색이어야 한다는게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는 이상훈전장관이 8일 재임기간중 보안사에 대해 제대로 손을 쓰지 못한 점을 시인하면서 『앞으로 보안사를 국방부장관의 강력한 통제하에 두는 것이 남은 과제』라고 말한 것에서도 읽을 수 있다. 바꿔말하면 보안사가 국방업무의 최고책임자인 국방장관의 손에서 벗어나 있었다고 해석될 수도 있다.
편제상 국방부의 일개직할 부대인 보안사가 군내부에서도 「군대밖의 군」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보안사 요원들간에 부대를 「회사」로 지칭하는 관행 등은 그들 스스로가 보통군인과는 다르다는 생각에서 나온다.
보안사조직 내부에 뿌리깊게 자리잡은 이같은 타성을 깨는 일이야말로 보안사가 정치성향에서 탈피하는 첫번째 작업이 돼야 할 것이다.
보안사가 옛껍질을 벗는 작업을 하기위해서는 이밖에 방대한 조직개편과 인원조정,수사권,정보수집활동의 명백한 한계설정,이와관련한 관련법규와 내규의 정비 등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또한 이른바 「정치군인」으로 불리는 군장성의 사령관직 보임역시 지양되고 야전에서 충분한 경험을 쌓은 군인이 중용돼야 한다는 군내부의 대체적인 의견도 반영돼야 할 것이다. 군인사는 국군통수권자의 고유권한이지만 통수권자의 측근만이 기용된다면 보안사의 정치성은 쉽게 탈선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보안사와 같은 조직은 외국의 군대에도 모두 있다. 그리고 보안은 무시될 수 없는 군의 기능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 군과 관련된 일이어야 한다는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군이 이번 사건을 탈영병에 의한 우발적 사건이나 민군관계를 해치기 위한 저의에서 비롯된 것으로만 보고 있다면 국민감정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결과이다.<한기봉기자>한기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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