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치기반 약화 후유증 남을듯/“수술단행” 정권문민화엔 기여/새 장관 인선은 군약화 보강ㆍ보안사 훼손예방 포석보안사의 민간인사찰 파문과 관련한 노태우 대통령의 문책인사 단행은 이번 사건파장을 조기 수습키 위한 단안인 동시에 한편으로는 정치ㆍ도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국민적 여론의 전면 수용이라고 할 수 있다.
이상훈 국방장관은 조남풍 국군보안사령관 등 군책임자와 핵심중추인사가 초기에 즉각 인책됨으로써 이번 사건의 파장증폭은 일단 멈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후유증과 깊어진 상채기가 단시일내 치유되리라는 보장은 없으며 노대통령 집권 후반기의 정치적 악재로서 때때로 작용할 가능성은 크다.
정국은 의회주의와는 무관하게 극한 투쟁의 양상을 띠어가고 있으며 각종 민생문제는 여전히 중첩되어 있어 종래의 관행처럼 인책단행으로 일시에 문제가 해소되리라는 관측은 어렵다. 일부 정가관측통들은 오히려 인책단행으로 문제가 해결됐다기 보다는 정권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보안사 민간인사찰 사건이 한 탈영사병의 입과 증거물을 통해 폭로됐을 때 많은 국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정부인사들 조차도 「참으로 한심스러운 일」이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군의 정치적 중립을 공약해온 6공 정부의 이미지는 단번에 먹칠을 당한 꼴이 됐다. 민간인 사찰이 비상시 보호차원이라는 국방부와 군관계자들의 해명은 이번 사건의 파장을 더욱 심화시켰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같은 불성실한 해명이 오히려 국민의 감정을 자극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사건의 추이를 지켜보는 국민들 사이에서는 보안사 소속 사병에 의한 주요 정보누출을 바로 정권의 누수현상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이상과 같은 사건파장과 인책단행으로 이어지는 인과관계는 정권적 측면에서 두가지 상반된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첫째는 긍정적 측면에서 정권의 문민화정착에 크게 기여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이다. 사실 보안ㆍ방첩이라는 고유의 업무범위에 속하는 것이냐 아니냐는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보안사가 여러가지 업무를 수행해 왔다는 것은 알려진 일이었다. 6공출범 이후 군을 포함한 제반분야에서 커다란 변화가 있었으나 보안사의 업무와 기능만큼은 새로운 시대에 맞게 변화했다는 소리는 잊지 않았다.
정부의 안일한 대처였다는 지적을 받을만한 대목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보안사의 기능과 운영방법이 크게 개선되리라는 예측은 확실하다. 노대통령은 『새로운 여건에 맞도록 사고를 전환하고 업무를 개선해 한치의 의혹이 없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둘째는 부정적 측면에서 이번 사건이 노대통령의 통치기반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노대통령은 시간적 좌표에서 임기중반으로 통치권 장악의 최절정기에 위치해 있다. 지금부터 시간이 가면 갈수록 국정 장악의 강도가 엷어질 것은 순리적 이치이다.
바로 이 시점에서,노대통령은 정권누수현상으로 비쳐지는 사건으로 인해 군의 핵심중추를 인책해야 할 딜레마를 겪게 된 것이다. 아직도 우리의 정치상황에서는 군이 단단한 통치기반의 한가지 축이라는 견해를 부인할 수 없다.
노대통령은 그 한가지 축에 훼손을 당하면서 예측불허의 정치ㆍ도의적 부담까지 지게됐다.
이밖에도 6공출범 이후 안기부기능의 사실상 약화에 이어 보안사까지 기능약화를 초래하게 돼 결과적으로 정부 공안기관의 침체를 가속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정부의 국가기강 및 안보 확립의지가 퇴색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노대통령이 후임 국방장관으로 이종구 전육군참모총장을 임명한 배경을 살피면 앞서 지적한 부정적 측면의 해소를 위한 정치적 포석이라고 볼 수 있다. 노대통령의 핵심측근들은 이 신임장관의 임명에 다소 의외라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는데,그럼에도 노대통령이 이장관을 기용한 것은 그의 뚜렷한 소신과 군부내의 신망을 십분 배려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해진다. 군의 약화를 보강하기 위한 배려로 일부에서는 보고 있다.
노대통령은 또 이 신임장관이 과거 보안사령관을 역임해 「보안사 개선」이 필요 이상으로 약화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는 점과 현행의 합동군제 추진을 참모총장직에서 직접 지휘한 사실을 염두에 뒀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노대통령은 이번에도 사건발생 직후에 관련장관을 인책경질함으로써 문제가 있으면 그때그때 인책한다는 최근의 인사관행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같은 인사관행은 계속해서 이어질 전망이다. 노대통령은 또한 일반의 예측과는 달리 김영삼 민자당대표와의 면담이전 인사를 단행했는데 이는 인사권의 고유성을 시사한 것이라고 해석할 대목이다.
유리하게 펼쳐지는 외부적 여건과는 달리 보안사 민간인사찰 사건의 후유증,그리고 다시 재연되는 정치분야의 극한투쟁 등 내부적 여건은 노대통령 집권후반기를 어렵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이종구기자>이종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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