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거래 자유화로 생산자극/「쇄신정책」 큰 효과 “탈빈곤” 박차올해로 공산화 15주년을 맞은 베트남은 최근 자유시장경제원리를 대폭 수용한 신경제정책의 성과에 힘입어 세계 3대 쌀수출국으로 급부상했다.
지난 87년 정부가 UN에 긴급식량원조를 요청할 정도로 식량사정이 극도로 악화됐던 베트남이 불과 1∼2년만에 식량자급은 물론 수출대국으로 전환한 사실은 거의 기적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식량증산은 물가안정과 함께 베트남정부가 지난 86년 구엔ㆍ반ㆍ린 서기장집권이래 추진해온 도이모이(쇄신)정책의 최대성과로 꼽히고 있으며 가난을 상대로한 제2의 혁명이 본격화됐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의하면 베트남은 지난 88년 쌀10만톤을 수출,75년 통일이후 세계 쌀시장에 처음으로 재등장한뒤 1년만인 지난해에는 무려 15배가 늘어난 1백50만톤을 외국에 팔았다.
지난 89년 세계 쌀수출량은 정제미 기준으로 총1천3백70만톤 수준. 즉 베트남은 전세계 11%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태국의 4백80만톤,미국의 2백20만톤에 이어 3대 쌀수출국이 된 것이다.
베트남이 저렴한 가격을 최대 매력포인트로 내세우며 시장공략에 나서자 태국등 주요 쌀수출국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베트남정부는 쌀가격을 공식발표하지 않고 있으나 금년산 저급미의 경우 태국의 톤당 2백50∼2백80달러보다 90달러 가량 싼가격으로 수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올해에는 수출량을 2백만톤으로 늘려잡고 있어 태국은 쌀수출전략을 고급미 중심으로 조정하고 있는 중이다.
이같은 「괴력」의 비결은 6천5백만 인구의 8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농민들에게 「남보다 열심히 일할 맛」,즉 노동 동기를 부여한 데 있다.
베트남은 지난 88년 식량증산을 위해 농지에 대한 가족단위의 장기사용권을 인정하고 식량거래의 자유화 및 생산할당제 개선등 경쟁원리를 도입,농민들의 생산의욕을 자극했다. 공산화이후 베트남 농민들은 공동생산단위에 편성돼 공동작업을 해왔고 특히 분배에서도 평등이 적용돼 농업생산성이 크게 저하되어 왔었으나 이같은 인센티브방식에 의해 큰폭의 생산성향상이 이루어진다.
또한 방위전략의 수정에 따라 캄푸치아ㆍ라오스 등 인접국 및 중월 국경에 주둔하고 있던 병력을 철수하고 상비군을 대폭 감축한 것이 농업노동력을 보강하는 계기가 됐다. 화해무드에 따라 「총」이 「쟁기」로 바뀐 격이다.
곡창지대인 메콩강 삼각주에 대한 집중투자와 다모작이 가능한 천혜의 조건과 농민의 근면성이 초고속 증산에 한 몫을 한 것은 물론이다.
실제로 지난 87년 5.8%의 마이너스성장을 기록했던 식량증산은 88년과 지난해에 각각 8.5%,5.3%씩 늘어났다.
베트남의 신정책은 경제에서는 시장원리를 수용하되 정치면에서는 당주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중국식 개혁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베트남판 페레스트로이카로 불리는 쇄신정책은 주로 경제적 측면에 집중되어 있는데 ▲소규모 자영기업허용 ▲외자도입법제정 ▲식량거래의 자유화등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정부는 식량자급 및 수출외에 지난 86년 월간 19.4%에 달했던 살인적인 인플레를 지난해에 월평균 2.8%로 잡는등 상당한 경제개혁효과를 거두고 있다.
베트남정부는 이밖에 「민주화」「공개」 정책에 따라 사회단체등의 대정부 비판기능을 허용했고 국제관계에서는 일련의 긴장완화정책을 추진,대외개방과 서방측과의 경제협력을 강력히 모색하고 나섰다.
베트남정부는 소련의 원조감축과 동구권시장변화에 대응,아시아ㆍ태평양국가들에 손짓을 하는 한편 과거 주적이던 미국에까지 캄란만 기지를 개방하겠다는 제의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달 23일 정계ㆍ재계ㆍ학계 고위급인사 9명으로 구성된 경제사절단이 미수교국인 우리나라를 찾은 것도 경제개혁에 소요되는 자본을 유치하기 위한 적극적인 자세로 풀이된다. 이들은 값싼 노동력,석유ㆍ목재 등 풍부한 천연자원 및 투자보호책을 설명,인도차이나 3국에 교역교두보를 마련하려는 우리기업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기도 했다.
베트남이 미국의 경제봉쇄등 전쟁의 앙금이란 악조건속에서 이처럼 경제의 활력을 나름대로 찾아가고 있지만 탈빈곤작전의 성패여부는 아직 불투명한 상태이다. 1인당 국민소득은 75년 통일이전보다 훨씬 낮은 2백달러 수준이며 목숨을 걸고 해상탈출을 감행하는 「보트피플」이 여전히 줄을 잇고 있는등 아직도 내부체제가 안정상태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김경철기자>김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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