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남북한이 동시에 유엔에 가입하자고 하지만 북한은 가입하되 단일의석으로 하자고 우긴다. 한 의석에 두 나라가 교대로 앉자는 얘기다. 남북 분단의 영구화를 막기 위해서라는 게 구실이다. 1973년 9월18일 서독과 동독은 동시에 유엔에 가입했다. 그래도 이번의 독일 통일이 그들의 「2개 의석」 때문에 장애가 되지 않았다. ◆소련도 의석 1개만 가진 듯하지만 알고 보면 연방을 구성하는 15개 공화국중 우크라이나와 백러시아도 각각 의석을 한석씩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소련은 그동안 각종 유엔표결에서 3표씩 행사해 왔다. 74년 12월 한국문제에 관해 서방측안,공산측안이 동시에 상정됐을 때 서방측안은 가결됐으나 공산측안은 찬ㆍ반 48대48,기권 38표라는 기묘한 국면을 보였다고 의사진행규칙에 따라 의장이 부결시켰다. 소련을 한 의석으로 쳤다면 48대48이 아니라 48대46으로 부결됐어야 했다. ◆소련처럼 3석을 가졌어도 결정적인 문제가 없을 수도 있고 독일처럼 2개 의석을 가졌다가 통일이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북한측 주장처럼 의석 하나를 가지고 교대로 대표할 경우 예컨대 핵확산금지조약에 가입하고도 북한처럼 부수적인 안전조치협정에 가입하지 않은 나라에 대한 제재문제가 제기됐을 때 그 「하나의 의석」은 누구의 의사를 표시하느냐는 문제가 생긴다. ◆유엔의 권능이 다소 퇴색됐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각국이 자국의사를 국제무대에 공식적으로 표명할 수 있고 국제적 견해조정이 가장 권위 있게 이루어지는 곳이 유엔이다. 거기서 유독 한반도를 대표하는 1표만이 일관된 자세를 보이지 못하는 「불안정표」로 낙인 찍힐 수는 없다. ◆한마디로 북한의 「단일의석」안은 이루어질 수 없는 얘기고 이루어진들 제값행사도 못한다. 또 유엔에는 지역평화유지를 위해 동원할 수 있는 대기군 편제가 있는데 거기에는 남북한중 누가 참여하느냐는 문제도 생긴다. 북한도 이젠 안될 얘기쯤은 그만할 때가 됐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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