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사의 이른바 정치사찰이 야권의 정치복귀에 악재로 작용하리라고 보는 견해가 없지 않으나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이 문제가 야권등원의 구실을 제공할 수 있다고 점치는 견해도 없지 않다.보안사에 의한 민간인 사찰문제가 표면화되자 야권은 즉각 이를 정치쟁점화하고 나섰으며 여권에서도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소식인데 모르기는 해도 보안사의 정치 사찰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로 되어온 지 오래된 줄로 알고 있다.
지난번의 국정감사에서 보안사령관이 「보안사의 민간인 사찰은 있을 수도 없고 있지도 않았다」고 말했을 때 그것이 그냥 넘어갈 수 있었던 것은 뚜렷한 물적 증거가 없었기 때문이었지,그 말을 곧이 곧대로 믿었던 야당 의원이 많아서가 아니었다.
이번의 폭로사건이 일어나자 국방부는 보안사의 민간인 신상자료 작성이 비상시에 적이나 불순세력으로부터 테러나 납치를 당할 위험이 있어 이들의 보호를 위해 취해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같은 해명은 비단 국민의 납득을 얻기에 미흡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국민에게 우롱당한 것 같은 배신감과 역겨움을 갖게 만든다.
정부요인이나 여당권 인사들은 신변보호의 필요성이 없어서 신상자료 작성에서 제외했다는 말인지,당국의 해명치고는 너무나 무성의하고 무책임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이 이와 같다면 이번의 정치사찰사건의 진상폭로는 야권에게 이를 정치쟁점화할 수 있는 절호의 계기를 마련해준 것이나 다름이 없으며 또 우리는 문제의 정치쟁점화를 충분히 이유 있고 타당성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단 그러기 위해서는 한가지 필수적인 선행조건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야권의 등원이다.
급전하고 있는 국내외 정세를 여기서 새삼 들먹일 필요도 없이 지금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산적해 있고 막중하다. 북방외교,일ㆍ북한 접촉 등 우리나라의 국가 운명과 역사에까지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들이 눈앞에 산적해 있는데 국정의 수임기관이며 정치의 핵이 되어야 할 국회가 공전만 하고 있다면 사태는 결코 용납될 수도 용납되어서도 안되는 일이다. 공전의 계기가 여당에 의해 제공되었다고 하더라도 공전중인 정국에 대한 책임은 야권도 같이 져야 당연하다. 지금 이 시기에 구구한 정치복귀의 명분을 찾고 여의 양보를 촉구하면서 늑장을 부리고 있다면 어떠한 이유에서이건 야권은 국민의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내각책임제 개헌문제나 지자제가 등원의 흥정거리로 될 수는 없다. 그런 문제는 등원 후에 여야가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등원하지 않겠다는 조건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야권의 의원직 사퇴원인이 여에 의한 날치기 법안통과에 있었다면 그 사건에 대한 항의 의사표명을 충분히 내외에 밝혀놓은 시점에서 소수야당의 등원구실은 찾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보안사에 의한 정치사찰문제만 하더라도 야권이 원외에서 소리만 높이고 있다면 국민의 빈축을 사기 알맞다. 하루빨리 국회로 들어가서 여야 공동조사단을 구성하든지 국정감사권 발동을 요구하든지 하는 것이 바른 길이지,원외에 머물면서 공동조사위 구성을 제의한다는 것은 사리에도 어긋나는 것이라고 우리는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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