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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미확정… 미 연방정부 “폐업”/6일 자정부터 기능 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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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미확정… 미 연방정부 “폐업”/6일 자정부터 기능 정지

입력
1990.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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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패작전」ㆍ기본안보ㆍ치안비용 등만 제외/의회서 포괄 예산안 부결/부시,임시안 거부권 대응미 연방정부가 91회계연도(90년 10월1일부터 91년 9월30일까지)의 예산이 확정되지 않아 6일 자정부터 모든 행정기능이 정지됐다.

아무리 작은 정부라도 1년 3백65일 하루도 숨을 죽일 수 없는 법. 세계초강대국인 미국의 연방정부가 예산이 없어 일손을 놓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앞으로 연방정부의 진공상태가 며칠간 지속될지 모르지만 현시점에서 적어도 법률적으로는 미 연방정부는 무일푼인 셈이다. 이에 따라 기능도 정지됐다. 피츠워터 백악관 대변인은 페르시아만의 「방패작전」과 기본안보 및 치안비용은 제외되며 세관과 해상경비도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연방정부의 관계사 등은 「휴업」대상에 포함된다. 미국은 6일부터 3일간 연휴이고 9일 출근을 하게 되는데 첫 출근일에 연방정부 각 기관들이 어떻게 될는지 관심거리다.

미 상ㆍ하 양원은 회계연도 개시이전에 예산을 통과시켜준 예가 거의 없으며 특히 80년대에 들어와서는 더욱 그러했다. 레이건 행정부에 들어와 예산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부터 행정부와 의회,공화당대 민주당,보수대 진보,도시대 농촌 등 정당,이익집단,이념집단 등 각 이해집단이 제한된 재원을 놓고 예산투쟁이 심화,법정기일내의 예산안 통과가 어렵게 됐다.

이에 따라 의회는 임시방편으로 전년도에 준해 우선 예산을 집행토록 하는 임시예산 결의안을 의결,이를 대통령에게 회송,서명케 함으로써 연방정부의 기능에는 차질이 없도록 했다.

그러나 올해는 부시 대통령이 이 결의안에 서명하기를 거부하고 의회에 대해 포괄예산안을 통과시킬 것을 촉구,문제가 확산되게 된 것이다. 부시 대통령의 전례없는 이러한 대 의회 압력은 5일 새벽 하원의 포괄타협 예산안 표결에서 참패한데 대한 정치공세다.

피츠워터 백악관 대변인은 『부시 대통령은 임시예산결의안에 서명하지 않기로 했다. 의회는 포괄예산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 대통령은 회부된 법안에 대해 10일 동안 서명하지 않을 수 있다. 예산안의 경우 서명하지 않는 것은 거부권행사를 의미한다.

피츠워터 대변인은 『우리는 민주ㆍ공화 양측에 다같이 합의하여 책임있고 정직하고 공정한 새로운 예산안을 내놓을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미 의회,특히 하원은 부시 대통령과 공화ㆍ민주 양당 의회지도자들이 이례적으로 합의한,향후 5년간 적자를 5천억달러 감축할 것을 목표로 한 포괄예산안을 부결시켜 놓았을 뿐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 거부된 포괄예산안은 앞으로 5년간 ▲가솔린ㆍ담배ㆍ포도주ㆍ주류 등에 대한 신설세로 1천3백40억달러 세입증대 ▲메디케어(빈민에 대한 의료보험) 등 각종 사회보장계획 감축으로 1천90억달러 세출 감축 ▲국방비 지출 2천억달러 감축 등으로 적자를 5천억달러 감축,균형예산을 회복해 보겠다는 것이다. 그램ㆍ레드만ㆍ홀링스 균형예산법안은 오는 93년 적자령+ 목표로 5년간의 단계적적자 감축목표를 설정해 놓고 의회와 행정부가 예산안에 합의하지 못하는 경우 적자 감축액을 국방비와 비국방비에서 각각 50%씩 강제로 삭감,적자감축 목표를 관철토록 했다.

그러나 이러한 법의 강제력도 빛좋은 개살구였다. 입법권을 이용,의회는 균형예산법안의 목표연도를 미뤄왔다.

부시 대통령과 민주당 의회지도자들은 부결된 포괄예산안을 4개월간의 협상 끝에 어렵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부시는 「세금인상 불가」라는 88년 대통령 선거공약을 깼다. 미국에서는 「세금인상」은 정치적 터부다. 부시 공화당 후보가 두카키스 민주당 후보에게 결정적인 승기를 잡은 것은 바로 이 「세금인상 반대」였다. 그의 선거슬로건­『내 입술을 보라. 세금인상 없다』­은 유권자들의 귀에 아직도 메아리가 남아 있다. 부시 대통령으로서는 페르시아만 파병 이후 더욱 높아진 80%에 육박하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국민적 인기에 기대를 걸고 정치적 도박을 한 것이다.

민주당 의회지도자들에게 메디케어 혜택의 축소 등은 전형적인 지지계층인 저소득층에 대한 정치적 배신이다. 양측은 「적자감축」이라는 국가적 목표를 위해 국지적인 이익집단의 이익을 일부 희생시킨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공화당 하원의원들의 표를 모으기 위해 모든 수단을 다 동원했다. 서신과 전화공세,백악관 초청공세 등 파상적인 설득공작을 폈다. 모든 각료를 다 동원했다. 또한 전국 TV연설을 했다.

그는 반발의원들에게 『대통령에게 책임을 전가하라』고 까지 했다. 침묵 해야 할 알렌ㆍ그리스펜 FRB(연방준비위원회ㆍ중앙은행) 총재도 지지했고 뉴욕타임스지 등 주요언론 등도 동조했다. 그러나 표결은 2백54대 1백79표로 부결이었다. 공화당은 찬성 71표,반대 1백5표였고 민주당도 1백8대 1백49표였다. 너무나 부족한 표였다. 부시 대통령의 실망과 분노는 클 수 밖에 없다.

반대의 대열에 선봉을 선 것은 공화당의 보수우파와 민주당의 진보좌파다. 전자는 세금인상에,후자는 사회보장제 감축에 반대,결국 편의의 연립을 형성한 것이 됐다. 중간선거를 꼭 한달 앞두고 있는 하원의원들은 선거구민들에게 인기가 없는 「세금인상ㆍ사회보장감축」의 포괄예산안을 찬성할 용기가 없었다. 전 하원의장 토머스ㆍ오닐은 「정치는 지역구」라고 했다. 부시 대통령의 위신에 상처는 크다.

미국의 재정적자가 해소될 날이 있겠는가. 재정적자에 관한한 미 의회는 세계 어느 의회에 못지 않게 위선적이다.<워싱턴=이재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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