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협정임박… 위험부담 줄여/소비재등 시장 엄청나… 기업들 진출박차/우리측 생산기술소 첨단기술 합작까지한소 수교는 그동안 모색단계에 머물러 있던 양국간의 경제협력 관계를 한 차원 끌어올려 본격적으로 교역과 투자가 확대되는 경제동반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소 수교의 급속한 추진이 가능했던 배경이 바로 경제협력이었던 만큼 한소관계에서 가장 두드러진 진전을 보일 분야는 역시 경제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일치된 견해다.
그리고 수교에 따른 양국간의 활발한 경제교류는 수출부진 등으로 기력을 잃은 우리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우리 경제를 질과 양적인 면에서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게 하는 견인차 구실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선 소비재 부족난을 겪고 있는 소련에 생필품을 중심으로 한 소비재의 수출이 급증할 것이 예상되며 이어 시베리아 등지의 풍부한 삼림ㆍ가스ㆍ지하자원 등의 개발사업에 우리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가 기대되고 있다. 또 소련측이 제안한 21개 합작프로젝트를 비롯,소련이 당장 필요로 하는 소비재생산을 위한 합작투자와 소련의 첨단기술과 우리의 생산기술을 접목시킨 새로운 사업의 추진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소련이 안고 있는 여러가지 경제협력상의 문제점들,즉 ▲시장경제전환에 따른 각종 법령이나 제도의 미비 ▲루블화의 탈환성 결여 ▲외환부족에 따른 대금결제지연 ▲도로ㆍ철도 등 사회간접자본의 취약성 등 교류를 어렵게 하는 요소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각 기업들은 장기적으로 한소 수교가 60년대의 베트남 특수나 70년대의 중동건설붐을 능가하는 새로운 성장 돌파구가 될 것으로 판단,교역에서부터 합작진출,자원개발사업 등 다방면에 걸쳐 야심에 찬 진출계획을 추진중이다.
특히 무역협정ㆍ투자보장협정ㆍ이중과세방지협정ㆍ과학기술협정ㆍ어업협정ㆍ항공협정 등 경제관련 6개 협정들이 이달 중순 서울에서 열리는 제2차 정부대표단회의 등을 거쳐 연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자 그동안 추진해온 사업을 구체화하기 위해 지사활동을 강화하고 현지조사단을 파견하는 등 발빠른 대응을 하고 있다.
시베리아를 「마지막 남은 프런티어」로 보고 대소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 현대그룹의 경우 최근 스베틀라야지역의 삼림개발을 위한 현대자원개발을 설립,정부의 투자승인과 장비반출까지 끝내 사업착수는 시간문제로 다가섰다.
이미 소련측과 의향서 교환을 끝낸 석탄개발,비누공장 건설,퍼스널컴퓨터 제조공장설립 등도 내년초에는 구체적인 사업진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다 현대는 야심적인 소련 프로젝트로 자처하고 있는 야쿠베츠 및 사할린 가스개발,20억달러에 달하는 석유화학단지 건설사업 등도 구체적인 진전이 예상되며 모스크바 지역에 승용차 조립공장건설을 위해 10억달러 정도를 투입하는 사업계획도 곧 가시화될 전망이다.
삼성그룹은 모스크바의 스포츠호텔 개축사업을 시작으로 은밀하게 진행시켜온 사업들을 속속 구체화시킬 계획이다.
이미 삼성물산ㆍ삼성종합건설ㆍ호텔신라의 실무기술팀 20여명을 모스크바에 파견한 삼성그룹은 곧바로 사업에 착수,빠르면 내년부터 호텔경영에 나설 예정이며 이밖에 기술조사까지 끝낸 부틸고무합작생산,피혁가공산업,전 전자교환기 합작생산,VCR 조립생산 등의 사업도 순차적으로 전행시킬 계획이다.
삼성은 특히 기술도입계약을 체결한 소련의 라이센싱토르그사와 생명공학ㆍ정밀화학ㆍ의학ㆍ우주항공 등 첨단분야의 기술교류사업을 본격 추진하는 한편 삼성제품판매를 위한 현지유통회사 설립도 검토중이다.
럭키금성그룹은 총 3억달러가 투입될 모스크바 한국무역센터건립사업을 비롯,1회용 주사기제조공장 등 10여건의 투자안건을 구체화시킬 방침이다.
이밖에 대우그룹은 대단위 섬유봉제합작사업과 호텔신축사업을 곧 착수할 예정이며 고려합섬이 현지봉제공장건설,진도모피가 모피의류제조사업,삼환기업이 목재가공사업 등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또 선경ㆍ쌍용ㆍ코오롱ㆍ한일합섬ㆍ화승 등도 합작사업을 모색중이다.
국내기업들의 한소 수교에 대한 기대감은 뭐니뭐니 해도 우리측의 대소차관에 집중되고 있다.
소련의 교역방식이 「인카소」(수출품 인도후 대금지급)로 돼 있어 신용장 방식처럼 금융기관의 대금지급 보증을 받지 못해 수출대금 미회수라는 부담을 안았던 기업들은 대소차관이 대한경협자금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차관관련 사업에 관한 한 수출대금을 못받을 염려가 없을 것으로 보고 이 차관과 교역 및 합작사업을 연결시키기 위해 전략수립에 부심하고 있다.
소련측은 모스크바 회담때 주요생필품 등 현물형태의 상업차관을 포함,50억달러 정도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우리측은 현금차관 3억∼4억달러를 포함해 20억달러 내외의 종이ㆍ냉장고ㆍ비누ㆍ세탁기 등 생필품 중심의 합작투자를 위한 차관을 향후 5년간 제공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각 기업들은 이같은 규모의 차관은 모두 소련 연방 외환은행인 브네쉬코놈뱅크를 대상으로 소련에 흘러들어간 뒤 다시 대한경협자금으로 활용될 전망이어서 이 몫만큼은 확실한 경협사업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편 종합상사 등 소련진출 기업들은 소련연방 정부로부터 각 공화국으로 권한 이양 작업이 진행됨에 따라 모스크바 외에도 나홋카ㆍ카자흐ㆍ우즈베크 등지에 지사 또는 연락사무소를 개설,각 공화국을 상대로 한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방민준 기자>방민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