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독 재건세」에 호응대신 불평/동독인들 사회보장제도 유지 요구… 서독인들 “스웨덴으로 착각” 반발/양독인 포용ㆍ동화 긴 세월 필요【타임 10월8일자ㆍ본지특약】 인구 7천7백40만명의 새로운 독일은 이제 재건의 시대를 맞고 있다.
독일인들은 분단의 상처를 치유하고 지난 40여년간 공산체제로 피폐된 동독의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해서 앞으로 수년간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서독인이었던 독일인들은 막대한 「통독세」를 내야 하는 책임을 지게 됐다.
동독은 완전히 파산했다. 약 8천여개의 동독기업은 도산직전의 상태에 빠져 있고 8백90만명의 노동인구중 2백만명은 실업자가 됐으며 그 숫자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지난 7월의 경제ㆍ통화통합 이후 동독경제는 서독의 보조금으로 지탱해 왔었다.
어느 누구도 동독경제를 회생시키는데 얼마만한 시간과 자금이 들어갈지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공장을 신축 또는 보수하고 도로를 건설하며 통신망을 정비하고 산업공해를 정화하는 등의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하는데는 4천5백50억달러 이상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올 한해만도 서독은 동독에 6백억달러를 쏟아부었다.
테오ㆍ바이겔 재무장관이 『금액이 하도 엄청나 세지도 못할 정도』라고 실토했듯이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향후 10년동안 7천7백50억달러가 들 것으로 전망하기까지 한다.
이런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다해도 동독지역의 1인당 GNP는 서독지역보다는 뒤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엄청난 재원을 과연 어디서 마련할 수 있을 것인가.
서독 정부는 민간기업의 투자를 유도하고 통일채권을 팔아 기금을 조성하며 연방정부의 재정적자를 감수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 계획에 따르면 매년 6백40억달러의 재원을 마련할수 있으며,오는 12월2일 전독선거를 의식,정치인들사이에는 세금을 올리겠다는 발언이 나오고 있지는 않지만 콜총리가 시인했듯이 필요하다면 국민들의 담세율을 올리겠다는 것이다.
통일의 감격에 들뜬 독일인들은 이런 현실에 직면하자 환호대신 불평을 하기 시작했다.
쾰른의 한 노동자는 『통일됐다는데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오직 내 관심은 돈을 얼마나 내느냐이다』라고 말한다.
일부 국민들의 불만은 이미 전독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사이에 쟁점으로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모든 독일인들은 통독에 따른 엄청난 비용을 이미 오래전부터 생각해왔기 때문에 당연하다는 역사적 당위성을 인식하고는 있다.
이처럼 독일인들은 통일에 따른 물질적 고통은 감수하겠다는 긍정적 태도도 보이고 있으나 또 다른 눈에 보이지 않는 「분단의 골」로 인한 정신적 갈등을 겪고 있다.
동독인들은 사회전반에 걸친 서독의 영향력을 우려하고 있다.
한 동독인은 『새 독일은 동독헌법중 여성의 권리나 사회보장제도 등을 채택해야 한다』며 『그러나 동독에서 시행되던 모든 제도는 모두 나쁜 것으로 서독 사람들은 간주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서독인들도 동독인들이 일은 하지 않으면서 사회보장제도만을 강조하고 있다면서 동독인들은 마치 독일이 아닌 스웨덴에서 사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고 말한다.
전베를린 주재 서독대사였던 클라우스ㆍ뵐링씨는 『우리사이에 뿌리깊은 불화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서독인들은 자신들을 부자친척으로 생각하고 가난한 형제가 얌전하게 행동하고 줄을 서서 손톱에 때가 끼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서독인들의 우월주의를 개탄했다.
지난 88년 서독으로 탈출했던 소설가 모니카ㆍ마론씨는 『동독을 어떤 장소가 아닌 아주 어려웠던 한때라고 시간개념에서 이해하면 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통일은 독일인들에게는 미래를 향한 「대도」가 되어버렸다.
통일은 공산주의에 때묻은 동독의 역사와 경제ㆍ법률 등을 모두 정화할 것이다.
하지만 그 시간은 분단의 기간만큼 길지는 않겠지만 도처의 걸림돌로 인해 하나로 동화되는데 어느 정도의 기간이 필요할 것이다.
드메지에르 전 동독총리는 『동독인들은 그들의 미래가 정해진 시간이 아닌 자유로운 시간임을 인식하고 있으나 경험하지 못한 세계에 대한 두려움 역시 느끼고 있다』고 통일후의 어려움을 강조했다.
이같은 난제에도 불구,독일인들에게는 통일은 돌이킬 수 없는 「사실」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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