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웬사와 개혁이견으로 숙명적 대권경쟁/여론조사선 열세… 민주행로에 후유증 클듯바웬사 대 마조비에츠키.
타데우스ㆍ마조비에츠키 폴란드 총리가 4일 자유노조 지도자 레흐ㆍ바웬사에 이어 내달 25일 대통령선거에 출마를 선언함으로써 폴란드 민주화의 주역인 두사람은 대권을 놓고 숙명적 결전을 벌이게 됐다.
두사람의 대권경쟁은 공산당의 기득권을 인정했던 지난해 6월의 「반쪽」 자유총선과 달리 사실상 최초의 자유선거이며 탈공산화를 이룩한 민주세력간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또 한번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난해 8월 바웬사에 의해 비공산정부의 초대총리로 「낙점된」 마조비에츠키는 지난 80년 이후 그다니스크 조선소에서 바웬사를 도와 자유노조운동을 이끌어온 오랜 동지이자 조언자였다. 자유노조는 노동운동으로 출발했지만 마조비에츠키 같은 진보적 지식인 계층이 합류함으로써 공산정권을 붕괴시키는 대중운동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공동의 적이었던 공산독재체제가 종식된 이후 자유노조는 개혁의 속도와 폭을 놓고 심각한 내분에 휩싸였고 이것이 마침내는 자유노조의 양대세력을 상징하는 두 사람간의 대권대결로 표면화됐다고 설명할 수 있다.
자유노조출신 지식인을 중심으로 구성된 마조비에츠키 정부는 지난 13개월간 성공적으로 민주화 개혁안을 추진해 왔다는 외부의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 올해부터 실시된 「빅뱅」으로 일컬어지는 급진적 시장경제화 정책은 동구체제개혁의 성공적 모델이라는 칭송을 듣고 있기도하다.
마조비에츠키 총리가 이처럼 폴란드의 새로운 정치지도자로 화려한 각광을 받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바웬사는 정치에서 소외된채 정치인도 노동운동가도 아닌 어정쩡한 위치에 놓이게 됐다. 얼마전까지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바웬사의 인기는 마조비에츠키 총리에 뒤져왔다.
바웬사는 마조비에츠키 총리가 국가경제의 사유화와 공산당 유산청산에 소극적이라고 비난해 왔으나 그의 의견은 묵살되다시피 해왔다.
이같은 불만이 엉켜 바웬사는 자신이 직접 급진적 민주개혁을 지휘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대통령출마를 선언,결국 자유노조를 양분시켰다.
바웬사 지지자들은 지난 5월 중도동맹이란 정당을 구성,최근 선거유세에 돌입했고 이에 맞서 마조비에츠키 지지자들도 지난 7월 「민주화를 위한 시민운동」(ROAD)을 구성함으로써 마조비에츠키의 출마선언만 남겨 놓은채 선거열기는 이미 뜨거워지고 있었다.
마조비에츠키 지지자들은 바웬사의 권력욕이 취약한 폴란드의 정치상황을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난한다. 한때 바웬사를 동구민주화의 영웅으로 찬양했던 서방언론들도 이같은 논리에 동조하며 바웬사의 독선적 성향을 경고하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폴란드 국민들에게 있어 바웬사의 권위는 아직도 절대적이며 바웬사의 뛰어난 정치감각이 폴란드의 민주화를 성공케한 사실도 부인할 수 없다.
지난해 6월 자유총선때도 지식인계층은 선거참여에 반대했지만 바웬사의 결단으로 선거에 참여,승리했으며 이번에도 바웬사가 대통령과 의회의 조기선거를 관철시켜 완전한 정치민주화를 앞당겼다는게 바웬사측의 설득력있는 주장이다.
대통령선거가 실시되면 바웬사가 우세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일반적 관측이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바웬사가 마조비에츠키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선거결과에 관계없이 내부적 결속이 절실한 시점에서 벌어지는 민주세력간의 대결은 폴란드 민주화 행로에 심각한 상처를 남길 것으로 우려된다.<배정근기자>배정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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