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삼대기서중 하나인 삼국지에는 「죽은 공명이 살아있는 중달을 달아나게 했다」는 유명한 고사가 있다. 그런데 이같은 고사를 마치 오늘에 재현시켜놓은 듯한 일이 벌어지고 있어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한다. 최근 세계에 공개되어 큰 화제가 된 「흐루시초프 비밀테이프」 소동이 바로 그것이다. ◆이 비밀테이프는 과거 미국에서 흐루시초프 회고록이 출판될 당시 생존인물 보호 등의 정치적 이유로 수록할 수 없었던 내용을 흐루시초프의 육성으로 생생히 담고 있는 것인데 이번 미국에서 책으로 꾸며져 출판된 것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 큰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게 김일성의 남침과 카스트로의 쿠바위기 때의 행적을 폭로한 부분이다. ◆흐루시초프는 이 테이프에서 『우리는 한국전쟁이 남한의 주도로 시작됐다고 오랜 세월 주장해왔으나 나는 역사를 위해 진실을 말하겠다』면서 전쟁이 김일성의 주도로 시작됐고 스탈린이 승인ㆍ지원했다고 폭로하고,남침 최종결정이 49년 방소한 김과 소 수뇌부가 합석한 스탈린 별장에서의 만찬에서 이루어졌음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폭로가 우리에겐 새삼스러운 게 못될지 모르지만 현재 공산체제 붕괴사태와 국내 경제파탄으로 궁지에 몰려 있는 김에게는 세계적으로 또다른 망신살이 뻗친 셈이다. ◆흐루시초프는 쿠바위기 때의 비사를 공개하면서 쿠바의 독재자 카스트로를 성급하고 사려깊지 못한 인물로 평했다. 당시 카스트로는 쿠바에 미사일을 설치한 소의 의도가 미의 쿠바 침공기도를 미리 꺾자는 것이었는데,그것도 모르고 미국에 미사일을 발사하자고 주장했다는 것. 이같은 주장에 대해 당시 흐루시초프가 『미사일 발사로 전쟁이 터지면 소는 살아남지만 쿠바는 가루가 될 것』이라고 핀잔을 주자 카스트로는 머쓱해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책이 나가자 카스트로가 펄펄뛰며 해명에 진땀을 빼고 있다는 외신보도이다. 아마 김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살아 있는 두 공산독재자가 죽은 흐루시초프에게 호되게 당하고 있는 걸 보며 비사의 위력을 새삼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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