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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남ㆍ대외 의도적 이중태도/북,유엔 단일의석 재주장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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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남ㆍ대외 의도적 이중태도/북,유엔 단일의석 재주장 속사정

입력
1990.10.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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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제내 상황전환 어렵고 남 가입저지용 분석/논리상 모순… 장기론 기존입장 변화로 갈 듯북한은 5일 판문점에서 열린 유엔문제 논의를 위한 제2차 남북 실무대표접촉에서 종래의 단일의석 공동가입안을 되풀이 주장했다. 이는 북한이 지난 1일자로 유엔 안보리에 제출한 서한에서 밝힌 단일의석안 포기 시사와는 완전히 배치되는 태도이다.

북한이 이처럼 며칠 사이에 이중적 태도를 보인 것은 의도적인 대남ㆍ대외의 이중적 대응이거나 또는 한소 수교 등 최근의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와 북한체제의 경직성이 심각한 마찰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단일의석 가입방안을 더이상 유효한 카드로 써먹을 수 없게 되었으나 그렇다고 김일성의 주체사상을 단번에 뒤엎는 결정을 내리기도 어려운 처지에 놓인 것이다.

따라서 북한은 대외적으로는 단일의석안을 거둬들이는 듯한 제스처를 보이는 동시에 대남 접촉에서는 종래의 주장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는 자기모순에 빠진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이같은 무리수를 쓰더라도 유엔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남북한간 선논의」라는 틀에 묶어둠으로써 한국의 유엔가입을 저지하는데 필요한 시간을 벌 수 있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우리측은 5일의 제2차 남북 실무대표접촉에서 지난번 1차 접촉과는 달리 북한의 항목별 구체제의를 논의대상으로 삼지 않은채 단일의석가입 방안에 대한 원칙적인 불합리성을 강하게 지적했다. 우리측은 애당초 실현 가능성이 없는 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측의 이같은 태도는 한국의 유엔가입에 대한 국제사회의 분위기에 비춰볼 때 단일의석안에 대한 남북간의 소모적 논의는 더이상 필요치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날 북한측에도 설명했듯이 지난 3일 현재 유엔총회에서의 각국 기조발언중 71개국이 한국문제에 대해 언급했으며 이중 48개국이 우리의 유엔가입 입장을 지지했다는 사실은 남북한 유엔가입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시각은 명백하다는 판단이다.

이와 반대로 북한측은 이번 유엔총회의 분위기에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북한은 앞으로 대외적으로는 단일의석 가입안을 강조하지 않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북한은 김일성의 「교시」가 바뀌지 않는 한 기존의 대남정책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북한은 통일문제 및 유엔가입 문제에서 대외전략에는 변화를 보이면서도 내부논리 또는 대남전략은 바꾸지 않는 가운데 모순을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최근 일본과 관계개선을 모색하면서도 명분상으로는 「하나의 조선」을 주장하는 것은 바로 이같은 이중성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남북 관계전문가들은 그러나 북한이 한소 수교,한중관계의 개선,북일 관계개선 등의 정세변화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기존논리의 사실상 폐기과정을 겪은 뒤 결과적으로는 이를 인정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남북한간에 이루어지고 있는 각종 접촉과 회담은 이같은 북한의 변화과정을 돕는 것이며 사실상 논의가 끝난 유엔단일의석 가입문제를 위해 또다시 대표접촉을 갖기로 우리측이 합의한 것도 바로 이러한 배경에 따른 것이라 할 수 있다.<정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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