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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유엔 가입/황소웅 편집부국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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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유엔 가입/황소웅 편집부국장(메아리)

입력
1990.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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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박길연 유엔주재 대사가 지난 2일 유엔안보리의장(데이비드ㆍ한네이 유엔주재 영국대사)에게 보낸 서한은 최근 무르익어 가고 있는 남북한 동시가입무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박대사는 이 서한에서 「남북한의 단일의석 가입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며 다른 방법들을 논의할 수도 있다」고 종래의 주장을 후퇴시키는 신축성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때를 같이하여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남북한의 동시가입을 반대하지 않는다」는 연설로 북한가입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했다.

소련의 셰바르드나제 외무장관은 지난 2일 정부기관지 이즈베스티야에 기고한 논문에서 「남북한이 서로 합의한 조건에서 유엔가입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별도 의석가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런 저런 움직임으로 보아 남북한의 유엔가입 문제가 어쩌면 이번 총회기간중 속시원히 결말이 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사실 그동안 북한은 남한의 가입을 저지하고 방해하는데 급급한 나머지 자신의 가입을 스스로 봉쇄하는 폐쇄정책으로 일관해왔던게 사실이다. 바꿔말하면 남한 견제에만 눈이 어두워 그들의 유엔가입이 그들에게 어떤 이점을 가져다주는가를 미처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제와서 북한이 유엔정책에 대해 적극적인 방향으로 사고방식을 바꿨다는 것은 늦은 감이 있긴 해도 다행스럽고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의 유엔가입은 그들 자신에게 많은 이익을 안겨 줄 것이다.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북한의 국제적 이미지 개선이다. 아웅산폭발,김현희의 대한항공여객기 폭파 등으로 테러집단이라고 규탄을 받아온 북한이 유엔에 가입한다면 평화애호국의 이미지로 탈바꿈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유엔헌장은 회원국의 자격으로 「평화애호국」이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지 개선이라는 상징적 효과외에도 회원국으로서 실질적인 권익을 누릴 수 있고 당당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모든 국제문제 토의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국제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 커다란 이점이다.

북한이 유엔에 가입하면 그들이 관계를 개선하고 싶어하는 미국 및 유럽각국과 자연스럽게 접근,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 것은 물론이다.

북한은 49년과 52년 두차례에 걸쳐 스스로 가입신청을 한일이 있고 소련에 의해 두번(57,58년) 가입안이 제출되었으나 안보리에서 부결되었었다.

그때와 비교하면 세상이 달라져도 많이 달라졌다. 미국도 소련도 중국도 달라졌고 북한도 예상보다 빨리 달라지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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