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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의 전제/방민준 경제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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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의 전제/방민준 경제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0.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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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놀기만해도 되는 겁니까』 모처럼 국군의 날ㆍ추석절ㆍ개천절이 겹친 긴 연휴를 보낸 사람들의 입에서 이같은 걱정어린 푸념이 나오고 있다.기업인들이 이런 소리 하는 것은 긴 휴무로 생산이 줄고 매출이 줄어드니 당연하지만 근로자들의 입에서까지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을 보면 노는 날이 많긴 많은 모양이다.

이번 연휴기간 동안 대부분의 기업들이 5일간 휴무했고 일부 생산업체들은 연휴끝에 하루이틀 일해봐야 능률이 오르지 않는다고 아예 5,6일까지 쉬어 8일연속 휴무하는 데도 있다.

한강고수부지에서 만난 자동차조립공장에서 일한다는 한 근로자는 8일 연휴를 맞고도 갈 데가 없어 강물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남아도는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소식이 없는 찌를 바라보느라 어느 정도 짜증스런 표정이 돼있던 이 근로자는 『푹 쉴 수 있으니 좋겠다』는 기자의 부러움섞인 농담에 버럭 화를 냈다.

『노는 날만 많으면 뭐합니까. 노는 것도 돈이 있어야지 돈 없인 고역이요 고역』

그는 추석때 차례를 지낼 때까지는 지루한 줄 모르고 지냈으나 친척들이 다 떠난 뒤부터 남아도는 시간을 주체할 수 없었다고 했다. 움직이면 돈이라 집에서 TV보고 낮잠자고 하다보니 식구들에게도 눈치보이고 본인도 좀이 쑤셔 할 수 없이 낚싯대를 들고 나왔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사람이 이 근로자와 같은 처지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휴식이 시간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가 되면 더이상 휴식일 수가 없다. 휴식은 생산활동이 전제될 때에만이 값진 것이다.

지난해부터 수출이 부진해지면서 기업들이 노는 날이 너무 많다고 아우성치자 정부는 공휴일을 줄일 것을 검토,국군의 날과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제외키로 했다가 노동계의 강한 반발에 부딪쳐 결정을 번복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노는 날의 조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정부의 단견을 한 기업인은 이렇게 지적했다.

『60,70년대 12시간 맞교대로 주당 70시간씩 일하면서도 늘어나는 수출실적에 더 힘이 솟구친다며 열심히 일을 해 오늘이 있게 해준 근로자들에게 돌아간 것이 무엇인가. 뼈빠지게 일해봐야 집한칸 장만하기 힘드니 몸이라도 편해야겠다는 생각을 갖는 것이다』

『이렇게 놀기만 해도 되는 겁니까』고 푸념하는 근로자의 심정을 기업인은 물론 정부가 되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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