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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태 베를린특파원이 본 통독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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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태 베를린특파원이 본 통독현장

입력
1990.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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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독일”… 100만 인파 「자제속의 축제」/젊은층 더 열광… 일부선 반대시위도/동독 수뇌부 각종행사서 눈물 글썽/동독총리 “환상의 끝”… 언론 “어려운 과제의 시작”독일인들은 역사적인 통일의 순간을 민족적축제와 환호속에서 맞이했다. 그러나 각종 국가행사와 축제의 전체적 분위기는 베를린장벽 붕괴나 경제사회통합 당시의 「감동적 열광」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독일정부와 정치지도자들도 향후 과제와 독일의 대외적 책임,특히 「유럽안에서의 통일」 등을 두드러지게 강조,통일에 대한 내외의 우려를 진정시키는데 주력하는 듯한 인상이었다.

○샴폐인 터뜨리며 환호

○…공식 통일이 이룩된 3일 0시,통일을 상징하는 국기게양식이 거행된 베를린제국 의회앞 공화국 광장과 인접한 브란덴부르크문 일대는 환호와 3색 독일국기가 물결쳤다. 바이츠제커 대통령이 『민족자결에 의한 통일이 완성됐다』고 선언하자 거리에 뛰쳐나온 1백만명에 가까운 군중들은 샴페인과 폭죽을 터뜨리며 환호했고,손을 잡고 춤을 추는 모습도 보였다.

이어 쉐네베르크구청의 「자유의 종」소리가 확성기를 통해 울려퍼지고,국가가 연주되면서 「통일축제」는 절정을 이뤘다.

○…군중들가운데 환호에 열성적인 계층은 분단의 고통을 절감했을 중ㆍ장년층보다는 젊은이들이었다. 이들은 기쁨에 온통 들떠 제국의회앞의 단상으로 밀고 올라가려다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대다수 군중들은 오히려 차분한 자세였으며,폭죽놀이를 구경하는데 관심을 쏟는듯한 분위기였다.

이처럼 절제된 반응은 장벽붕괴 등 극적인 순간들을 여러차례 경험했고,통일의 구체적 문제들에 대한 오랜 논쟁속에서 공식통일이 이미 예정된 수순이었던 탓으로 풀이되기도.

○…베를린의 축제분위기는 거리축제가 사라진 2일 초저녁부터 브란덴부르크문과 동베를린 운터 덴 리덴거리를 중심으로 서서히 고조됐다.

특히 운터 덴 린덴에서 알렉산더광장에 이르는 거리에 마련된 16군데의 가설무대에서는 전통무용단과 코카서스 등의 무용단이 축하공연으로 흥을 돋웠다. 샤우슈필 연주홀에서의 공식축하연주회도 가로수 곳곳에 설치된 대형확성기로 중계됐다.

운터 덴 린덴거리에는 수십개의 포장마차가 들어서 「먹자판축제」도 보였는데 이중에는 불고기 잡채를 파는 한국인 포장마차도 끼여 있었다.

○…브란덴부르크문앞 광장 한쪽에는 높이 50여m의 대형기중기에 매달린 동독 트라반트승용차를 장벽을 상징하는 콘크리트조형물 안에 떨어뜨려 박살내는 전위예술이 벌어지기도.

또 훔볼트대학 앞에는 국방색으로 칠한 트라반트승용차와 동독군지프를 세워놓고 「바겐세일」이라고 써붙인 광경도 보였다.

○…브란덴부르크문 광장에는 12월 총선을 의식한 정당들이 통일축하플래카드 등을 내걸었는데,녹색당은 마차위에 「하나됨을 마음껏 즐기세요」라는 플래카드를 내걸고는 정강ㆍ정책이 쓰여진 남성용 피임기구를 나눠 주기도.

○「유럽안의 통일」 강조

○…2일부터 열린 각종행사에서 정치지도자들은 민족내부의 화해와 단결,그리고 「유럽안에서의 통일」 등 대외협조,평화의지를 강조하는데 치중했다.

이날 브란텐부르크 문앞에는 독일국기대신 유럽통합을 상징하는 EC 깃발이 내걸렸으며 바이츠제커 대통령은 「통일국기」 게양직후 『신과 인류에 대한 독일의 책임을 인식,통합유럽안에서 세계평화에 기여코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3일 상오 공식기념식에서는 『분단종식은 재정지원으로만 달성되지 않는다』며 통일을 민족단결의 계기로 삼자고 호소.

콜총리도 2일 방송연설에서 「민족단결과 희생,화해」를 촉구했으며,『독일은 우리의 조국이며,통합유럽은 우리의 미래』라고 천명.

쥐스무트 연방의회의장은 공식 기념식에서 『전쟁의 파괴와 유태인수난,이웃의 희생자들을 망각해서는 안된다』고 과거에 대한 책임을 구체적으로 상기시켰다.

○“실업우려 망각못해”

○…「통일작업」의 주역인 드 메지에르 전 동독총리는 2일밤 9시 동베를린 연주홀에서 열린 통일축하연설에서 고별연설을 통해 통일을 『환상의 끝,눈물없는 고별,환희의 시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그는 앞서의 방송연설에서 『조심없이 통일의 미래를 맞을 수 없다. 통일은 동독의 편입으로 끝나지 않는다』고 지적.

또 동독 국가원수대행인 베르크만ㆍ폴 국회의장은 3일 기념식연설에서 『동독인들은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기대하진 않지만,평등과 양독의 단합을 바란다』고 강조. 그는 2일 하오 마지막 동독의회에서도 『통일의 기쁨이 현존하는 실업 등의 우려를 잊게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주요 언론들도 통일의 환희를 부각시키기보다는 동독인에 대한 배려와 국제적 협조를 강조했다.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지는 1면 통단사설에서 화해와 단결을 촉구하면서 『10월3일은 어려운 과제의 시작』이라고 강조했으며 베를린에서 발행되는 타게스슈피겔지는 사설에서 『우리 자신의 역사는 단순한 국가의 크기나 힘이 행복을 약속치 않는다는 교훈을 남겼다』며 『국가의 존재의의는 모든 국민의 인간적 권리보장과 주변국과의 평화공존에 있음을 통일의 순간에 유념하자』고 촉구했다.

○…통일의 환희와 함께 동독이라는 한 국가의 소멸은 동독지도자와 국민들에게 여전히 적지않은 충격으로 작용하는 인상.

드 메지에르 전 동독총리와 여성인 베르그만ㆍ폴 전 동독 인민의회의장은 각종 통일행사에서 감정을 못이긴채 눈물을 글썽였으며 일부 동독국민들은 동독국기가 걸렸던 의회건물을 회한이 가득찬 눈으로 바라보기도.

○“당케 고르비” 많이써

○…독일인들이 통독실현후 가장 많이 쓰는 말중의 하나는 「당케 고르비」(감사합니다. 고르비).

이는 미하일ㆍ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이 통일실현에 가장 결정적 기여를 했다는 독일인들의 심정을 입증해 주는 것.

2일과 3일의 기념 연설이나 축하인터뷰 등에서 양독지도자의 대부분이 『고르바초프 대통령에게 특별히 감사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고 최근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92%가 고르바초프의 기여에 감사를 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부세계뿐만 아니라 독일내부에서도 통일에 반대하는 시각은 통일의 순간까지 표출됐다. 통일축제가 무르익던 2일 저녁 동베를린 프리드리히거리 주변에서는 통일반대 유인물을 뿌리던 2백여명의 급진세력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투석전과 함께 경찰관 1명이 칼에 찔린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 과격세력들은 경찰봉쇄선 외곽곳곳에서 반대시위를 벌여 축제환호의 한쪽에서는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잇달았다.○보도진 5천명 몰려

○…독일통일취재를 위해 베를린에는 아프리카 등을 포함한 전세계에서 5천여명의 기자들이 모여들었는데 서베를린 콘그레스할레 국제회의장에 설치된 임시프레스센터에 정식등록한 기자만도 내신기자를 포함,3천5백명에 달했다.

독일정부는 취재진들에게 24시간 식사를 무료제공하는 한편 부근 모아비츠역에 3백50명이 잘 수 있는 침대차를 준비해놓아 『원칙론자인 독일인들로서는 유례없는 선심』이란 평가를 받기도.

○북한 대사관 문잠겨

○…3일 독일통일과 함께 동베를린주재 외국대사관들은 모두 외교공관지위를 상실했다. 동베를린 중심부 그링카거리에 있는 북한 대사관은 2일 저녁 문이 잠긴채 동독경찰관 1명이 외곽을 지키고,대사관단지안 아파트앞에서 어린아이들이 놀고 있을뿐 통독축제에는 무관심한 듯한 분위기였다.

기자가 사진을 찍자 경비원 1명이 나와 『그만 하시라요』하고 말했으나 적극 제지하려는 기색은 없었다.

○동독 출신 5명 입각

○…바이츠제커 독일 대통령은 로타르ㆍ드 메지에르 전 총리 등 전 동독 출신 각료 등 5명을 독일정부의 무임소장관으로 임명했다고 대통령관저가 3일 발표했다.

이로써 오는 12월2일의 전독선거때까지 통일독일을 이끌게될 헬무트ㆍ콜 총리정부의 각료는 콜총리를 포함,23명으로 늘어났으나 이들이 모두 무임소장관으로 임명됐기 때문에 콜총리는 선거전에 그의 중도우파 내각을 크게 개편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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