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묘,총묘,태사,원앙총,토만두,구원,황천 등은 묘지를 지칭하는 어휘들이다. 분묘의 견고함이 성과 같음을 비유하는 말에는 가성이란 단어도 있다. 서경잡기 제4항에 나오는 말이다. 농경전통사회에서 산업화가 본격화되고 도시화가 촉진되면서 60년대말부터 생긴 대도시 주변의 공원묘지는 이제 우리 사회의 묘지문화를 상징하기에 이르렀다. 고향과 선산이 있는 사람들까지도 조부모나 부모님의 묘소를 주거지 근처 공원묘역에 모시게끔 된 것은 그 편리함 때문일까. ◆지난달 10∼11일 양일에 서울ㆍ경기지역을 덮친 65년래의 폭우는 서울근교의 많은 공원묘역과 교회묘지 등에 적지 않은 피해를 냈다. 피해가 심한 경기도 황주군내 한 공원묘역에서는 7백여 기의 묘소가 파손됐고 이중 1백60여 기는 유골마저 찾을 수 없어 추석성묘를 할 수 없게된 후손들을 망연자실케 하고 있다는 보도다(본보 1일자 사회면). 이처럼 딱한 일도 흔치는 않을 듯 하다. ◆겉만 번지레한 공원묘지에서 가성에 해당할 만한 치성을 기대한다는 것부터가 애시당초 잘못인지도 모른다. 60∼70년대 큰 붐을 이뤘던 공원묘지들은 이제 대부분 만장상태에 이르렀다. 공원묘지 조성회사들은 묘지분양을 시작할 때는 일정액의 관리비만 내면 영구관리를 해준다고 약속했으나,만장이 되어버린 뒤의 관리는 계약내용과 전혀 다르다. 심한 경우는 묘지 조성회사가 분양만 끝나면 해체돼 버려 관리가 말뿐인 곳도 적지 않다. ◆따지고 보면 이 또한 「행정의 사각」이 빚은 결과일 수밖에 없다. 공원묘지 조성허가만 덜렁 내줬을 뿐 사후관리는 알 바 아니라는 식의 보사부당국과 시ㆍ도의 행정부재 때문에 눈가림식 묘지조성과 재빠른 분양으로 배를 불린 업자들은 자취를 감춰버리기 일쑤인 것이다. ◆「모든 무덤이란 언젠가는 폐허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진리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묘지치성=효성의 전통가치관이 엄존하고 있다. 그렇다면 행정은 공원묘지 조성업자 관리에 보다 더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안되겠다. 너나없이 조상들의 묘소를 찾는 추석명절을 맞으면서 모두가 묘소의 의미,그 보존과 관리방식을 새삼 생각해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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