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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ㆍ군 화합과 군의 내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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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ㆍ군 화합과 군의 내실(사설)

입력
1990.10.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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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분위기를 곁들인 건군 42주년 국군의 날 행사를 지켜보면서 군의 변모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음을 피부로 느낀다.군이 그간 우리 사회에 끼친 영향은 그것이 좋은 것이었든,나쁜 것이었든 간에 지대한 것이었음에 틀림없다. 최악의 여건 속에서 북의 6ㆍ25남침을 끝내 저지하고 조국강토를 지켜냈고,그뒤 계속되는 북의 도발을 억지시켜 나라의 발전을 가능케 하는 근간을 이뤘던 일들은 이제 그 공이 역사적인 것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또 가장 먼저 근대화에 눈뜬 조직으로서 이나라 사회발전에 큰 견인역할을 충실히 해낸 것도 크게 평가 받을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나라 정치발전사에 있어서 군부 우위시대(1961∼1987)를 끌어낸 군의 정치개입이라는 악몽은 우리 모두가 쉽게 잊을 수 없는 군의 과오였음을 인정하는 것에도 인색할 수는 없을 것이다.

1961년을 기점으로 하여 87년까지 군이 국가권력 운영에 깊이 관여하면서 다원적 사회발전을 저해해왔다는 역기능의 빚을 갚기 시작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그래서 우리는 「군부 우위시대」라는 단어에 대칭되는 「문민 우위시대」의 개막을 간절히 고대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때마침 국군의 날을 계기로 군령권을 가진 새로운 합참이 발족했고,이에 따라 군이 새로이 국가안보를 위한 전문 직업집단으로서의 위치를 다져가게 된만큼 과거사에 매달린 감각에서 벗어나 새로운 민군의 화합시대가 올 것을 기대한다. 그러나 민군의 화합시대라해서 군의 본연임무가 한치라도 소홀해질 수는 없다.

80년대말에 들어서면서 동서진영간 화해,협력이라는 새로운 국제질서가 자리잡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주한미군도 단계적 감축추세를 보이고 있으나,북측이 대일 접근을 시도하면서도 체제 경직성에 있어서 본질적인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는 이상 우리도 경계의 끈을 느슨하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한편으로는 우리가 믿을 것은 오직 「스스로의 힘」 뿐이지 어느 강대국의 보호도,보장도 아니라는 상황도 눈앞에 다가와 있다. 이웃 일본이 정책을 바꿔가며 해외파병의 길까지 모색하고 있는 것은 전혀 새로운 변수의 등장이다.

반면 우리의 방위체제가 대북 억지력 수준에 계속 매달려 있어야 하는지의 문제가 제기되는 것도 시간문제로 여겨진다. 때문에 국제사회의 성숙된 구성원의 하나로서 스스로의 위치와 앞날을 재점검해야 한다면 그것은 바로 우리 군에게 새로이 부여되는 중ㆍ장기 과제와 연결된다.

다가오는 2천년대의 다각화돼가는 전략환경에 자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한국적인 군인상 정립,세련된 군사사상과 한반도에 알맞는 공세적 전쟁억지력 확보 및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자원관리 등은 군에게 새삼스럽게 주어진 기본과제들이며,그 중요성은 「민군화합」에 못지 않음을 강조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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