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지도 덥지도 않은 한가위 연휴가 시작됐다. 올해의 경우 유난했던 여름의 시련 끝이라 한가위를 맞는 사람의 마음은 그만큼 안도와 기대에 부푼 축제이기도 하다.전국이 사상 최대의 추석바람으로 물들어 있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로부터 고향의 뿌리를 찾아가는 귀성행렬이 고속도로는 물론,국도에 이르기까지 줄지어 있다. 불과 두달도 채 못되는 여름휴가 때와 엇비슷한 현상이다.
그러나 추석은 여름휴가와 달리 음력설과 함께 오랜 전통을 지닌 명절이다. 뿔뿔히 흩어졌던 핏줄과 「이웃사촌」들이 한여름의 시련 끝에 결실과 수확을 확인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이는 때이기도 하다.
그렇다곤 하지만 근래 땀 흘리기보다는 행락을,그리고 생산보다는 소비를 쫓는 세태바람에 휴가철이나 연휴 때마다 법석을 떠는 과소비가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올해 추석은 더군다나 토요일 다음의 일요일부터 시작해서 공식적으로는 국군의 날과 추석을 합쳐 닷새 연휴가 된다. 일부에서는 연휴직전 토요일까지 쳐서 사실상 엿새연휴로 치기도 한다.
이 엄청난 연휴에 전국의 생산활동은 사실상 「올 스톱」이 된다. 한가위도 좋고 고향나들이도 좋지만,이 유례없는 연휴가 과연 무엇을 뜻할 것인지 새삼 생각해봐야 될 것 같다.
연휴가 있는 동안 하루 2억달러의 수출차질이 생긴다는 계산이 있었다. 닷새 연휴라면 10억달러,그러니까 7천2백억원의 수출손실을 빚게 된다는 추산이 나온다.
그렇지 않아도 치솟는 기름값에 수출로 먹고 살아야되는 우리 경제의 전망은 어두운 판이다. 어느 모로 보나 닷새에서 엿새에 이르는 연휴는 가능하다면 자제해야 마땅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추석엔 사상 최대로 증가된 자가용 승용차가 모두 뛰쳐나와 모든 도로가 주차장화 될 전망이다. 1시간 거리를 3∼4시간씩 기어갈판이니 기름낭비와 시간낭비는 얼마나 될 것인가.
불과 한달 전 우리는 60여년 만의 물난리를 겪었다. 일부 수재민들은 아직도 천막살이를 벗지 못한 채 새벽이면 스미는 한기에 주눅이 드는 상태에 있어 명절을 맞을 준비가 안돼 있다.
고아원이나 양로원 등 불우이웃들도 외면당한 채 쓸쓸하게 추석을 맞고 있다. 그러나 사정한파로 차분한 추석을 맞자는 소리는 커도 「불우이웃에게도 손길」을 외치는 따뜻한 인정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추석이 전통적인 축제로의 미풍과 품위를 잃지 않아야 하듯이 분수와 절제도 함께 지녀야 한다. 넉넉한 사람이나 어려운 사람이나 다 같이 정신적인 풍요를 나누는 명절로 자리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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