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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타개 위한 북의 고육책/「북한­일 공동선언문」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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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타개 위한 북의 고육책/「북한­일 공동선언문」 파장

입력
1990.10.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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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시각/「두개의 조선」 인정한 셈/「대남혁명」은 포기 안해… 대화촉매제 기대북한주석 김일성이 일본과의 국교정상화 교섭을 결심한 것은 기존대외정책의 분명한 전환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북한의 향후 행보에 각별한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우리측은 하나의 조선정책으로 주체사상과 대남적화 논리를 정당화해왔던 김일성이 스스로의 노선수정을 전제로 대일 수교에 임하려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이것이 곧 「두개의 조선」을 인정하는 결과라고 볼 수 있을까. 가네마루 전 일본 부총리 일행의 방북기간중 북한의 김용순 로동당 국제부장은 이에 대한 일 외무성 관계자의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좀더 구체적으로 김 부장은 『국제정세가 바뀌었지 않았느냐』고 오히려 반문하면서 『국교정상화 단계에서 일측과 경협 및 배상문제가 타결된다면 우리의 정책변화는 가능할 것』이라고 매우 단정적으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결국 대외적으로는 「하나의 조선」 정책을 포기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예의 대남혁명노선,즉 「미제의 식민지」를 해방시키겠다는 내부적인 통일전선 전략까지를 수정했다고는 해석되지 않는다.

북한은 여전히 일 대표단과의 수교를 위한 공동선언을 발표한 이후에도 『남조선이 두개의 조선을 획책하고 있다』고 운운하고 있으며 당기관지의 사설 등을 통해 한국정부를 맹렬히 비난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북한은 대내외적으로 서로 상치되는 「2중의 슬로건」을 택하고 있다고 봐야한다.

이같은 모순과 내부적 딜레마를 감수하면서까지,김일성 권력기반의 토대였던 항일 빨치산투쟁 논리를 뒤집어 엎으면서까지 일본과 손잡은 이유는 자명하다. 한계상황에 이른 경제의 파탄과 한소 수교가 임박하면서 절감케 된 국제적 고립감으로부터 탈피하기 위해 무리수를 동원해서라도 희생방도를 찾아보자는 것이 일본과의 수교교섭 합의로 표출되었다고,우리 정부는 분석하고 있다.

북한의 외채는 현재 65억달러 수준에 이르고 있으나 이를 결제할 방법이 없다.

유럽의 많은 보증은행들은 북한 채권 1달러를 12센트에 팔겠다고 아우성이다.

유럽의 은행들은 더 나아가 북한이 이 지역에 수출하고 있는 금 및 각종 현물들을 강제 차압할 수 있도록 법원에 근거마련을 요청해 놓고 있다.

지난달 평양을 방문했던 셰바르드나제 소련 외무장관은 91년부터 양국 무역을 경화결제로 할 것이며 대규모 투자를 중지하고 군사원조 또한 삭감하겠다고 일방통고한 바 있다. 또한 금년말 한국과 수교하겠다고까지 밝혔다. 김일성은 이에 극도의 불쾌감을 표시하며 셰바르드나제의 면담요청마저 거절했고 북한의 방송은 일제히 셰바르드나제와 소련정부를 비난하고 나섰다. 다급해진 김일성은 외교경로를 통해 북경방문과 중국의 최고실권자인 등소평과의 면담을 추진했으나 중국으로부터의 회신은 『아시안게임 때문에 도저히 어렵다』는 것이었다. 결국 북경이 아닌 심양에서 등이 아닌 강택민 총서기와의 면담만이 울며겨자먹기로 성사됐다. 김일성은 이 자리에서 강 총서기로부터 경제원조가 어려우며 한국과 무역대표부를 상호설치키로 했다는 설명만을 들었을 뿐이었다.

김일성은 순간적으로 당황했고 가네마루와의 면담을 통해 「극약처방」을 쓰기로 매우 전격적인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볼 수 있다. 다행이 일 대표단과의 협상은 김의 의도대로 페이스를 유지했으며 그 결과 만족스러운 8개항을 얻어낸 것이다.

북한은 일본에 대해 화해의 손짓을 하는 동시에 미국에 대해서도 빗장을 풀어놓았다. 미국측이 대북 관계개선의 확고한 전제로 내건 핵안전협정(IAEA) 가입과 테러행위포기 확약 대목과 관련,테러반대의 입장표명에는 별 문제가 없다는 의사를 전달함과 아울러 핵안전협정 서명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미북간 비공개회담을 최근 고위특사를 보내 제의했던 것이다. 여기에다 대이라크 금수조치에 동의하는 등 「대미추파」는 계속됐다.

김일성의 「교차승인 수용」은 그러나 전술적인 변화일 뿐 전략적인 변화는 결코 아닌 것 같다. 여전히 북한내부에는 강경ㆍ온건파의 대립이 심하며 김일성으로서는 이를 적절히 관리해 가며 권력유지를 공고히해야 하는 일차적 부담을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한손에는 돈을,또 한손에는 칼을 쥘 수밖에 없는 처지인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정책변화가 과연 언제 어떤 형태로 가시화될지에 대해 우리 정부는 모든 외교채널의 총동원령을 내려 이를 예의 주시ㆍ분석하고 있다.

우선 오는 10월10일의 로동당 창당 45주년 기념행사에서 김일성이 의미있는 내용의 연설을 할 것으로 우리측은 관측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대외정책의 수정을 공표할 수도 있겠으나 이에 대한 확실한 정부와 근거는 아직 없다.

다만 정보로서는 오는 5일 판문점에서 열리는 「남북 단일의석 유엔가입」 협의를 위한 고위급실무대표 회의에서 어느 정도 북한의 입장 및 진정한 의도를 타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자리에서 우리측은 북한이 기존의 「두개의 조선」 반대입장을 바꾼 이상 한국의 유엔 단독가입 내지는 동시가입을 북한이 반대할 명분이 없음을 분명히해 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덧붙여 북일간 관계정상화 교섭에 대한 원칙적인 찬성의 뜻을 전달하는 한편 이것이 남북대화의 전도에 영향을 끼치지 않기를 아울러 희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한마디로 북한이 분명 변화하고 있다고 보고 있으며 이같은 변화가 「남북 화해」의 촉매로 작용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중이다.<정진석 기자>

◎일본의 시각/당정 모두 “「45년 배상」은 불가”/「후지산호」 딜레마속 “구속력 없다” 당황/「조선은 하나」엔 궁한 설명

일본과 북한의 3당 공동선언문 일부조항에 대해 한국정부가 강력히 반발하자 일본정부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한국정부로부터 ▲조선은 하나이며 ▲전후 45년간의 손실에 대해서도 충분히 보상하고 ▲일본총리로서 사죄한 선언문 내용을 공식해명하라는 요청을 받은 일본정부가 30일 외무성 관리를 곧 한국에 보내 일본의 기본입장을 설명케 하기로 했다.

또 북한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수용을 받아내지 못한 데 강한 불만을 토하고 있는 미국에도 관리를 보내 사정을 설명할 계획이다.

가이후(해부준수) 총리와 나카야마(중산태랑) 외무상이 미국에 출장중이어서 일본정부의 대응책 마련이 늦어지고 있지만 한국에 대해서는 『어디까지나 양국 정당간에 이루어진 선언이므로 정부로서는 구속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설명할 계획이다. 그 말 한마디로 한국이 이해할 수도 없는 일이고 두나라 집권당간의 강도 높은 문서(선언)를 효력이 없는 것이라고 공언할 수도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이다.

특히 「조선은 하나」 부분에 대한 설명에 말이 궁해 전전긍긍 하고 있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45년」에 대한 보상요구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외무성 관계자는 『전후 일본이 북한에 손해를 입힌 일이 없다』면서 수교교섭이 시작되면 이를 거부할 것임을 분명히했다. 유엔총회에 참석중인 나카야마 외무상도 뉴욕에서 같은 방침을 천명했다.

이 문제가 일본 국내에서 큰 논란이 되자 방북단 당사자들도 당황한 듯 발을 빼려하고 있다.

공동단장 자격으로 평양에 다녀온 다나베(전변성) 사회당 부위원장은 30일 NHK 대담프로그램에서 『배상의 범위는 정부간 교섭에서 다룰 문제』라면서 선언문이 정부에 구속력을 행사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자민당측 부단장 이시이(석정일) 의원도 『전후 45년간은 실무적ㆍ법률적으로는 배상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북한측에 주장했다』고 변명하고 『45년을 식민지 시대와 같이 배상 및 보상대상으로 한다고 합의한 것은 아니므로 이것이 양측 관계를 구속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집권 자민당의 수뇌진과 사회당을 제외한 모든 야당들도 일제히 반대하고 나섰다. 자민당 3역의 한사람인 니시오카(서강) 총무회장은 29일 나가사키(장기)에서 기자회견을 자청,『일본은 한국에서 한 것과 같은 밸런스에서 배상을 해야한다』는 말로 「45년」 배상에 분명한 반대의견을 밝혔다.

민사당의 오우치(대내) 위원장도 『부적절한 약속이므로 용인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실무진의 반발을 제어하고 그 조항을 수용한 가네마루(김환신) 전 부총리는 여전히 같은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정부ㆍ여당을 매우 난처하게 하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그는 수교교섭이 시작되면 「경제협력」 뿐 아니라 「배상」의 일부까지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28일의 3당 수뇌회담 때 북한측에 이를 약속한 사실이 새로 밝혀졌다. 이날 회담에서 북한 로동당 김용순 국제부장(당서기)이 사전배상을 선언문에 넣자고 주장,선언문 작성이 난항에 빠지자 그는 『검토하겠다. 선처하겠다』고 약속했다는 것이다.

그는 귀국회견에서 이 내용은 밝히지 않았으나 수교교섭과 동시에 경제협력은 제공해야 한다는 신념을 거듭 밝혔었다. 방북단의 가장 큰 목적이었던 후지산(부사산)호 선원2명의 석방이 아직 실현되지 않고 있으므로 북한의 심기를 건드려서는 안된다는 생각에서일 것이다.

일본측은 오는 10월10일 북한 로동당 창당 45주년 기념행사에 초대받은 오자와(소택일랑) 간사장이 평양에 다녀올 때 두사람을 데리고 오도록 북한측에 요청하고 있다. 그들의 석방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식언을 할 수 없다는 그의 입장을 헤아릴 수는 있지만,한국과 미국의 반발이 두려운 일본으로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 가장 큰 두통거리임에 틀림없다.

일부 서방측 외교소식통들은 『북한이 배상과 경제협력이란 잿밥에만 눈독을 들이고 있을지 모르니 일본이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수교가 이루어지기 전에 돈을 줄 수도 없고,돈을 주지 않으면 수교협상이 깨질 우려도 있다. 후지산호 사건해결과 대북한 수교는 일본의 대북한 2대 현안이다. 일본의 딜레마는 바로 여기에 있다.<동경=문창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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