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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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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0.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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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 박지원이 쓴 「열하일기」에 적힌 필담 내용의 한 구절이다. 중국인이 우리나라 상인의 어리석음을 꼬집었다. 「귀국의 장사하는 이들을 본즉 차와 약재같은 상품을 가리지 않고 값싼 것만 따지더군요. 그래서야 어찌 진짜 가짜를 논할 수 있으리. 그러므로 북경 장사패들이 내지에서 쓰지 못할 물건들을 넘겨받아 서로 속여가며 이득을 취한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 것이라면 허겁지겁하는 게 예나 이제나 같은 모양이다. ◆갈수록 태산이라더니,북경에서 들려오는 소문이 부끄럽기만 하다. 남북의 체면이 말이 아닌 것 같다. 북한의 권투는 심판판정에 지나치게 항의하다 출전금지 처분을 받았다. 서울 올림픽에서 벌어진 링의 악몽이 되살아난다. 공동응원을 한다고 법석을 떨더니 그것도 시들해진 모양이다. 이런 판국에 메달수나 따지면 무슨 소용이냐 하는 참담한 생각마저 든다. ◆우리 관광객들의 「북경 싹쓸이」는 차마 고개를 못 들 지경이다. 국내의 여론이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있지만 현지의 후유증도 쉽게 넘겨 볼 수 없을 것 같다. 옛날부터 진짜 가짜를 안가릴 만큼 허둥대며 중국 물건을 사는 버릇이 아직까지 남아 있다면 한심한 노릇이다. 어물전 망신을 시키는 꼴뚜기가 왜 이리 기승을 부리는지 알듯 말듯 하다. ◆보다 못해 검찰이 칼을 뽑았다. 약재 등을 밀반입하면 구속해 버린다고 엄포를 놓았다. 공항의 세관검사가 무서워지고 뒤늦게 눈이 휘둥그래지는 귀국자들이 많다고 한다. 그렇지만 물은 이미 엎질러 졌다. 돈 뿌리고 망신당할 것은 다 당했다. 사후약방문 같은 호들갑이 오히려 우습게 어겨질 뿐이다. ◆여기다 한술 더 뜬다는 소식이다. 돈 자랑은 이미 소문났으나 여인희롱으로 현지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는 보도엔 입이 막힌다. 대체 그들이 어떻게 생긴 사람들인지 얼굴을 한번 보았으면 싶다. 왜 이러는가,제정신이 빠져 나갔는가. 수치는 인간의 본능이다. 수치를 모르면 사람이 아니다. 부끄러운줄 모르는 게 더욱 부끄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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