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제개혁 앞둔 극좌ㆍ극우간 파워게임 산물/“향후 주도권 위해 상대방 입지 좁히기”분석소련에서는 지금 쿠데타설이 연일 난무하고 있다. 한때 급진개혁을저지하려는 보수세력의 쿠데타설이 터져 나오더니 이번엔 거꾸로 급진개혁세력의 쿠데타설을 경고하는 보도가 나오기에 이르렀다.
이같은 상황은 급진개혁파와 보수파가 서로 상대방의 쿠데타 가능성을 유포하면서 향후 정치판도의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분석은 그간의 사태진전에서 나온다.
소련 공산당기관지 프라우다는 28일 「러시아민주포럼」이라는 급진개혁주의자 단체가 권력을 장악키 위해 「행동90」계획을 마련,공산당을 정치무대에서 제거하려고 기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에 앞서 지난 24일 연방최고회의에서 급진개혁파의 한 대의원은 KGB(국가보안위원회)의 지휘를 받는 2개 공수사단이 모스크바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군부의 쿠테타 기도설을 강력히 추궁했다.
이같은 일련의 쿠데타설은 급진파 보수 양세력 모두의 해명과 반박으로 「사실무근」인 것으로 판명됐지만 그 내면을 살펴보면 그리 간단치만은 않다.
양측의 공방은 무엇보다도 오는 10월15일부터 시행될 시장경제체제와 야당 창당 등 소련의 혁명적체제개편을 앞둔 파워게임으로 분석할 수 있는 것이다.
소련의 현 정치구조를 보면 고르바초프를 중심으로 한 온건개혁세력,옐친의 급진개혁파,폴로즈코프 러시아공 공산당 제1서기의 보수파 등으로 3분할 수 있다.
그러나 급진개혁파 중에는 아예 체제자체를 부정하는 「극우세력」(보수에서 볼때는 극좌)이 있으며 보수파 중에도 개혁자체를 거부하는 골수스탈린주의자들(개혁쪽에서 보면 극우)이 존재한다.
이같은 세력판도에서도 정국은 이미 급진개혁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으며 이를 입증하듯 러시아공화국을 비롯,소련내 각 공화국들과 지방소비에트 등에서 급진개혁파들의 진출이 눈에 띄게 두드러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파워게임의 대세가 급진개혁쪽으로 줄기를 잡고 있는 상황에서 급진개혁파는 군과 당정내의 반개혁수구세력의 반동적 저항에 쐐기를 박고 이들의 재부상을 막기 위한 포석으로 쿠데타설을 유포하며 선제공격을 가했다고 볼 수 있다.
즉 급진개혁파들은 탈냉전시대를 맞아 영향력 축소를 우려한 일부 군부강경세력과 당정내 보수파들이 고르바초프정권의 경제위기를 구실로 대대적인 공세를 펼 것에 대비한 일종의 견제구를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당원중 1% 미만의 노멘클라투라(특권계층)세력은 지난 28차 당대회에서도 나타났듯이 당이 환골탈태하는 개혁을 할 경우 자신들의 설 땅이 없어지게 된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이들은 결국 급진개혁파의 선제공격에 맞서 공산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급진개혁파 내의 일부 「극우세력」을 급진개혁세력의 전부인양 과장,국가전복을 기도할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하면서 반격에 나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같은 장군멍군식의 공방은 파워게임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선전전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급진개혁파나 보수파 모두 자기세력내의 극좌나 극우의 「발호」가 오히려 자파의 정치적 입지를 좁히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로는 쿠데타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 고르바초프는 대통령으로서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데다 당의 쇄신과 민주화를 겨냥,28차 당대회에서 당 지도부의 80∼90%를 인사이동 시켰으며 당 중앙위원 역시 50%를 새인물로 교체했다.
물론 공산당이 집권여당의 한계때문에 급진개혁세력이 요구하는 급속도의 개혁을 단행하기는 어렵다 해도 국민의 지지를 업고 있는 민주강령 등 야당세력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결코 개혁의지는 포기하지 않을 전망이다.
따라서 고르바초프의 개혁주도세력은 앞으로 옐친,포포프 모스크바시장,소브차크 레닌그라드시장 등 급진개혁세력과 타협속에 세체제를 정착시키려는 노력을 배가할 것으로 전망된다.<이장훈기자>이장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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