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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을 협박하는 풍조(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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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을 협박하는 풍조(사설)

입력
1990.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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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어지럽고 기강이 해이해질수록 비열한 범죄들이 독버섯처럼 돋아난다. 협박풍조는 대표적인 그런 유형의 범죄이다. 우리가 고문수사를 한 전 보안사 대위를 법정구속한 법관에게 협박전화가 잇따르고 있다는 소식에 탄식하고 분노를 느끼는 것도 그 때문이다. 아울러 지난날의 잘못에 대한 예외없는 엄정 처리와 사법질서 확립의 필요성도 절감되는 시점이다.협박이란 개인이 법적으로 보호되어 있다는 신뢰를 침해하는 범죄이다. 그래서 협박이 횡행하면 국민들간에 법적 안전의식이 흐려져 사회적 불안감도 가중되기 마련이다. 이번 협박사건에서 전직 군수사기관원임을 자칭한 그늘 속의 범인들이 노렸던 것도 그런 불안감의 조성이었을 듯하다. 불안감 조성과 보복위협을 통해 군출신 고문자들에 대한 엄정한 사법적 처리에 영향력을 발휘하려 기도했을 것이다.

우리가 더욱 우려하는 것은 이번 사건이 단순협박이나 사법부 모독 차원을 지나 고문비호세력의 상존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데 생각이 미치기 때문이다. 인간성을 말살하는 고문은 오늘날 반문명의 범죄이다. 남부지원에서의 전직 군수사관 법정구속 결정도 고문이란 절대 용납될 수 없음을 분명히하려는 정당한 사법적 의지의 표출이었는데,이같은 결정에 반발하는 세력이 있음을 노골적으로 시위한 것이다.

지난 87년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으로 촉발됐던 민주개혁으로 재출발한 오늘의 우리 사회이다. 그래서 고문이란 과거 독재정치의 온갖 잘못을 상징하는 대명사로 국민들의 뇌리에 박혀 있다. 그런데도 6공들어 3년이 지났건만 고문자들에 대한 처리가 어떠했는지를 당국은 반성할 필요가 있다.

탁월한 경찰의 고문기술자로 악명을 떨쳤던 이근안은 못 잡는지 안 잡는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심지어 박군 고문치사사건 은폐조작에 가담했던 당시의 경찰총수 등이 무죄로 풀려나기에 이른 세상이다.

이같은 흐리멍텅한 청산과 처리가 그동안 숨어 지내온 고문비호 세력들에게 숨통을 열어주는 결과를 초래,이번 협박사건이 생겨났을 법하다. 또 경찰고문 기술자는 풀어놓으면서 왜 군의 고문자는 뒤늦게 구속하느냐는 어처구니없는 볼멘 항변마저 협박의 저변에 도사리고 있음직 하다.

결국 철저한 수사로 협박범을 잡아내고 고문자를 엄정처벌함으로써 법질서 수호의지를 강력히 추진해나가는 길밖에 없다.

또 과거의 잘못에 대한 처리는 분명해야만 일파만파의 부작용을 막을 수 있음을 강조하지 않을 수가 없다.

끝으로 이번 사건처럼 불온세력의 협박에 굽히지 않고 고문세력 응징에 진력하는 법관들에게 격려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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