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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조야 “북한에 말렸다” 논란/북한­일 공동선언문 내용 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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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조야 “북한에 말렸다” 논란/북한­일 공동선언문 내용 싸고

입력
1990.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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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간 배상」 거센 비난 여론/기대건 「연락사무소」는 빠져 더 불만/일 정부도 못마땅… 거물 가네마루 「약속」이라 고민28일 평양에서 조인된 일ㆍ북한 정당간 공동선언문의 내용은 완전한 북한 페이스이다. 일본이 원하는 것은 넣지 못하고 극력 꺼려온 사항들을 수용한데 대해 일본의 정부ㆍ여당의 불평이 높아가고 있으며 여론의 반발도 거세다.

일본측이 선언문의 내용중 가장 불만을 표하는 부분은 제1항에 포함된 전후 45년 간에 대해 충분히 보상한다는 조항이다.

이밖에 일본이 꼭 명문화 하고 싶었던 양국간 연락사무소 개설이 누락된 점,일본과의 국교를 제안했으면서도 선언문에 「하나의 조선」 정책을 밝힌 점,신문발표문이나 공동성명보다 구속력이 강한 「선언」 형식을 취한 것 등이 대표적인 문제점이라는 지적이다.

또 선언문에는 명문화되지는 않았지만,가네마루(김환신) 전 부총리가 마지막날 3당회의에서 수교협상중 이라도 경제협력을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발언한 이른바 「중간배상」 문제도 큰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전후 45년간 일본이 북한에 끼친 손해에 대해 충분히 보상한다는 것은 지금까지의 외교사에 전례가 없는 일이어서 일본 정부는 크게 못마땅해 하고 있다.

북한이 이 기간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근거는 한국에 비해 큰 손해를 보았다는 것이다. 즉 한국과는 지난 65년 국교를 정상화,청구권과 경제협력이란 이름으로 경제적인 혜택을 준데 반해 북한에 대해서는 적대정책을 지속해와 외교적 공백이 계속돼 왔으므로 이에 대한 배상을 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이 문제를 논의하는 회담석상에서 일본 자민당측은 『일본이 북한에 대해 직접 피해를 끼친 일이 없으며,그동안의 비정상적 양국 관계는 국제정세 때문이었고 북한측에도 책임이 있다』고 강력히 거부했었다. 그러나 일본 사회당은 『정부도 45년간의 잘못을 인정했으니 그 부분에도 배상해야 마땅하다』고 북한측을 거들고 나서 자민당은 어쩔 수 없이 수용하고 말았다. 실무진은 끝까지 거부했으나 가네마루 단장이 『내가 책임질테니 받아들이라』고 지시했다는 후문이다.

북한측과 일본 사회당이 일본 정부도 인정했다고 들이미는 근거는 작년 3월 다케시타(죽하등) 전 총리의 국회 답변내용이다.

다케시타 전 총리는 당시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전체 주민에게 식민지시대에 대한 사죄와 반성의 뜻을 표한 뒤 북한과의 관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일조 관계에 대해서는,과거 불행했던 시기(36년) 이후 오늘까지 소원했던 것은 사실이다』

결국 양국 관계가 45년동안 소원했음을 인정했으니 배상을 해야한다는 논리였다.

북한이 이 시기에 대한 보상약속을 관철한 것은 말할 것도 없이 배상액과 경제협력의 규모를 늘리자는 속셈에서이다.

그렇다고 일본이 호락호락 원하는 액수를 다 줄리가 없다. 우선 「45년」에 대한 보상의 합리성에 강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 총회에 출석중인 나카야먀(중산태랑) 일 외무장관은 29일 뉴욕에서 일본 기자들에게 『정부는 보상해야 할 것만 보상하겠다』는 말로 「45년」 문제를 일축했다.

보상액수에 대해서는 어느 쪽에서도 공식적인 제안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김일성 북한 주석이 가네마루 전 부총리를 붙잡아 두고 2차례나 단독회담을 하면서 그 얘기가 안나왔겠느냐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이다.

방북단이 떠나기 훨씬 이전부터 대북한 보상과 경제협력을 합쳐 「50억달러 정도」라는 액수가 출처없이 떠돌았었다. 이것을 북한이 모를리가 없다. 무리하게 「45년」 분을 더 얹어 달라고 요구한 것은 그것으로는 부족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한 북한관측통은 『북한의 외채가 60억달러 정도임을 생각하면 그들이 바라는 액수를 추정할 수 있다』는 말로 최소한 그 수준은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수교회담이 시작되면 경협을 제공하겠다는 약속에 대해서도 반발이 크다. 방북단의 두 대표는 정부대 정부의 거래방식이 아니고 국제경제 기구를 통한 간접거래 방식으로 경협을 제공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 북한측의 「중간배상」 요구를 받아들인 듯하다.

「45년」 부분에 대해서도 내가 책임지겠다고 호언장담한 가네마루란 인물이 무게와 능력으로 보아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배상이건 경제협력이건 국교가 맺어지기 전에는 안된다는 일본 정부측의 반발도 만만치않다. 외교사에 전례도 없고 법적인 제한과 한국쪽의 반발도 있는 미묘한 문제를 일본정부가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해야 할 일이다.

11월부터 수교회담이 시작되면 북한측은 곧 손을 내밀 것이 분명하니 바로 내일 모레의 일이기도 하다.

이번 선언문에서 연락사무소 개설이 누락된 것은 참담한 패배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28일 밤 긴급 입수한 선언문 사본을 분석하던 외무성 관계자들은 『후지산(부사산)호 건도,연락사무소 건도 다 빠졌다』고 불평했다. 일본으로서는 가장 기대하던 두 가지가 빠지고 북한이 요구한 것만 망라된 데 대한 불평이었다.

김용순 북한 노동당 국제부장은 『수교가 되면 곧바로 공관이 생길텐데 연락사무소가 무슨 필요가 있겠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옳은 말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회담이 결렬된다면 일본으로서는 후지산호 선원 2명의 석방외에는 아무 것도 얻는 것이 없게 된다. 그것을 미리 계산하고 북한이 선언문에 넣기를 거부했다면 일본은 첫 회전에서 벌써 패배한 셈이 되고 만다.<동경=문창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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