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의 대일 속보… 「한반도」 대변혁 급류/폐쇄외교 탈피… 남북관계 영향/“경협위한 양보” 전면 개방 일러/4곳서 동시제안 치밀성… 일선 “탈냉전 신호” 분석도북한의 갑작스런 대일 수교제안은 아시아 안보정세에 큰 변화를 초래할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희망과 기대를 던져주었다.
일본정계와 학계에는 북한의 예상을 넘는 이같은 제안을 전면개방의 신호로 볼 수는 없다고 해도 폐쇄적이고 고집스런 북한 외교정책의 중대한 전환임에는 틀림없다면서 『아시아에 탈냉전의 파도가 일고 있다』고까지 받아들이는 측이 있을 정도이다.
27일 하오 늦게 방북단 수행원들로부터 보고에 접한 일본 정부는 처음에는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그 제안이 북한 정부관계자의 입을 통해 처음 나온 뒤 노동당 김용순 서기가 3당회의에서 공식 제안했으며,김일성 주석도 가네마루(김환신) 전 부총리에게 같은 제안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부터는 적극적인 환영의사를 표명하고 나섰다.
가이후(해부준수) 총리는 28일 「세계 소년서미트」회의 출석을 위해 미국으로 떠나기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환영의사를 밝히고 『아시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나쁜 일이 아니므로 한국 미국측과 긴밀한 연락을 취해가면서 대응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뉴욕에 체재중인 나카야마(중산태랑) 외무장관도 27일 최호중 외무장관으로부터 신중한 대응을 요구하는 전화를 받았다면서 같은 의견임을 밝혔다.
한편 북한 노동당으로부터 오는 10월10일 노동당 창당 45주년 기념식에 참석해달라는 초청을 받은 오자와(소택일랑) 자민당 간사장도 초청을 즉각 수락하면서 『자민당 대표단을 통해 정식초청이 있었으므로 참석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저없이 말했다.
북한의 대일 수교제안은 치밀한 계획 아래 27일 동시에 4곳에서 나왔다. 이날 상오 일본 외무성 가와지마(천도유) 아시아국 심의관과 실무협의를 하던 천용복 북한 외교부부국장은 불쑥 『11월초 평양에서 수교교섭을 시작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갑작스런 제안에 놀란 가와지마 심의관이 『그것이 북한의 외교정책 전환을 의미하는가』고 묻자 천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같은 시간 다른 장소에서 열린 일본 통상성 관계자와 북한 무역부 관리들과의 회의에서도 똑같은 제안이 나왔으며 이날 하오 일본 자민ㆍ사회당과 북한 노동당간의 3당합회의에서도 김용순 서기가 정식으로 제안했다.
김은 『일본 정부가 보상 문제에 국교정상화를 전제로 하고 있어 가네마루 선생이 애쓰고 있는 줄 알고 있다』면서 11월부터 교섭을 시작하자고 말했다.
이날 아침 묘향산에서 열린 김일성가네마루 3차회담에서도 김일성이 같은 제안을 했는데,김일성이 가네마루와의 단독회담을 요청한 것도 이 얘기를 하기 위해서 였다고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가네마루 자신이 확실히 밝히지 않고 있으나 일본 언론들의 평양특파원 상주가능성을 타진한 데 대해 김일성이 『공정한 보도를 해준다면 국교가 이루어진 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고 「국교」 문제를 언급했다고 시인했다.
경위야 어떻건 이 커다란 「사건」이 김일성의 결심에 의해 이루어진 것만은 분명한 사실. 이 결정은 사실상 「2개의 한국」을 인정한 것이어서 현재 한반도 문제 최대의 관심사로 떠오른 유엔가입 문제에 북한이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지 크게 주목된다.
한국을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한 일본과 국교를 맺자고 자청한 것은 자기들이 유일한 합법정부라면서 남북 동시가입과 교차승인을 거부해온 종래의 외교정책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2개의 한국을 인정한다는 것은 미국과 일본이 북한을 승인하고 소련과 중국이 한국을 승인하는 이른바 교차승인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로 해석될 수 있으므로 그들의 남북통일 정책에도 변화가 있어야 마땅하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북한 관측통들은 현단계로서는 그토록 전면적인 개방태세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김용순이 「제안의 변」에서도 비쳤듯이 일본으로부터 배상과 경제협력을 얻어내기 위해 『일본이 국교정상화를 전제로 한다면 응하겠다』는 정도의 소극적 개방의사로 보는 것이다. 또 소련과 중국으로부터 강력한 개방압력을 받고 있는 터에 한소 수교와 한중 영사관계 수립이 임박하자 다급한 나머지 일본을 카드로 택했으리라는 분석도 설득력이 있다.<동경=문창재 특파원>동경=문창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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