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작가 알베르토ㆍ모라비아는 현대가 직면한 여러가지 심각한 문제점들을 끈질기게 지적하여 20세기 서구사회에 하나의 커다란 목소리를 울린 거인이었다. 형식에서 돈과 섹스를 자주 골격으로 삼으면서도 내용에서는 현대인들이 빈번히 겪는 대화의 단절,고립의식,내적인 공허들을 준엄히 제시해오던 그가 26일 로마에 있는 그의 아파트에서 심장마비로 8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이탈리아가 2차대전을 겪던 1943년 연합군의 공습과 기아를 피해 로마를 떠난 모녀의 시련을 그린 작품 「두 여인」을 통해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무력해지는 집단과 개인의 참상을 그리며,폭력의 고발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큰 충격 다음에 나타나는 변화까지를 추적해냈다고 사람들은 평한다. ◆20편이 넘는 그의 작품중 영화화된 「두 여인」에서는 소피아ㆍ로렌,「로마의 여인」에선 지나ㆍ롤로브리지다 등 세계적인 이탈리아 여배우 두 사람이 주역과 창녀역을 각각 맡아 국제적인 주목을 끌기도 했다. 그가 로마 중류층의 정신적 갈등을 파고든 일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프란체스코ㆍ코시가 이탈리아 대통령도 조사를 통해 「그는 불안한 가치추구를 해오는 20세기 이탈리아 사회에 대한 날카롭고 섬세한 해설자」였다고 애도했다. ◆15년 동안 헤어져 살던 아버지를 찾아 파리를 떠나 로마로 간 청년의 이야기를 다룬 장편 「로마여행」에서 주인공 마리오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동안 잊고 있던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되살린다. 그래서 그는 아시아에 가려다가 아메리카를 발견한 콜럼부스처럼 아버지를 찾아갔다가 어머니를 찾게 된 맹랑한 자신을 발견한다. ◆「로마여행」은 모라비아가 81세로 88년 발표했다. 이제 그는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현세의 마리오들은 그가 생각했듯이 여전히 고뇌 속을 헤매겠지만 그의 작품들은 계속 무엇인가를 말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