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의 모 인사는 최근 직장에 출근하자마자 평소 가까이 지내던 한 회사의 임원에게 전화를 걸었다.『아,전무님이세요.… 다름이 아니고 어제 제집으로 뭐가 하나 배달이 됐든데 잘못 온 것 같아서요. 집사람이 잠시 집을 비운 사이에 아이가 받아 놓은 모양인데 오늘 백화점으로 되돌아갈 겁니다』
지난 5월 시작돼 은행의 거액계좌 조사 및 이에 따른 예금인출 사태,증시 큰손 이탈,자금 해외도피 등의 경제적 위축현상을 낳았던 정부의 사정활동은 반년째로 접어든 최근엔 연출된 듯한 추석선물 반송이라는 우스갯소리마저 낳으며 추석경기에도 주름살을 안기고 있다.
특히 백화점의 경우엔 통신판매로 선물을 주고 받은 사람들의 명단을 사정당국이 조사할 것이라는 등의 뜬소문이 나돌아 분위기가 어수선한 가운데 배달된 선물이 수취거부로 되돌아오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모 백화점은 평소 0.5%에 불과하던 반송률이 최근 들어 2% 수준으로 4배가량 크게 뛰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청와대에서 직원들이 직접 나와 매출전표 등을 조사하는가 하면 구청 직원들도 수시로 나와 상황을 점검하다 보니 고객은 물론 백화점측도 우선 심리적으로 위축될 도리밖에 없다.
이로 인해 증시침체,수재 등으로 가뜩이나 위축될 처지의 올 추석경기는 더욱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예년 같으면 배달할 차를 미리 확보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관리직 사원들도 모두 자기 일을 놓고 배달에 나섰는데 올해는 차는 놀고 있고 직원들은 사무실에서 왜 부진한가에 대한 원인분석이나 하고 있다.
추석경기가 비정상적으로 과열된 부분을 정부가 가라 앉히는 것은 좋다. 그러나 쉽게 눈에 띄는 4만∼5만원,혹은 많을 경우 10만대의 선물들이 정말로 추석경기를 과열시키는 부분인가에 대해서는 그리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리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법강은 큰 고기는 빠져나가고 작은 고기만 잡히는 희한한 그물이라는 지적이 많다.
정부의 사정활동을 국민을 편에서 다시 사정해볼 때 요란한 소리없이 조용하게 움직이며 우리 사회의 물을 흐리는 진짜 큰 고기를 잡아달라는 주문을 내게 된다. 정부의 다른 정책들이 그러하듯 사정활동마저 전시성에만 매몰돼 버리면 눈에 보이는 상처가 어렵게나마 낫는 듯하더라도 속살은 여전히 상처가 깊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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