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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0.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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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에 있는 구 독일제국의사당 건물이 통독을 앞두고 폐가 60여년 만에 새단장이 한창이다. 이 제국의사당은 한때 워싱턴의 캐피틀 힐,런던의 웨스트 민스터 팔러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웅장하고 우아하고 품위 있는 3대 의사당의 하나였었다. ◆1894년에 건립된 이 제국의사당은 르네상스양식의 건축물로 베를린의 명물중의 하나다. 이 의사당에서 1933년 2월27일 밤 불이 났다. 경찰은 현장부근에서 네덜란드 국적의 마리누스ㆍ판델ㆍ루페(24세)를 방화범으로 체포했다. ◆히틀러는 「공산주의자들의 소행」이라고 뒤집어 씌우며 늙은 힌덴부르크 대통령을 설득,긴급조치를 발동케 한 뒤 국가혼란혐의로 공산주의자,사회주의자 및 민주계 인사 등 수만명을 검거했다. 1주일 뒤 공포분위기속에서 실시한 총선에서 나치는 압승,권력을 장악했다. 의사당 방화­반대세력제거­집권이란 나치의 그 유명한 각본이 성공한 것이다. 그 이후 독일의 의회민주주의는 소멸됐고 검게 그을린 의사당은 오랫동안 방치돼 왔다. ◆요즘 베를린시 당국은 내달 3일로 박두한 통일독일의 출범과 다음날 통독의회의 개원식을 위해 2백60만달러를 들여 손질하게 된 것이다. 현재 독일에서는 얼마전 통독조약에서 「베를린을 새 수도 예정지로 하되 확정은 통일후로 미룬다」는 조항과 관련,수도 논쟁이 뜨거운 상태. 즉 동독과 특히 베를린 시민들은 구 독일제국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당연히 베를린이 되어야 한다고 한 반면 서독정부와 정치인들은 수도 이전에 따른 막대한 자금소요 문제를 들어 상당기간 본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맞서고 있는 것이다. ◆꿈같은 얘기지만 장차 통일 한국의 수도는 어디가 될까. 두말할 여지없이 조선조 이래 6백여년간 수도인 서울이 당연하지만 혹시나 남북간의 통일협상으로 다른 곳이 새 행정수도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 통일과 민주주의와 의사당을 한꺼번에 다시 찾은 독일인들이 부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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