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쿠웨이트교민의 죽음/난치병아들 남겨둔채 병사(등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쿠웨이트교민의 죽음/난치병아들 남겨둔채 병사(등대)

입력
1990.09.28 00:00
0 0

8월21일 귀국한 쿠웨이트교민 임광웅씨(48)가 간암과 장줄혈증세로 적십자병원에 입원한지 24일만에 지난26일 상오2시50분 사망했다.간이 좋지 않았던 임씨는 쿠웨이트에서 요르단의 암만으로 철수하던중 쓰러져 현지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교민 1진으로 귀국했었다.

중동붐이 한창이던 76년,부인 김영애씨(39ㆍ서울 관악구 봉천동 196의255)와 2남1녀를 남겨둔채 쿠웨이트로 돈을 벌러갔던 임씨는 선물센터를 경영하다 89년부터 새로 시작한 조경사업이 잘 안돼 고전해왔다. 병약한 몸에 사막에서 쌓인 피로와 난치병인 아들을 구하지못한다는 자책감은 끝내 죽음을 앞당기게 했다.

임씨의 아들 한준군(18ㆍ한광고2)의 병명은 신경에 이상이 와 전신이 마비되는 「길리암발레」라는 희귀병. 중학교 1학년때 쓰러진 한준군은 지난 8월18일 쿠웨이트교민의 철수장면을 TV로 시청하다 들것에 실려 이송되는 아버지를 보고 전신마비증세가 재발했다.

한준군은 8월29일 여의도성모병원에 입원,보름동안 치료를 받았으나 호전되지 않자 퇴원한뒤 아버지의 사망사실도 모른채 집에서 투병중이다.

임씨가족들은 한준군의 발병으로 빚을지는 바람에 임씨의 송금으로 샀던 16평짜리 연립주택을 팔고 보증금 3백만원,월세 12만원의 단칸방에 4명이 살고있다.

최근 8개월동안 남편이 아들의 약값은 물론 생활비도 보내주지 못하자 김씨는 파출부와 옷장사 등으로 생계를 이어왔다.

쿠웨이트의 안다로스지역에서 임씨와 10년넘게 지내온 박춘봉씨(42)는 『술담배도 않고 성실했던 사람이 왜 이런 불행을 당해야 하느냐』며 애통해했다.

적십자사측은 임씨의 치료비를 전액 부담하고 용미리공동묘지에 묘소를 마련토록 알선했다. 동료교민들도 가난한 주머니를 털어 28일 발인하는 임씨의 장례비로 80만원을 모았다.

빈소에서는 장정기교민회장(47) 등 교민들이 밤을 새우며 임씨의 넋을 위로했지만 유족들의 생계와 아들의 난치병에 속수무책인채 안타까워 하고있다.<이재렬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